팥은 우리 선조 때부터 우리네 식생활과 관련이 깊은 곡물이지만, 요즘은 죽이나 앙금을 제외하고는 일상생활에서 인기가 적은 것이 사실. 그러나 팥은 한방에서 약으로 쓰일 정도로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은 물론 피부를 곱게 하는 손꼽히는 천연 재료다. 그동안 가려져 있던 팥을 일상생활에서 건강하게 활용하는 Red Bean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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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선조들의 삶에 녹아 있는 팥의 발견 동지에는 팥죽을 먹고,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을 먹고, 백일에는 수수팥단자를 돌리고…. 세시풍속을 살펴보면 팥과 관련된 일이 참 많다. 그만큼 팥은 선조들의 삶에 꼭 필요한 훌륭한 곡식이었을 터…. 선조들의 삶 속에서 쓰인 팥의 여러 이야기를 살폈다.
1 작은 팥 속에 담긴 선조들의 삶 우리 선조들에게 팥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삶의 대소사를 함께 하는 인생과 같은 곡식이었다. 팥의 붉은빛이 잡귀를 쫓고 나쁜 액을 물리쳐 삶을 보호해주는 곡식이라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 처음이 아기의 탄생으로, 아기를 낳은 뒤 일주일에 한 번씩 붉은 팥으로 수수팥단자를 만들어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백일과 돌에는 상에 수수팥단자를 올려 잡귀와 액을 물리치고 아기가 장수하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10살이 될 때까지 생일상에 백설기와 함께 수수팥단자를 올렸다. 성인이 되어 혼례를 올릴 때에는 상 위에 붉은 팥을 올려 가정의 화목과 자손의 번성을 기원했고, 이사할 때는 새로운 집의 잡기를 쫓는 의미로 죽을 쒀 먹기도 했단다. 밤이 가장 긴 동지 때도 팥으로 죽을 쒀서 귀신이 얼씬 못하게 막았고, 동네에 초상이나 상가에도 팥죽을 쑤어 가지고 갔다고 한다.
2 절세가인 황진이도 팥을 애용했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황진이’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나온 흥밋거리 중 하나가 바로 천연 소재를 활용한 옛 여인네들의 화장법이다. 기왕이면 더 예뻐지고 싶은 소망은 지금이나 예나 별반 다르지 않는 모양. 그중 새롭게 발견한 천연 화장품이 바로 팥이다. 팥에는 미세한 거품을 일으키며 피부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이 풍부하다. 팥을 곱게 갈아 물에 섞거나, 물을 묻힌 얼굴에 살살 문 지르면 피부 속 깊숙한 더러움까지 말끔히 씻어주는 천연 비누 겸 스크럽제가 된다. 특히 미백 효과와 혈액 순환을 돕는 효과까지 뛰어나 뽀얗고 불그스레한 예쁜 생얼을 만들어주는 것. 팥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먹거나 몸에 문지르면 노폐물과 지방을 줄여 매끄러운 곡선까지 만들어주니 ‘완전 소중한’이라는 타이틀을 하나 달아줘야 하지 않을까?
3 환상의 궁합, 팥, 새알심 그리고 동치미 검붉은빛 팥죽과 하얀 새알심의 오묘한 조화. 누구를 통해 언제 처음 맺어진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관계가 바로 하늘이 맺어준 찰떡궁합이 아닐까? 팥은 성질이 다소 차기 때문에 기운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소변을 밖으로 내보내는 반면, 찹쌀은 성질이 따뜻해 위와 장을 따뜻하게 보하고 소변이 지나치게 많이 나가는 걸 막아주는 상호보완을 유지하고 있는 것. 팥죽과 동치미도 죽이 잘 맞는 관계. 팥죽을 먹다 보면 달달하고 텁텁해 입 안이 답답할 수 있는데 무의 맵고 시원한 맛이 입 안을 개운하게 바꿔주는 것. 위액 분비를 더해 팥과 함께 소화를 돕는 일을 하는 멋진 궁합을 자랑한다. 팥은 이렇게 모양처럼 둥글둥글하게 모든 재료와 두루 어울릴 것 같지만 의외로 맞지 않는 궁합도 있다. 백설탕이 바로 그것인데, 팥을 특별하게 만드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을 백설탕이 분해해 효과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같은 단맛이라고 고집부리지 말고 백설탕 대신 꿀이나 흑설탕으로 바꾸면 맛은 물론 영양까지 골고루 맞는 궁합을 맞출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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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팥을 이용한 생활의 발견 먹거나 바르는 거 외에 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찾아보면 생활 곳곳에 활용 방법들이 상당하다. 생활 속에서 발견한 색다른 팥 활용법.
Idea 1 양말 속에 넣으면 자동 발 마사지기 작고 단단한 팥으로 간단히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 팥을 깨끗한 행주로 여러 번 닦은 뒤 양말에 1~2줌 넣어 자기 전까지 집에서 신고 다닌다. 하루 동안 피로로 부은 발의 부기와 열을 내려주는 것은 기본이고, 발에 있는 전신의 반사점을 자극해 몸 전체의 피로를 푸는데 효과적이다. 양말이 답답하다면 작은 트레이에 발을 올려 발로 팥을 굴리는 것도 좋다. 무좀 있는 발에도 효과적이라고 하니 TV를 보는 시간에 적극 활용해 볼 것.
Idea 2 손목 저림 예방하는 손목 받침대로 요즘 직장인들의 80%가 컴퓨터 사용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목과 손목의 통증. 일단 증상이 나타난 다음에는 치료가 쉽지 않으므로 컴퓨터를 자주 사용한다면 팥을 손목 받침대로 이용해볼 것. 손목을 효과적으로 받쳐줄 뿐 아니라 손목의 굴곡까지 잡아줘 무리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일단 쭉정이를 골라낸 팥을 행주로 깨끗이 4~5번 닦은 뒤 반나절 햇볕에 말려 습기를 제거한다. 양손 받침 키보드 받침대용은 30×10×2㎝, 한 손 받침 마우스 받침대용은 10×7×2㎝ 사이즈로 천 주머니를 만든다. 주머니 안에 팥을 반쯤 붓고 손목을 얹어 손목이 꺾이지 않고 일직선상이 될 정도의 높이에 맞춰 팥으로 속을 채운 뒤 꿰맨다. 손목이 자주 꺾이다 보면 손목 안의 신경이 눌려 손가락 힘이 빠지는 등의 신경통 증상이 나타나는데, 팥이 손목의 높이를 편안하게 맞춰줘 통증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Idea 3 우리 집 복 들이는 장식으로 작은 밀폐 유리병 안에 팥을 담아 장식처럼 놓아 보자. 어떤 것은 통으로, 어떤 것은 곱게 가루를 내서 여러 병에 담으면 아기자기한 장식 느낌이 연출된다. 이는 옛 풍습을 살짝 응용한 것으로, 우리 집을 건강하게 지키는 의미도 있다. 옛날에는 동지 때 붉은 팥죽을 먹기 전 대문과 장독, 방, 대청, 헛간 등 집의 중요한 곳에 뿌려두면 병을 옮기는 귀신이 무서워서 얼씬도 못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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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4 팥 헹군 물로 설거지하기 팥은 한 번 끓인 물을 버리고 다시 새 물을 받아 삶아야 한다. 첫물에 사포닌이라는 성분이 많이 우러나는데 이 물을 그대로 쓰면 음식 맛이 떫고, 설사가 나기 쉽기 때문. 이 물을 버리지 말고 처음에 팥을 헹군 물과 함께 섞어 설거지에 사용하면 요긴하다. 사포닌이 더러움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평소 안을 깨끗이 닦기 어려웠던 속이 좁은 병을 보다 효과적으로 닦을 수 있다.
Idea 5 주머니에 넣고 데우니 천연 찜질 팩 팥은 어혈과 부종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데우면 온기가 오래 가서 천연 찜질제로 사용하기에도 제격. 못 쓰는 면 수건을 꿰매 주머니를 만든 뒤 행주로 깨끗이 손질한 팥을 넣고 3분 정도 전자 레인지에 돌린다. 편하게 누워 원하는 부위에 올려놓으면 되는데, 몸이 차거나 배가 아플 때, 설사할 때, 생리통이 심할 때라면 배 위에 얹어두면 특효약. 근육이 뭉치기 쉬운 어깨나 허리, 또 피로가 쌓이기 쉬운 눈 등에 얹으면 근육이 편안해지면서 금세 피로가 사라진다.
Idea 6 아이 뇌를 자극하는 손 놀잇감 팥은 작고 맨질맨질해 만지면 느낌이 좋다. 더욱이 깨끗이 씻어 손질하고 자주 햇볕에 말리기만 하면 아이에게 해가 없는 천연 장난감이 돼 아이 뇌를 자극하는 손 놀잇감으로 최고라 할 수 있다. 바가지에 팥을 가득 담아 손을 넣고 조물거리거나 손가락으로 팥알의 개수를 세며 노는 것도 좋은 방법. 신축성 있는 작은 천에 넣어 오재미를 만들어 조물거리거나 던지고 놀아도 좋다.
Idea 7 최고의 숙면 효과, 팥 베개 팥 베개는 불면증과 피로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팥의 성질이 찬데다 통풍이 잘 되서 베고만 있어도 머리의 열을 식혀주는 것. 따로 머리를 마사지하지 않아도 자는 동안 작은 알갱이들이 머리를 지압해 피로를 풀기에도 좋다. 팥을 3㎏ 정도 준비해 쭉정이를 골라낸 뒤 깨끗한 행주로 3~4번 닦아 먼지와 불순물을 없앤다. 손질한 팥을 햇볕에 널고 반나절 말려 습기를 제거한 뒤 베개 커버에 넣으면 완성. 빡빡하게 채우면 높아져 목이 불편할 수 있으므로 5㎝ 이하에 목이 편안하게 감기는 높이로 조절한다. 팥은 벌레가 생기기 쉬우므로 지퍼가 달린 베개보를 이용해 보름에 한 번씩 속을 꺼내 햇볕에 말려 사용하면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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