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19 좌보미와 세미오름
좌보미는 가 본 지가 꽤 오래 되었다. 어디로 진입하는지도 잊어 버릴 정도였다. 그래서 꼭 가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나갔다. 김선희 산악대장님을 비롯하여 김재홍 부대장님과 임창효, 김성보, 성영희 단우님이 참가했다.
제주도의 많은 오름들이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데 비하여 좌보미는 6형제이다. 안내판을 보면 좌보미큰오름, 좌보미알오름, 소용메, 진ᄆᆞ르, 염통메, 곧은ᄆᆞ르 등의 이름이 있다고 되어 있다. 위 지도에는 4개의 봉우리가 확실히 보이지만 좌보미알오름과 좌보미(주봉) 사이에도 넘어야 할 작은 언덕 같은 봉우리(우리가 걸은 차례에 따라 편의상 제3봉으로 명명)가 2개 있다.
성읍리 133번지에 차를 세우고 제1봉(모양으로 보면 염통메일 듯)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했다. 햇빛은 좋은데 바람은 쌀쌀했다. 경사가 꽤 높은 편이다. 산책로는 풀이 남아 있고 그 옆에는 주로 소나무가 이어진다. 이런 모습은 좌보미 전체에서 거의 비슷하다.
제1봉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가 마련되어 있고 감시원이 근무하고 있다. 요즘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자주 일어나서 이 분도 긴장상태일 것이다.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해서 6명이 모두 한 화면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제1봉을 넘어서려는 때 제2봉이 가로막듯이 서 있다. 좌보미알오름이다.
경사가 더 급하여 ‘나 넘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다행히 높지는 않아서 숨이 차긴 했지만 정상까지 가서 간식을 먹고 일어섰다.
막걸리 한 잔과 도낫스의 기름지고 단 맛이 지금도 입안에 남아 있다.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급하니 불안하게 보인다.
알오름을 넘어가니 나지막한 제3봉이 기다리고 있다. 안내판에 나온 ᄆᆞ르 2개 중에 우리가 통과한 곳은 동쪽인데 아마도 진ᄆᆞ르일 것이다.
주봉인 좌보미큰오름은 ‘ㄱ’자 모양이다. 동쪽에서 오르기 시작하여 북쪽으로 가다가 서쪽으로 내리는 길이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지나온 봉우리가 보인다.
앞에 보이는 것이 제2봉, 그 다음 멀리 보이는 것이 제1봉이다. 저 멀리에는 영주산이다.
주봉에서는 식생이 조금 달라졌다.
겨울딸기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철이 지나 버려 아까웠지만 우리에게 얼굴이라도 보여 주려고 마지막 남은 딸기 몇 송이는 볼 수 있었다.
내가 몰명하지만 기특하다고 했더니 어느 단우님은 장수(長壽)한 것이 기특하다고 했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나는 부정적이고 그 단우는 긍정적이다.
정상 부근에서 북쪽으로 시야가 트인 곳이 있다.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주위가 온통 뿌옇지만 가까운 곳이니까 동검은이오름과 더 멀리 높은오름이 보인다.
좀 더 가서 내리막이 시작되려는 곳에서는 장딸기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철이 아니라서 못 봤지만 아래 그림과 같이 4월이면 하얀 꽃을 5월이면 주홍색 열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더 올라야 할 제5봉이 서 있는 게 보인다.
가장 길고 높은 주봉을 넘어온 터라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 산자고가 곱게 피어 있었다.
왼쪽부터 좌보미큰오름, 좌보미알오름, 제1봉(염통메)
다 내려와서 시각을 보니 12시가 다 되었다. 점심 먹으러 갈 줄 알았더니 간식 먹은 게 배를 채우고 있어서 좀 비운 다음 간다고 한다. 그래서 ‘미’자 돌림으로 세미오름에 간다는 것이다.
세미오름으로 가는 길에 송당리 잃어버린 마을 장기동 터를 지나게 되어 잠깐 시간을 내어 사진을 두어장 찍었다.
사람이 살았었다는 것은 대나무숲이 말해 줄 뿐 마을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찬반 여론 속에 더디게 진행되는데 도에서 세운 잃어버린 마을 터 표석만 쓸쓸하다.
세미오름은 ‘샘’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니까 실제 발음이 ‘세미’로 난다고 해도 ‘새미’로 써야 옳을 듯하다. 우리 제주도민들은 아무리 의식적으로 ‘새’발음을 하려고 해도 ‘세’라고 소리내게 된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여 이름을 붙였으면 좋겠는데 공식적으로 모두 세미오름으로 쓰고 있어서 안타깝다.
새미오름은 정상으로 가지 않고 둘레길을 돈다고 한다. 반가웠다. 동북 사면에 샘이 있다고 하는데 한 번도 확인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야말로 샘을 확인하게 되겠지 하는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다.
새미오름 둘레길은 이와 같이 삼나무 사이로 길이 계속 이어진다.
새미오름의 특이한 식생은 예덕나무였다. 삼나무가 잠시 자리를 비운 곳에 예덕나무가 하얀 피부를 뽐내며 모여 있다.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들은 이름은 북닥낭(붉닥낭)이다. 새 잎이 나올 때 붉은 색을 띄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예덕나무는 키가 5m 정도인데 세미오름의 예덕나무는 군락을 이루면서 키가 10m 정도로 매우 크다. 여러 곳에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친구가 많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커서 햇빛을 잘 받으려고 하다 보니 모두가 다 커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도 임업시험을 해 보니 밀식재배를 해야 키가 더 크고 굵어진다고 한다.
오름의 북동쪽에 해당되는 곳을 걸을 때 ‘이쯤 어디에 샘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하는데 마침 아래쪽으로 산책로가 보여서 따라가 봤더니 깊지도 넓지도 않은 조그만 연못이 보였다.
‘이게 그 샘이로구나!’새미오름 이름 유래를 오늘에야 확인했도다.
연못에는 도롱뇽 알이 수십군데 드러나 있어서 물은 깨끗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다 끝나는 지점쯤에서는 제비꽃 보라색과 흰색 2종류를 만날 수 있었다.
점심은 함덕 ‘햇살가득돌담집’에서 오리고기볶음 정식으로 먹었다. 맛있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자세하게 산행에 동행한듯하게, 맛깔나게 쓰셨군요.........
5월 전국산행, 진안 구봉산에서 뵙겠습니다.
박창순 단우님 늘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