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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겨울(?) 같은 삼넷의 상황이지만..... 저는 계속 올리고 싶군요.
한분이 탈퇴를 하셨군요. 660명에서 659명으로 흠...
9월 16일 개봉하는 더독을 보고 싶지만, 그때는 공부 스타트 이니 안되겠죠 ㅎㅎ.....
추석 지나고 나면 저도 글 이제 못 올립니다 ^^;;(그 동안 많이 좀 읽어주세요 ㅎㅎ)
지금도 거의 힘들게(?) 올리는 상황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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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학관은 오랜만에 스산했다. 축제가 끝난 후에 어련히 있는 고요함이겠지만, 정규선은 이런 것이 좋았다. 자신이 처리해야 할 서류를 뒤적이며 정천맹의 인장을 찍던 그는 인기척에 눈을 치떴다. 누군가의 몸이 이 방에 녹아들어가 있었다.
“ 누구냐? ”
그의 조용하지만 위엄있는 목소리가 방 안을 메웠다. 얼마 후, 하나의 신형이 천장에서 뚝 떨어졌다. 놀라운 은신술이었다. 흑의 복면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 -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전 대협께 정보를 전해 드리러 온 사람입니다. ”
정규선이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선풍학관에서 극비 정보같은 게 있을까?
“ 무언가? ”
흑의 복면은 신중했다. 그의 검 사정 거리에서 약간 비켜나 있는 거리에 부복하고 앉아 형형한 눈을 떠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입이 열렸다.
“ 현재 학관에 마교인이 침입해 있습니다. ”
정규선의 눈이 크게 치떠졌고, 이내 황당함은 분노로 바뀌었다. 그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흑의 복면은 다리를 뒤로 냅다 차면서 그의 검기를 피했다. 벽에 부딪친 검기는 우르릉 소리를 내며 책장을 무너뜨렸다. 느긋한 목소리로 복면이 말했다.
“ 이건 사실입니다. 현재 그 마교인은 학관안에 있습니다. ”
“ 닥쳐라! 그런 거짓부렁을 언제까지 늘어놓을 참이냐! ”
그의 손에서 화려한 절초가 펼쳐졌다. 그의 독문무공, 그를 맹주로 등극시킨 용뢰검법(龍雷劍法)이었다. 수십가지의 검기가 마치 번개처럼 빠르게 그가 있던 자리로 꽂혔다. 그러자 복면은 몸을 뒤로 돌리면서 공중으로 붕 떴다. 그가 다시 제비처럼 착지하고 난 후 말했다.
“ 마교는 현재 정파의 정보를 습득하여 한번 더 세력을 잡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빨리 처리하지 않으시면 도리어 정천맹에 위해가 갈 수 있습니다. ”
정규선이 이를 바득 갈면서 검을 잡았다.
“ 그렇다면 네놈의 정체도 불분명한 터! 정체를 밝혀라! ”
흑의 복면은 씩 웃었다. 그의 몸이 허공에 녹아들기 시작하자, 그가 다급하게 검을 쭉 찔렀다. 그러나 이미 사라져 버리고, 검은 허공을 헛되이 찌를 뿐이었다. 아무래도 그 자는 무공은 정규선에게 미치지 못하나, 도망치는 기술 하나만은 뛰어난 놈인 듯 싶었다.
“ 마교인이 학관에 있다고? ”
그는 즉시 염상혁을 불렀다. 염상혁은 후닥닥 달려와 그를 맞았는데, 정규선은 주위를 무르라 말하며 그를 데리고 와 단 둘이 대좌하고 책상에 앉았다. 염상혁은 그의 눈이 진지한 것에 궁금해 했지만, 정규선이 꺼낸 말에 의해 그 궁금증도 사라졌다.
“ - 학관에 마교인이 있다는 군. ”
그의 얼굴도 참혹하게 굳어졌다. 이곳은 정파의 중심지. 어떤 마교인이 침입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런 마음도 있었지만, 매사는 유비무환(有備無患)! 마교인이 정말 있다면 정파의 정보를 보여주면서 대립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진다. 정규선이 말했다.
“ 조사해 보게나. ”
염상혁이 숨을 훅 내쉬면서 말했다.
“ 그렇다면… 대협께서는 도대체 어떻게 그 정보를…? ”
정규선이 손을 내저었다.
“ 알 거 없네. ”
더 이상 말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염상혁은 목례한 채로 방을 나섰다. 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그 많은 학도들 중에서 마교인을 색출한단 말인가? 게다가 이런 일은 은밀하고 조심스러워야 했다. 정도를 걷는 정파에서 마교 색출 작업중에 희생자가 있다면 이것은 고개를 들 수 없는 치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울분을 삭이며 반드시 마교인을 찢어죽이리라 마음먹었다.
“ 전, 적혈 소협에게 연모의 감정을 느끼고 있어요. ”
적혈의 입이 얼어붙었다. 뭐랄까. 행복감이라는 감정이 온 몸을 휘감고 들었다. 적혈이 약간은 황당하나 기분좋은 표정으로 말했다.
“ 소저는 절 싫어한 게 아니십니까?… ”
그녀가 세차게 고개를 돌렸다. 약간은 창피한 지 얼굴이 새빨개졌다.
“ 소…소협이 절 싫어하시는 것 같아서… ”
적풍이 갑작스레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행복한 기분이 온 몸에서 솟구쳐 올라왔다. 그를 바라보던 그녀도 웃음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살짝 고개를 들었다. 적혈이 말했다.
“ 전 소저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 ”
“ 그렇다면…. ”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둘의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적혈이 웃음을 힘겹게 참으면서 말했다.
“ 그렇지만… 갑작스레 그렇게 말하시면…. ”
정연이 창피한지 볼을 긁었다.
“ 이대로 가다간… 말도 못하고 헤어질 것 같아서…. ”
적혈은 빙그레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정말로 귀엽고 여려 보였다. 정연은 정말 창피했던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정연이 다음에 꺼낸 말은, 적혈을 더욱 더 크게 웃게 만들었다.
“ 저… 혈이라고 불러도 되는 거죠? ”
“ 풉… 네, 저도 연이라고 부를게요. 그리고 말 놓도록 하죠? ”
그녀는 의외로 적혈의 말을 선선히 받아들였다. 정연은 빙그레 웃으며 있다가 갑자기 주저 앉았다. 적혈이 놀란 듯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멋쩍게 웃으면서 말했다.
“ 헤헤… 아까 솔직히 거절당할까봐 무지 떨려서…. ”
귀엽다! 적혈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것 뿐이었다. 적혈은 그녀를 업고 숲을 나왔다. 그녀는 창피한지 얼굴이 또 다시 약간 선홍빛으로 변했다. 적혈이 빙긋 웃으면서 그녀를 업고 백무관 까지 손수 데려다 주었다.
백무관에서 창문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던 이련은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그 바람에 모든 백무관원들이 창문을 통해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윽고 터져나온 함성과 야유랄까. 적혈은 멋쩍은 듯 재빨리 그녀를 내려놓았다.
“ 저… 혈. 다음에 … 언제 만날 수 있을까? ”
적혈은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 아마도 모레 후쯤 시간이 될거야. 그때 백무관 앞에서 만나자. ”
“ 응…. ”
그녀가 들어가자, 적혈은 재빨리 무혼관으로 들어갔다. 무혼관 문에 들어가자,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응? 순식간에 정연호가 적혈 위로 우당탕 소리를 내며 적혈을 깔아뭉갰다. 적혈이 비명을 지르며 허우적대자, 모두들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했다.
“ 오호라~ 이거 연인이 생기신 적혈 소협 아니신가. 간덩이가 부으셨군. 감히 무혼관에 들어오다니! ”
“ 우아아아악! ”
그에 비해, 연은 여 소저들에게 둘러싸여 적혈에 대한 질문이며, 함께 산책할 장소등을 일러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연은 재빨리 그것들을 받아 적고 있었다.
“ 그래서? 언제 만나기로 했어? ”
정연은 수줍은 듯 바닥만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들어올려 3이라는 숫자를 나타내었다. 모두가 꺄악 꺄악 비명을 지르며 연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일러주었다. 순진하게도 그것을 연은 받아 적고 있었다.
“ 어때, 잘 되었는가? ”
마교의 교주실, 조명이라곤 고작 해야 촛불 두세개 뿐인 이 음침한 곳에 앉아있던 혈마난류검은 자신의 좌석에서 거만하게 모두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의 밑에는 수라 마참대 전 대장이 모두 서 있었다. 은근한 목소리로 혈마난류검이 물었다. 하지만 만약 아니오. 라고 대답했다간 죽여버릴 듯한 살기가 말 속엔 어리어 있었다. 공포로 분한 광기, 그것이 그의 말투속에 배어 있었다. 그리고 그 말투를 받아들이는 수라 마참대 1대장 천휘(天徽)는 포권하며 무릎을 꿇었다. 복면을 벗은 그의 얼굴은 상당한 호남형 이었다. 네모진 턱에 매처럼 부리부리하게 빛나는 눈, 그리고 약간은 뾰족해 보이는 코에 다부진 턱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그런 얼굴에 맞는 시원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 예. 교주님. 이미 정천맹주에게 소식을 전했습니다. ”
혈마난류검의 입가에 미소가 어리었다. 그의 쫙 찢어진 눈에 약간의 웃음기가 머무더니만, 이내 그는 광소를 터뜨렸다. 가끔씩 보이는 교주의 이 광기에는 그들도 잘 적응할 수 없었다. 수라 마참대의 다른 대장들은 밑에서 부복하고 앉아 자신의 주군, 교주를 보았다.
한참동안 웃던 그는 웃음을 씻은 듯이 멈추더니만 말했다.
“ - 그렇다면 그 꼬마 녀석은 이제 궁지에 몰린 쥐 꼴이 되겠군? ”
그 말에 천휘 역시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현운에겐 진퇴양난(進退兩難)이 되겠지요. ”
혈마난류검은 솟아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든지 연신 입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았다. 천휘 역시 교주의 기분에 맞추려는 듯 웃음을 지었다. 혈마난류검이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자신의 손을 천장으로 들어올렸다. 이어서는 자신의 손을 그대로 꽉 쥐었다. 허공을 움켜쥔 그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 사파를 삼킨다. 그 후는 … 정파 역시 삼켜버린다. 모조리 마교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
밤이었다. 보름달이 비치는 밤이 운치 있는 지 현운은 밖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현운의 잘생긴 얼굴은 만월의 빛에 비춰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현운의 매서운 눈은 달을 향해 있었다. 담뱃대를 문 입에서 연기가 후욱 하고 뿜어져 나왔다. 그는 담뱃대를 검지와 중지로 잡으면서 땅으로 툭툭 털었다. 재가 약간 떨어지자, 그는 다시 입에 담뱃대를 물었다.
아마 안에 있는 철성과 천화는 곤히 잠든지 오래일 것이다. 그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현운은 문득 귀혼도를 꺼냈다. 귀혼도의 은빛 날에 현운의 얼굴이 약간은 흐트러지게 비췄다. 하지만 달빛으론 얼굴을 다 구분할 수 없었다. 귀혼도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혼염의 영혼이 이제는 현운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다만 가끔씩 전해져 오는, 말이 아닌 느낌으로 마음속에 머물러 있는 말.
「 잘 베고 있다. 계속해서 베어주거라. 나를 위해… 너를 위해…. 」
그 느낌이 들 때면 귀혼도를 내팽개치고 싶었다. 자결이라도 하고 싶었다. 죽은 자의 얼굴이 계속해서 얼굴에 떠올랐다. 내가 베었던 자들은 여김없이 죽인 날에 나타나곤 했다. 꿈에서는 아무리 베어도 베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현운은 자신이 가장 약한 자라고 생각했다.
도저히 벨 수가 없다는 것이 두려웠다. 살아있는 사람을 벨 때 느끼는 희열감은 두려움을 덮어주었다. 사람의 목숨의 무게를 짊어질 수 없었다. 그래서 괴로워한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 사람을 벤다. 더욱 더 괴로워한다. 이것이 바로 살인을 한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
현운은 그것이 두려웠다. 죽으면 간다는 지옥, 사지를 베어내 자라면 베고 자라면 벤다는 지옥도, 수라도에 대해선 수차례 들어왔다. 하지만 현운이 살아온 곳, 사부의 죽음을 본 뒤부터는 모든 것이 지옥이요, 수라계였다. 아수라장은 현운에게 평범한 곳이나 다름 없었다. 지옥같은 전장에서 그는 사부의 죽음을 잊기 위해 도를 휘둘렀다.
어쩌면 … 이미 천혼염에게 넘어간 것이 아닐까?
현운은 세차게 귀혼도를 내팽개쳤다. 담뱃대는 이미 뚝 부러진 지 오래였다. 귀혼도는 웅웅대면서 땅에 박혀 있었다. 그는 크게 숨을 하악 소리를 내며 내쉬었다. 그러고는 땅에 무릎을 대고 흙을 사정없이 손으로 긁었다. 죽은 자의 얼굴이 머릿속에 각인되기 시작하였다.
“ 흐으으윽…. ”
현운은 짧은 신음을 내질렀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울고 싶었다.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무게. 그런데, 누군가의 손이 그의 어깨를 감쌌다. 현운은 반응하지 않았다.
“ 울고 싶으면 울어. ”
천화였다. 현운은 아기처럼, 예전, 사부를 만나기 전에 죽은 어머니의 시체를 보고 오열하던 아이처럼, 천화에게 안겨 미친 듯이 울었다. 눈물이 샘솟듯 멈추지 않았다. 죽은 자들의 망령이 합치고 합쳐져 사부의 얼굴로 변했다. 그리고 그의 기억은 사부가 죽던 날로 가 있었다. 천현랑의 일격에 사부의 실날같은, 살 수도 있었던 목숨은 끊어졌다.
그래서 그를 경멸한다. 세상에서 말살을 원한다.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었던 어머니 다음으로 내가 마음을 의지했던 사람, 그것을 잃게 한 자를 용서할 수 없었다. 이젠 얘기할 사람이 없다. 내 마음을 전할 사람이 없다. 현운은 그것이 슬펐다.
“ 이젠, 나에게 열어줘. 그 마음을 …. ”
“ 천화…. ”
현운은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어머니와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현운은 참을 수 없었다. 천화를 끌어안고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 천화 역시 그런 현운을 꽉 잡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현운의 가슴은 무언가에 뻥 뚫린 듯 시원했다.
철성은 창문 밖으로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화의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철성은 자신의 마음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남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이럴 때면 그는, 자신의 생각이 저주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희생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차라리 멍청했으면, 어리석어 천화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만이 있었다.
3일 후, 적혈은 멋진 무복을 차려 입고 백무관 앞에 서 있었다. 아무래도 목이 좀 걸리는 지 연신 옷깃을 잡아 늘리고 있었다. 마음이 진정된 무혼관원들이 이틀 간 죽어라 때려 떡이 된 적혈을 세워 놓고 어떻게 여자를 즐겁게 해줘야 하는 지 알려주는 둥, 선풍학관의 좋은 곳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당문철은 학관에서 가장 으슥한 곳을 능글맞은 웃음으로 자세히 알려줘 모두의 눈총을 샀다.
“ 나왔다~! ”
그와 동시에 백무관의 모든 여학도들이 나와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적혈의 얼굴은 갸름한 턱선, 부드럽게 생긴 입술, 그리고 낮지 않은 코, 흐릿한 눈은 어딘가 우수에 차 보였다. 여관도들은 정연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부럽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정연이 나왔는데, 그녀의 옷은 하늘거리는 아름다운 옷이었다. 정연의 얼굴은 상당히 귀엽게 생겼다. 자그마한 입술과 코, 그리고 약간은 큰 눈, 그리고 하늘거리는 생머리. 학관도들이 조금은 의아하게 느끼는 것은, 적혈의 분위기는 조금은 스산해 보인다고 한다면, 정연은 활발한 분위기였다.
“ 갈까? ”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적혈 역시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 응. ”
뒤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야유를 무시하고 정연은 적혈의 팔에 팔짱을 끼고 몸을 기댔다. 조금은 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에 얼굴이 새빨개진 적혈은 뻣뻣한 몸을 힘겹게 이끌고 그녀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이런게 오히려 좋을 지도 몰라.
- 과연 그럴까?
오랜만에 듣는, 기분 나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끈끈하게 마음을 타고 역겹게 올라왔다.
- 사람을 믿는 다는 건 언제든지 배신당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거지.
닥쳐. 더 이상 너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연은 나를 배신하지 않아.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 역시 나를 사랑해. 배신당하지 않아.
- 큭큭큭, 우습군. 잊지 마. 넌 이미 믿고 따르던 사람에게 차갑게 배신당했다는 걸.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그랬다는 거지? 넌 대체….
적혈은 머리가 찡 하고 아픈 것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어느새 둘은 숲속 길로 들어와 있었다. 연이 걱정되는 듯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 왜 그래? 괜찮아? ”
적혈은 빙긋 웃어보이면서 머리를 꾹꾹 눌렀다.
“ 괜찮아. 어디로 갈까? 가고 싶은 데 있어? ”
미안 하지만 네 말은 틀렸어. 그녀는 절대 날 배신하지 않을 거야. 절대, 절대, 그것은 믿고 있어.
- 그래 그래, 어련히 그러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