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또 수천 년이 있어도/ 충분하지 않다/
그 짧은 영원의 순간을/ 말하기에는/
그대가 내게 입맞춤한 순간/ 내가 그대에게 입맞춤한 그 순간/
어느 눈부신 겨울 아침/ 파리 몽수리 공원에서/
그러니까 파리에서/ 지상에서/ 우주의 지구별에서
__자크 프레베르의 <정원> 중에서, 김남주 옮김
잠시 시인이 되어 사랑이 낳은 결정적인 영원의 순간을 떠올려본 적이 있습니다.
불자에겐 해탈 열반을 위한 수행 정진이 모든 것을 포괄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영원한 길이자 최상의 과제일 텐데요.
이번 시월 정진회는 더욱 뜻 깊은 모임이었습니다. 묘금륜원 개원 6주년을 기념할 뿐만 아니라
제주생활을 정리하고 한결 단단한 모습으로 복귀하신 보리씨님을 환영하는 자리였으니까요.
게다가 코로나19 때문에 오랜만에 만나게 된 터라 반가움이 곱절 이상이었지요.
서울을 떠난 지 세 시간 반만에 도착한 신두리해변은 늘 무한한 변화 속의 질서를 느끼게 하는 곳입니다.
붉은 저녁노을이 서서히 어둑해지고, 때가 되었다는 듯이 바닷물이 일몰의 잔광을 싣고 쉼없이 밀려오고,
하늘에는 아기들 이 같은 새하얀 반달이 떠 있습니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걸작품들이
시시각각 변모하는 이러한 시공간을 누리고 있다는 게 참 고마웠습니다.
자리를 옮깁니다. 내놓은 음식이 맛있고 넉넉하고 값도 비싸지 않은 데다가
주인이 친절하기까지 한(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이런 맛집, 드물지만 있더군요.) 중화식당에서 연 환영회.
누군가를 다정다감하게 위로하고 격려하고 축하하고 환영한다는 건 얼마나 귀하고 따뜻한 일인지요.
수고하셨습니다, 보리씨님.
저녁 예불과 경주법사님의 ‘삼고三苦 팔고八苦’ 강론을 마치고 각자 수행을 시작합니다.
모두 열다섯 분. 몇 분은 참선을, 나머지 분은 절 수행을 하십니다. 저는 걷기로 했습니다.
야반 삼경, 사경에 캄캄한 시골길을 천천히 걸어봅니다. 좌우로 늘어선 검은 숲의 침묵이 비밀스럽고,
저 건너 낮은 데에 길게 누워 있는 저수지가 고요합니다.
야트막한 언덕길에 오르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작은 숲 뒤편으로 밤하늘 가득히 별천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거대한 보석함에서 마구 쏟아져 나온 무수한 별들이 휘황합니다.
젊은이라면 분명 ‘오 마이 갓’을 연발했을 거예요. 여기저기 나즈막히 드리워진 회청빛 구름들,
신두리해변에서 보았던 그 반달 아래로 살아 숨쉬는 생명체처럼 깜박이며 비행하는 인공위성,
한기를 조금 머금은 가을바람, 추수 후 텅 비워진 논들, 낯선이의 발걸음을 경계하는 개 짖는 소리...
찻길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엉뚱하게도 뜨끈한 김치콩나물국밥이 생각났고,
예전에 도록에서 봤던 서양화 몇 점이 떠올랐습니다.
엘 그레코라는 이의 풍경화, 그리고 영화에서 봤던 세잔이나 고흐 같은 화가가 화구를 짊어지고
밤길을 걷는 장면도 오버랩되었습니다.
걷기 수행이 엉망이구나 싶었지만 괘념치 않고 그냥 걷습니다.
방랑과 여행과 수행이 범벅이 된 채 묘금륜원으로 돌아옵니다.
정진을 마친 도반님들이 한데 모입니다. 저로서는 가장 즐겁게 기다려지는 차담 시간입니다.
둥글게 모여 앉아 차례대로 말씀합니다. 근황과 수행으로 거둔 삶의 변화 및 결실을 주고받습니다.
한 분 한 분 빛나는 주인공인 도반님들의 이야기들이 정겹고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좋았던 일은 다함께 기쁨으로 공유하고 힘들었던 시련은 위로받습니다.
법연으로 이어진 연대와 공감 속에서 도반님들의 얘기를 머릿속에 입력하면서 지난 이력에 보태어 붙여둡니다.
오늘 밤에는 저를 포함하여 열다섯 분의 드라마가 일단락되었습니다.
다음 만남에서는 또 어떤 스토리가 나올는지요.
아직도 새벽입니다. 잠깐만 쉬려다가 잠들고만 저를 삼보일배의 동심거사님이 살짝 깨웁니다.
아침 공양 하랍니다. 새벽예불을 빠트려서 머쓱했지만 밥은 꼬박꼬박 잘 챙겨 먹습니다.
으뜸공양주 대명거사님이 차려주신 떡만둣국.
수행처에서 간소하면서도 맛있게 먹을 만한 음식을 꼽아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메뉴입니다.
고맙습니다, 동심거사님, 대명거사님.
아침 산책을 합니다. 오솔길을 오르내리며 꽃구경하다가, 나무구경하다가 다들 몇 철에 걸쳐
산책길을 만들어낸 소야거사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묵묵히 큰일 하셨어요, 소야거사님.
정진회를 오면 하루가 부쩍 늘고 길어집니다. 이제 문 없는 문을 나설 참입니다.
그전에 기념 사진을 찍습니다. 나이 들수록 사진 찍기를 마다할 수 있지만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찍어두는 게 좋습니다. 기억력이 떨어지니까요.
이제 산문은 멀어지고 그리움은 남아 내일을 기약합니다.
처음에는 소감을 네댓 줄만 쓰려고 했는데 꽤 심한 횡설수설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도반님들 법명 앞에 큰 대(大)자를 붙여 드리고 싶습니다.
대경주 법사님, 대수형 보살님, 대보명화 보살님...
아무쪼록 모든 분들이 건강하고 평온하시기를 바랍니다.
인공 공경 합장
첫댓글 인공거사님~
오랜만에 멋진 글을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굽신
저도 1박2일동안 지낸 하루 하루를 되새겨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모처럼의 금강정진회 후기를
와우~감동으로
귀하게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사진과 글을 읽으니
묘금륜원에서 함께 한
모든 순간들이 영원에 동참하며
생명의 꽃들로 환호합니다
묘금륜원을 빛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불은충만 하시고
향기로운 나날 되세요.
...고맙습니다.나무아미타불_()_
모습으로도 충분히 짐작했었지만 아름다운 감성으로 읽는이로 하여금
고흐가 되고 세잔느가 되어봅니다. 인공거사님의 후기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나무아미타불_()_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_()_
진심이 듬뿍담긴
인공거사님후기를 읽으면서
다시한번
우리들이 한달에 한번 가졌던
정진모임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모두가 다 부처님이십니다!
인공거사님 역시 멋져요!
나무아미타불!
인공 거사님 후기 정말 멋 지네요,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이 모임의 독특한 특성중의 하나가
당췌 다른분들을 표현할때 언제나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는것입니다..
제 자신 워낙 세상에 대한 불평 불만으로
늘 부정적인 에너지를 내보냈는데 말입니다..
까마귀가 백로들이 노니는곳에 기웃거리는듯
하여 참석에 망설인적도 있었으나..
여러분들의 깊고 넓고 높은 심성이 늘 아무
조건없이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이곳에 잔뜩 쏟아 놓습니다..^^
다들 수고 많으셨고..
저는 제가 한 말을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도 최고위원의
반열에 오르는 날을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해 봅니다🙏🍒🌷
그닐의 감동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멋진 글 감사합니다
넘치게 환영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보리의 열매를 위해 정진하겠습니다
가슴벅찬 시간을 마련해주신 금강도반님 고맙습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지심귀명 아미타불 _()_
모처럼의 모임이 감동이었는데. 또 다시 후기에 감동먹습니다. 생생한 날들로 오래오래 기억해 두고 싶습니다. 감사헙니다. 아미타불 _()_
눈앞에 생생히 그려지는 모습들을 보여주시는 후기입니다.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_()_
<문학 소년>같은 인공거사님,
뵙는 모습도 늘 그렇지만
글도 영락없는 그 모습을 닮았네요.
저희들의 정진회 모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각자 나름의 충만한 무엇을 가져갈 수 있기엔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석하시는 도반님들은
일상에서 이미 지속적으로 수행을 하시는 분들이라
꼭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자 오시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일상적인 수련 중에
잠시 도반들을 만나
서로를 확인하고
자신을 확인하는 시간이겠지요.
변화는 문득
예기치 않았던 순간에 찾아 옵니다.
수행이란
자신의 무엇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
타인의 무엇을 위한 배려 속에서
무르익는 보시이겠지요.
저희 정진회는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시간이겠지요.
내가 무엇을 얻어 가는 시간이 아니라
도반님들이 무엇을 가져갈까를 배려하는 시간이고요.
<나>라는 현상을
도반님들의 성장을 위한 풍경으로 내어놓는 시간이기도 하겠지요.
후기로 다시 한 번 자신을 내어놓으신
인공거사님께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아미타불_()_
인공거사님의 감동적인 후기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_()_
단순하고 소박함이 마음 공부하는 이에게 참으로 소중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歇! 나무아미타불_()_
말문이 트이신 것 같습니다.^^ 역쉬~ 출판일을 하시니 글이 남다르시네요. 간만에 정진회 후기로 다시 돌아봅니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인공거사님의 말씀처럼 아름다운 글과 사진으로 그날의 감성을 영사기 돌리듯 돌려봅니다. 늦어서 비었던 시간까지 동참하게 하시네요.
수형지의 고개 숙인 연잎에서 아름답지 않은 순간은 없음을 알려주셨네요.
도반임이 늘 고맙습니다.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더 진한 아쉬움으로 ~
후기를 읽어며 함께한 듯~
멋진 후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_()_
고맙습니다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감동으로 정진회의 후기를 멋들어지게 읽습니다 아미타불-()-
버스가 제 시간에 신두리 해변에 도착해 장엄한 일몰을 보며 일상관을 하는 행복을 도반님들이 함께 누렸고, 인공거사님의 일몰사진과 글이 그 행복을 되새기게 해줍니다.
조락한 연잎의 아름다움을 짚어내는 매서운 눈은 끊임없는 행선에서 마주친 풍광을 따뜻하게 품어안는 넓은 마음에서 다져진 것이라 여겨집니다.
침잠하는 묵언이 일상인 큰스님들의 심연에서 샘솟는 물처럼 주옥의 언어를 길어올리는 승진행님의 솜씨에, Pause가 있는 절제된 발성의 기법까지 더해져 철야정진 차담을 원성실성으로 완성시킨 차담시간이었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실천하시는 보명화 보살님의 수범이 도반님들의 공부를 더욱 익게 합니다.
앞으로 정진에 뜨란 두 분의 지속적인 참여와 천의무봉의 후기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감사합니다. 인공거사님! 귀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저도 참여를 해보고 싶네요..나무아미타불 _()_
감동의 후기를 빛 삼아 함께 정진회를 따라갔습니다. 어쩌죠! 계속 방랑과 여행과 수행이신 가슴뛰는 말씀을 기다리게 될것같아요. 멋진 후기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인공거사님의 후기를 보니 참석하지 못한 점이 아쉽게 닦아옵니다. 늘 조용하신 모습대로 아름다운 글 올려주셨네요
글재주가 없은 저로선 부럽기만 합니다 ㅎㅎㅎ
늘 좋은 날 되세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
인간이란 간절함이 있는 존재란 말씀을 부처님께서 하셨답니다. 그래서 수행도 할 수 있다고. 여기 계시는 도반님들 모두 그렇게 느껴집니다. 너무 멋지고 부럽네요. 저도 꼭 더 추워지기 전에 그 보석함에서 쏟아지는 별들로 가득찬 밤하늘을 보며 밤새 행선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평온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_()_
멋진 도반님들의 모습 찬탄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