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여만에 다시 만난 근이녀석.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근이는 발달학교를 2년여 다니면서 올 2월까지 얼굴을 보았던 아이이고 뒤늦게 통합반에 입학하여 적응 중입니다. 특수학교 배정이 필요한 친구지만 특수학교 배정담당자가 하루 이틀 우리 학교에 와서 관찰하더니 일반학교 통합반으로 배정했습니다.
이유는 인라인과 자전거를 너무 잘타서라고 했습니다. 우리 학교다니면 이런 활동은 기본이라 잘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기능이 특수학교 탈락요인이라니 많이 의아하긴 했습니다.
그렇게 뒤늦게 학교에 입학하면서 헤어졌다 다시 만난 녀석. 얼마 전 엄마와의 톡대화에서 폭력성이 심해져서 걱정이라고 다시 보충제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이번에 제주행에도 참가하기로 했는데요, 제가 엄마는 오지말라고 했습니다. 이 녀석 과거에 지켜보았을 때 엄마랑 있을 때 태도가 너무 확연히 달라서였기 때문입니다.
엄마만 보면 뗏장에다 어깃장놓기, 일단 딱 주저앉아서 움직이지 않기, 엄마는 자기가 원하는대로 다 부릴 수 있는 사람, 너무 만만한 대상이라는 인식이 아이몸에 짙게 배어있었고 엄마는 아이에게 늘 절절매는 듯 보였기 때문입니다. 착한 신드롬 전형의 모습이 근이엄마였습니다.
월요일, 아이들과 제주도 비행기에 오르기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 공항에 왔는데 기상악화로 제주행 비행기가 언제 뜰지 알 수 없는 상황. 항공사 직원들은 어느샌가 병원의사들의 말투와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비행기가 언제 뜰 지는 알 수 없다, 뜨더라서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할 수 있다... 수술은 필요하나 언제할 지는 모른다, 수술 중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
공항에서 입원해있는 태균이 생각을 지우지 못하는데 항공사직원의 말투에서 병원의사 말투가 연상됩니다. 그래도 어쩌랴,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도 해결해야 하고 태균이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두가지 과제를 잘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 모두 잘 처리하는 수 밖에.
태균이는 잠시 태균이 아빠에게 맡겼으니 아이들을 예정대로 제주도로 데려가서 예정된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조치해놓고 와야 합니다. 겨우 주어진 1박2일 시간에 제주도를 다녀오려면 마음이 바쁜데 비행기는 계속 연착되고...
연착되는 시간 속에 근이의 경기전조증인 폭력이 나오는데, 공항대기석에서 고스란히 감수하려니 어떤 방어로도 감당하기가 쉽지않았습니다. 일단 대기석과 대기석 사이 바닥에 근이를 앉히고 같이 앉아서 막아보는데 이미 경기폭력은 상습화되어 있어서 물고 할퀴고 꼬집고 발로 차고... 간만에 우리 아이들이 흔히 하는 타해행동의 총집합을 온 몸으로 느낄 수 밖에...
목과 팔에 무수히 남은 멍자욱과 할퀴어진 상처들, 잠시 두 팔을 결박하는 사이 순식간에 고개를 돌려 야수처럼 허벅지를 물어대는데 정말 비명소리가 저절로 터져나왔습니다. 비행기가 연착되는 한시간 반의 시간은 간만의 악몽이었지만 그 와중에 완이가 잘 따라주니 완이가 너무 모범생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녀석 사람 만들어놓았으니 이제 다른 녀석 차례일까요? 제발 그러길 바라며 늘 그렇듯 희망의 서광을 찾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주 목요일 오후, 태균이의 급작스런 입원으로 하루먼저 집에 보내면서 준이보충제를 챙길 겨를이 없어 나흘이나 보충제를 못먹었더니 준이녀석은 틱과 편마비증세가 살짝 드러납니다. 월요일 일찍 데리러갔더니 챙겨주는 사람이 아직 도착 전이라 집에서 입었던 채로 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반바지는 고무줄이 늘어나있어 자꾸 흘러내리고... 정말 총체적 난국입니다. 그래도 이 녀석 정도면 데리고 다니는데 어떠한 어려움이 전혀 없을 정도인데 늘어난 고무줄 바지가 옥의 티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어렵사리 제주도에 도착하니 벌써 두 시가 넘어버리고 이번에 새로 같이 일하게 된 작업치료사 선생님이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살아온 인생이야기, 제주도 정착이야기, 작업치료사라는 좋은 직업을 가지고도 근무하던 병원을 그만둔 이야기, 그리고 우리 아이들 이야기 등등.
제주도가고싶어 하지만 제주도에서의 일자리도 찾고있었던 사회복지사 선생님 한 분도 용인에서 면접본 후 미리 제주도에서 대기하게 한 것도 마치 태균이 입원을 예상이나 한 것처럼 모양새가 만들어졌습니다. 아이 3명에 교사 두명을 쓴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새로 오는 근이를 좀더 밀착해서 변화시키기 위해 비용 따위는 뒷전으로 미루고자 했던 것인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너무 감사한 일이 되었습니다.
모두 태균이와 동갑이거나 더 어린데도 벌써 사회생활 연수가 꽤 되었으니 문득 태균이가 적지않은 나이이구나 싶습니다. 그 선생님들 부모나이가 저보다도 어리니 이제는 정말 부모같은 마음으로 교사들을 대해야만 합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첫댓글 아고 읽는 저는 상상으로도 감당이 안됩니다. 대표님 보면서 문득 제 약한 멘탈이 부끄럽습니다. 아무쪼록 제주살이 잘 진행되길 두 손 모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