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국밥에 앞서 수란이 나온다
음식은 배려다. 비록 소박한 음식일지언정 배려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겨울철 외출하신 아버지를 위해 밥 한 그릇을 아랫목에 이불로 덮어 두었던 것도, 따뜻한 식사를 하게 하려는 어머니의 속 깊은 배려에서 나왔다.
배려는 남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데서 비롯된다. 특히 음식점에서 손님에 대한 배려는 음식 맛을 돋구지만 그 반대는 맛을 떨어뜨린다. 여럿이 간 식당에서 한사람만 음식이 빨리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이 아랫사람이라도 된다면 먼저 수저를 들 수는 없는 일.
잠시지만 음식이 나온 사람도 나오지 않은 사람도 어색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온도에 민감한 음식이라면 금세 맛도 달아난다. 요리사는 음식을 기계적으로 만들어내기만 했을 뿐 먹는 사람의 입장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전날 술이 과했다면 속이라도 달랠 요량으로 콩나물국을 찾게 된다. 뚝배기에 팔팔 끓여져 나오는 걸 먹기는 쉽지 않다.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콩나물은 밥과 따로 놀고 있다. 밥과 콩나물, 국물을 동시에 떠먹을 수 없으니 맛은 반감되고 만다. 이건 배려가 부족한 음식이다.
확실히 다른 전주 콩나물국밥
국밥은 술술 들어가야 제맛이다. 그러자면 너무 뜨거우면 안되고 숟가락으로 단번에 떠져야 한다. 이렇게 제대로 된 콩나물국밥을 맛보고자 한다면 역시 전주로 가야 한다. 콩나물국밥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특별한게 있겠어?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일단 맛을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명성이 괜히 났겠는가?
현대옥, 왱이집이나 삼백집에 비해 외지인에게 덜 알려졌지만 맛은 뒤떨어지지 않는다
전주 남문시장 안에 있는 콩나물국밥 집단촌. 이곳에 현지인이 주로 찾는 현대옥이 있다. 미로같은 시장 좁은 길을 돌고 돌아야 찾을 수 있는 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주방과 경계를 나누고 있는 길다란 스테인리스 테이블과 마주한다. 식탁은 이게 다다. 사람들은 바(bar)처럼 생긴 이 테이블에 한 줄로 앉아 콩나물국밥에 심취한다.
도마는 단순히 요리를 하는 도구가 아니다. 재료를 다지고 썰면서 청각의 맛을 내기도 한다 (아주머니가 사진 찍는 걸 싫어하셔서 칼질하고 있을 때는 사진을 못찍었네요)
이 집의 콩나물국밥이 특히 맛있는 건 시각과 청각에서부터 맛이 고스란히 느껴져 그렇다. 도마와 손님과의 거리는 멀어야 2미터가 채 안된다. 주방을 관장하는 아주머니는 손님이 오면 일단 칼을 세워 밑둥으로 마늘부터 다진다. 다음으로 파를 썰고 풋고추도 썬다. 오른 손목에 파스인지 붕대인지 감겨있는 걸 보면 그 수고로움은 적지 않았을 터.
손쉽게 마늘은 갈아오고 파, 고추는 미리 썰어놓으면 편할텐데도 굳이 고생을 사서 한다. 음식을 만드는데 있어 고집을 부리는 덴 이유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맛이 덜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주 콩나물국밥이라고 해서 다 같은 맛은 아닌 것이다.
지금은 식당에서조차 보기 힘들어진 이 모습을 보면서 손님들은 시각을 통해 또 청각을 통해 먼저 식욕을 느낀다. 단순히 조리과정을 보는 게 아니라 추억을 오버랩 시키기도 한다. 맛객도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렸다. 배가 고플 대로 고픈 저녁, 배고픔을 자극하는 건 부엌에서 들려오는 밥 짓는 소리였다. 도마에다 마늘을 다지는 소리, 채소를 써는 소리, 국이 끊는 소리, 그릇 부딪치는 소리, 상위에 수저 놓는 소리 등등…
기억을 더듬는 새 국밥이 차려졌다.
전주 콩나물국밥 4,000원
멸치와 오징어를 주재료로 해서 뽑은 육수에 김치가 들어가 시원한 맛을 더한다. 방금 막 다진 마늘과 파, 고추는 풍미가 환상이다. 찬 밥을 토렴하였기에 너무 뜨겁지도 않은 국물은 후루룩 국물 채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맛을 돋게 하는 건 콩나물이다. 너무 길지도 가늘지도 않은 콩나물은 길이가 5cm 안짝이면서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때문에 콩나물끼리 엉키는 일 없다. 숟가락으로 떴을 때 숟가락 넓이를 벗어나지 않아 한 입에 쏙 들어간다.
전주 남문시장에서 파는 쥐눈이콩나물 한 통에 12,000원 한다. 한통 사와서 이웃과 나눠먹어도 되지 않을까?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은 일반 콩나물과 차이가 느껴진다. 이 모든 요소들이 포함된 콩나물국밥 한 그릇 비우고 나면 개운한 맛으로 남는다. 새벽에 문 열고 오후 1시 무렵 재료가 떨어지면 문 닫는다고 하니, 제대로 된 콩나물국밥 한 그릇 먹을라쳐도 바지런부터 떨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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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호: 현대옥 전화: 없음 메뉴: 콩나물국밥 4,000원 위치: 전주 남문시장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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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3.17 맛객) |
출처: 맛있는 인생 원문보기 글쓴이: 맛객
첫댓글 전주로 오세요..^^ 카페에 소수 몇분들은 잘 아실겁니다.. 알통이랑 이거 먹으러 갔었는데...................... 흠 ㅡㅡ^
흐흐 현대옥~~~
윽~나 쓰러져요~ㅠ,,ㅠ
이시간에 배고프다..ㅎㅎ
ㅎㅎㅎ 먹고잡다~~~~~~~~~~^^
출장 갔다가 물어물어 삼백집 가서 먹구 뿅갔었는데.. 삼백집과 현대옥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삼백집 국밥은 국밥도 아닙니다.. 전 그냥 준다해도 안 먹습니다.. ㅋㅋ
이런... 여지껏 삼백집에서 국밥 먹은게 자랑꺼리중 하나였는데.. 다음에 전주 갈일있으면 현대옥 꼭 가보구 만다!!
진짜 맛있는데 그 이유가 김 사다가 한참 기다려야 하는데 다른사람들 맛있게 먹는모습 구경하다가 먹어서인지 더 맛있음!! 언제 한번 더 먹으러 가야 하는디~~
나 방금전에 아침먹었는디...이 사진보니까 또 먹고싶네...고맙다 홍구야..^^*
5월12일날 남도투어갔다가 김제지나 전주에 들러 일전에 알통님께서 알려주신 가족회관가서 비빔밥 먹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