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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일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숨어 살 작정이었다. 담부이는 의심하는 것 같지 않았었고 깊게 캐묻지도
않았지만 계속해서 인연을 맺게 된 것이 꺼림직했다. 이런 자와 연고가 없는 주택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었을 텐데 서두르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는 후회감이 어제 왕탐만을 만났을 때부터 몰려왔다.
그러나 저녁에 서미향이 돌아왔을 때 그의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내가 이제까지 몇 번 역경을 겪어오면서 터득한 것이 있다면 끝까지 좌절하지 않는 자만이 활로를 찾
아낼 수 있다는 것이었소.]
소파의 앞쪽에 앉아 묻는 듯한 시선만 보내는 서미향에게 그는 가볍게 말했다.
[이미 벌려진 일이고, 나는 그것을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다른 각도에서 보면 반드시 새로운 길이 있지요.]
[믿고 따를게요.]
서미향이 시원스럽게 말하고는 얼굴을 펴고 웃었다. 서미향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그림자는 이제 보이
지 않았다. 윤우일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받았으며 가끔 한낮에 몸이 부딪쳐도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서로의 몸을 샅샅이 알고 난 사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겠지만 육정만으로도 이렇게 의지하고
믿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다.
윤우일은 서미향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지 않았다. 감정을 굳이 분석한다면 고마움과 믿음까지는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더욱 그렇다. 서미향에게 접근한 이유는 딱 두 가지뿐이었다. 성욕과 서미향의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의도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서미향의 감정이 어떻게 발전되어 가는가는
솔직히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바닷가는 아름다웠어요. 언제 같이 다시 가고 싶어요.]
서미향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그림처럼 아름다웠어요.]
[그래요, 언제 같이 갑시다.]
갸름한 얼굴형에 콧날은 곧고 오뚝 섰으며 반달 모양의 눈을 맑은데다 눈동자는 흑요석처럼 검다.
윤우일은 똑바로 서미향을 바라보았다. 서미향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미인이다. 이제 그림자를 벗어
던진 그녀의 본색이 제대로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알몸은 또 얼마나 매끄럽고 신비로운가? 아이를 낳
은 30대 초반의 여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곡선이 살아 있는 데다 탄력이 뛰어났다.
윤우일의 시선이 얼굴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드러난 무릎 위의 피부에서 발목까지 내려갔을 때 서미향
은 그의 마음을 읽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녁 준비를 해야겠어요.]
그러나 윤우일은 그녀의 두 볼이 붉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반짝이는 두 눈은 그대로 윤우일에게 향해
져 있었다.
그날 밤 윤우일은 거실에서 관리인 메린을 불러들였다. 메린은 스물네 살 처녀로 대학을 졸업한 후 왕
탐만이 운영하는 백화점에 입사했다가 작년부터 시작된 정변과 폭동으로 백화점이 문을 닫게 되자 저
택의 관리를 맡게 되었다. 그만큼 왕탐만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서미향과 나란히 앉은 윤우일이 앞쪽에 앉은 메린을 보았다. 흑갈색 피부에 호리호리한 몸매의 메린
은 윤곽이 분명한 미인이었다. 콧날이 반듯한데다 입술도 야무져서 중국계 혼혈임이 분명했다.
[메린, 왕 사장이 나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던가?]
불쑥 윤우일이 묻자 메린이 동그란 눈을 두어 번 깜박였다.
[그냥 당분간 계실 것이라면서 관리비와 임금은 선생님이 내실 것이라고만 하셨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윤우일이 탁자 위에 놓인 봉투를 메린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한 달치 임금이야. 메린이 내일 아침에 나눠주도록.]
[아직 15일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미리 주는 거야.]
메린이 봉투를 받아들자 윤우일이 말을 이었다.
[내일 아침에 와이프하고 순영이를 데리고 며칠 여행을 떠날 계획이야. 자카르타에서 가까운 쁠라우 스리부로.]
[제가 모시고 갑니까?]
[아니, 괜찮아.]
정색한 윤우일이 메린을 보았다.
[이삼 일 걸릴지도 모르니까 그동안 메린도 직원들하고 쉬도록 해.]
[고맙습니다, 주인님.]
메린이 앉은 채로 머리를 숙여 절을 했다.
[그럼 여행 준비를 하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메린이 절을 하고 방을 나서자 서미향이 윤우일을 보았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아쉽군요.]
[어차피 자카르타는 떠날 생각이었으니까요. 이곳은 교통은 편리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에
요.]
그들은 여행을 떠나려는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도피처를 찾으려는 것이었다.
국내선 여객기를 이용하면 여권 조사는 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 티켓에는 기록을 해야만 되었는데 윤
우일과 서미향은 중국인 가명을 써서 술라바야에 도착했다. 술라바야는 자바 섬 끝 쪽에 위치한 대도
시로 발리 섬이 바로 옆이다.
공항에서 내린 일행 셋은 곧 바닷가의 깨끗한 모텔을 숙소로 정했다. 아직 오전 11시 반이었다.
[그럼 난 배편을 알아보고 오겠소.]
방에 가방을 내려놓은 윤우일이 앉지도 않고 말했다.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점심을 시켜 먹어요.]
[쉬지도 않고...]
걱정스런 얼굴로 문 밖까지 따라 나온 서미향이 주위를 살피더니 윤우일의 가슴에 안겼다.
[미안해요, 우일씨...]
[이번에는 우리 셋이 안심하고 정착할 곳을 찾아낼 거요.]
윤우일이 서미향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롭게 삽시다.]
서미향은 더욱 세게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늦으면 연락하세요.]
[그럴게요.]
마치 아내처럼 서미향이 복도 끝까지 나와 배웅을 했다. 윤우일은 손을 들어 보였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윤우일은 처음으로 이렇게 같이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왔습니다.]
피터슨이 서류를 흔들며 방으로 들어섰지만 오웬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도 이미 모니
터에 떠 있는 기록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옆으로 다가선 피터슨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떠들썩한 목소
리로 말했다.
[자카르타에는 20일 전에 도착했는데 출국한 기록은 없습니다. 지금 인도네시아에 있는 것 같습니
다.]
[여권을 바꿔서 말레이시아나 태국으로 튀었을 수도 있어.]
머리를 든 오웬이 입맛을 다셨다.
[20일이나 지나 발견되다니, 단단히 손을 썼다.]
이명섭이란 이름의 여권이 로마에서 분실신고가 된 것이 바로 어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명섭
은 로마의 한국 대사관에서 분실 확인서를 받은 다음에 서울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국 여행자의 이름
과 여권번호가 모조리 입국되어 있던 CIA의 컴퓨터 분석에서 즉시 경보음이 울렸다.
이명섭 여권은 20일 전에 로마에서 출국하여 자카르타에 입국한 것으로 이미 입력되어 있었다. 여권
은 두 명이 같은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자카르타에 들어간 자가 여권을 훔치든지 샀
든지 해서 사용한 것이었다.
[이놈이 틀림없습니다.]
손가락으로 이명섭의 여권이 뜬 모니터를 가리키며 피터슨이 말했다.
[한국의 위조 여권 사용자는 대부분 조선족으로 목적지가 서울입니다. 위조 여권으로 로마에서 자카
르타로 가는 놈은 없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오웬은 머리만 끄덕였다. 버트 쥰, 한국명 윤우일은 자카르타로 들어간 것이다. 놈은
모험을 하지 않는다. 암살 목표에 차근차근 접근하는 것처럼 치밀하고 확실하게 움직이고 있다.
술라바야에서 북서쪽의 마두라 섬까지는 페리가 다닌다. 다음 날 아침 모텔을 나온 윤우일 일행은 시
내에서 마두라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곧장 항구에 정박한 페리에 실려졌고 30분도 안 되어서 마두라
섬의 까마르 항에 도착했다. 마두라는 동서간 길이가 150킬로미터나 되는 큰 섬이어서 그들이 반대쪽
의 바닷가 마을에 도착한 것은 두 시간 후였다.
[아름다워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서미향이 환한 얼굴로 탄성을 질렀다. 오전의 눈부신 햇살을 받은 흰 모래사장
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짙은 남색의 바다는 잔잔했다. 모래사장 왼쪽은 작은 어촌이었지만 오른쪽
은 그림 같은 별장이 숲 속에 드문드문 세워져 있었다. 순영이 모래사장을 달려가더니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우리가 살 집은 저 쪽이에요.]
윤우일이 턱으로 왼쪽 별장을 가리켰다.
[휴양지의 별장이지. 몇 년이든 살 수 있지만 일 년 계약을 했어요.]
숲 속에 박힌 별장은 2층 양옥으로 테라스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곧장 바닷가에 닿도록 만들어졌다. 옆
쪽 별장과는 1백 미터 가깝게 떨어져 있었고 사이는 숲으로 가려져 있었다. 백인 남녀가 아이들 둘을
데리고 테라스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저쪽 옆집은 영국인으로 아예 저곳을 샀다는 군. 일 년에 석 달을 묵고 간다는 거요. 우리도 마음에
들면 사기로 합시다.]
별장으로 앞장 서 가던 윤우일이 말했다.
[어촌에는 생필품을 파는 가게에다 은행까지 모두 있어요. 오후에 쇼핑을 하러 갑시다.]
[살 것이 많아요.]
서미향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우리 셋만 있게 되었군요.]
윤우일과 시선을 마주친 서미향이 밝게 웃었다.
별장은 목조건물이었지만 튼튼했다. 아래층은 넓은 응접실과 주방, 침실이 두 개 있었는데 화장실에
는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세탁기에다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까지 다 갖추어져 있었다. 그녀는
만족했다.
주방 찬장에서 커피포트를 찾아낸 그녀는 당장 커피를 끓이기 시작했다.
[2층에도 방과 화장실, 거실이 있으니까 순영이도 좋아할 거요.]
소파에 앉은 윤우일이 순영이를 끌어 무릎 위에 앉혔다.
[순영아, 2층은 모두 네 방이다. 가볼까?]
순영을 앞장세워 계단을 오르면서 윤우일이 서미향에게 말했다.
[어촌에서 가정부 한 명을 데려오는 것이 낫겠는데, 어때요?]
[그렇게 하세요.]
서미향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우일 씨가 하자는 대로 다 하겠어요.]
그녀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쁠라우 스리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그놈은 없었어.]
담부이가 앞에 앉은 왕탐만을 쏘아보았다.
[왕 사장, 어떻게 된 일이오?]
[그걸 내가 알겠소?]
눈을 치켜 뜬 왕탐만의 얼굴이 흥분으로 붉어졌다.
[내 생각을 솔직히 말한다면 당신의 위협적 분위기에 놀라 한국으로 돌아간 것 같소.]
[아니, 뭐요?]
담부이도 선글라스를 벗고 눈을 부릅떠 보였지만 곧 털썩 의자에 등을 붙였다. 부질없는 짓인 것이다.
한국인 투자가는 이미 인도네시아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저택 고용원들에게 한 달치 임금을 계산해
준 것을 보면 매너가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쪽이 너무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것도 사실이었다.
정국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자신이 너무 오버했다는 생각이 들자 담부이는 입맛이 썼다.
[참, 그 자 이름이 뭐요? 출입국 관리소에 확인이라도 해봐야지.]
생각난 듯이 담부이가 묻자 왕탐만이 정색하고 자리를 고쳐 앉았다.
[이영준이오. Lee Young Jun.]
담부이가 수첩을 꺼내어 이름을 적는 동안 왕탐만은 저택을 둘러보았다. 저택의 하인들은 다음 달에
모두 내보내고 메린만 남겨놓아야 될 것이다. 하인들의 임금을 줄 형편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끝이 Jun이요? June요?]
담부이가 물었다. 왕탐만은 입술 끝을 희미하게 비틀고는 대답했다.
[Jun이요.]
그러나 그는 윤우일의 여권도 보지 못했다. 윤우일은 자신을 미스터 리라고만 소개했고 왕탐만도 신
분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것은 윤우일이 한 달 임대료 2천 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한 터라 확인하고 자
시고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돈보다 더 확실한 확인방법은 없었다. 담부이가 수첩을 주머니에 넣었
을 때 왕탐만은 정색했다.
[그 자가 아직 인도네시아에 있건 떠났건 간에 당신이 상관할 이유가 있소? 그 자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이오? 다 쓸데없는 일이오. 당신은 내 투자자를 겁줘서 쫓아낸 것이오.]
정국이 혼란상태가 된 이후로 왕탐만이 이런 식으로 담부이를 몰아붙인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담부이가 놀란 듯 눈을 치켜떴다가 곧 입맛을 다시고는 시선을 내렸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름
은 적었지만 이미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저 왕탐만 앞에서 허세를 부렸을 뿐이었다.
[호텔에 이명섭이란 이름의 한국인은 투숙하지 않았습니다.]
피터슨이 자신 없는 표정으로 오웬을 보았다. 그들이 자카르타에 도착한 것은 어젯밤이었다. 이미 20
일도 더 전에 윤우일이 도착한 곳이어서 피터슨은 아예 기대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들은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피터슨은 방금 바로 근처에 있는 CIA 지사에 다녀온 길이었다.
[그리고 출국자 기록에서 이명섭은 없긴 합니다만 이탈리아에서 했던 식으로 새 여권을 얻을 수가 있
을 테니까요.]
[그 놈은 한국으로 돌아간다.]
오웬이 단정하듯 말했다.
[이곳에서 세월을 보낼 리가 없어. 쥰은 지금 한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아예 한국으로 먼저 들어가 기다리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한국에서 그 놈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경우에는 찾아내기가 쉽지.]
입맛을 다신 오웬이 머리를 저었다.
[쥰은 은행에서 사용한 가명만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돈을 인출해낼 수가 있지. 따라서 정상적인 생활
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손을 쓸 방법이 없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윤우일을 잡는 것이다. 한국에서 소재를 파악했다고 치
더라도 한국 법이 있는 이상 공공연히 체포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한국 언론에서 윤우일과 CIA 행
각을 터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머리를 든 오웬이 피터슨을 보았다.
[인도네시아 경찰국과 보안국에다 쥰의 신상 자료를 줘. 정국이 혼란상태라 한국인 대부분이 떠났을
테니 남아 있는 놈들은 얼마 되지 않을 거야.]
피터슨이 머리만 끄덕였다. 오웬이 입술 끝을 비틀고 웃었다.
[부패했지만 파워는 센 조직들이니까 미끼를 던져주도록. 쥰이 미국정부의 공금을 횡령한 놈이라고
하고, 포상금을 2백만 달러쯤 걸어놓으면 움직일 거야.]
[5백 달러만 내시오.]
사내가 손가락 다섯 개를 활짝 펴 보이더니 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1천 달러를 내시면 한 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주 헐값이지요.]
머리를 돌린 윤우일이 모터보트를 훑어보았다. 흰 선체에 조타실 밑에 선실과 주방, 화장실까지 구비
된 30피트 정도의 배였다. 어촌의 바닷가에는 7, 8척의 배가 뭍에 올려져 있었는데 대부분이 이와 비
슷한 크기의 배였다. 별장의 투숙객에게 대여하려는 것이다.
[속력은?]
윤우일이 묻자 사내가 금방 정색하더니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빠릅니다. 시속 30노트는 금방 나옵니다.]
그러면 시속 50킬로미터쯤은 된다. 주위에 둘러선 배의 주인들이 윤우일과 사내의 흥정을 주의깊게
듣고 있었다. 윤우일은 지금 세 번째로 흥정을 하고 있었다.
배들은 크기나 모양, 조건이 다 비슷비슷했지만 첫 번째 배 주인은 임대료로 15일에 750달러를 내라고
했다가 지금은 500달러로 내려갔다.
[좋아. 그럼 한번 시운전을 해보고 나서.]
윤우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소리쳐 사람들을 모으더니 모래사장 위로 배를 밀었다. 배 앞부
분이 바닷물에 반쯤 잠겼을 때 윤우일과 배주인이 배에 올랐고 곧 배는 물에 잠겼다.
[조작 방법은 간단합니다.]
스크류를 물에 담근 사내가 엔진 스위치를 켜면서 말했다. 곧 요란한 엔진음이 울렸고 배는 파도를 따
라 금방 10여 미터쯤 바다 쪽으로 들어갔다.
[나도 알고 있어.]
핸들을 쥔 윤우일이 가속 레버를 당기자 배는 곧 속력을 냈다. 엔진의 떨림이 줄어들면서 탄력을 받은
배는 기운차게 잔잔한 바다 위로 달려 나갔다. 포트워스 기지에서는 총기 조작만 가르친 것이 아니다.
자동차 운전은 물론이고 배와 비행 훈련까지 습득시킨 것이다. 사막에서 직접 바다나 비행장으로 나
가지 않고도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실전과 똑같이 훈련을 받을 수가 있었다. 최고 속력까지 올렸다.
운우일은 핸들을 꺾어 별장 쪽으로 선수를 돌렸다.
[능숙하시군요.]
검은 피부의 선주가 감탄한 표정으로 윤우일을 보았다. 마른 체격에 화려한 무늬의 남방을 입고 손에
는 번쩍이는 금제 롤렉스를 차고 있었는데 가짜였다.
[배는 저쪽에 올려놓으시면 됩니다.]
사내가 별장 아래쪽의 조그만 선착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별장 임대자들이 빌린 세 척의 보트가 이
미 매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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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잘읽고있습니다 감사
감사히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CIA의 끈질긴 추적1
즐감합니다
ㅈ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