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들으며
이 윤 자
오늘도 간절한 하루이다. 날씨는 흐릿하며 당장 비가 쏟아질 듯 속임수를 쓰고 있다.
가뭄과 폭염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저녁 굶은 시어머니 상이다. 시원한 소낙비 한줄기 내려 주렴! 역시 자연에게 애원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 못 이루고 엎치락뒤치락하는데 창밖에서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린다.
온 천지가 흔들리듯 하다.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고 심호흡을 하였다. 손바닥으로 마중하였다. 마음속의 체증이 뚫리듯 시원하다. 비 오는 모습이 대장군 모습이다.
비야 참 고맙다. 참 반갑다. 참 예쁘다. 그리고 사랑한다. 온갖 찬사의 말이 입속에서 연달아 터지고 있다. 너무 간절했던 마음은, 찬사의 마음도 잠시 ‘왜 이제 와서 사람들의 마음을 애태우는 거야 투정을 부리고 있다.’ 몇 시간 동안 비는 정말 시원하게 쏟아지고 있다.
나는 수시로 앞 냇가를 자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곧 이 냇가에 물결이 굽이굽이 흘려가겠지. 냇가에 가득 흘려가는 모습은 늘 희망의 원동력이었다. 네가 흘려가는 길 따라 나도 따라 가보고 싶다. 가는 곳은 어디까지이고, 다시 돌아오는 길은 얼마만일까? 오늘 밤새워 다시 어디만 만큼 흘러갈까? 밤을 새우며 너를 지키고 있겠다. 아침에 앞 작은 냇가에는 가득한 모습으로 도도히 흘러간다. 때로는 춤을 추며 구불구불하다. 오늘 모습이 만족하고 행복하며, 부드러운 마음을 느끼니 잠시 무위자연의 삶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올여름도 연례행사처럼 홍수와 가뭄이 반복될 것이다. 이는 자연이 사람을 다스리는 기본 이치인 것 같다. 풍부하면 귀한 것을 모르고 위기일 때야 깨닫는다. 귀한 것을 아는 사람들의 속성을 자연은 알기 때문에 때로는 고통을 조금씩 주며 조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설거지물, 양칫물, 변기 물, 샤워 물 등 생활 속의 작은 물 아껴 쓰기부터 시작이 될 것이다. 또 기업에서도 할 수 있는 폐수 처리 시설, 수질오염을 줄이는 일은 꼭 지켜나가야 할 기업의 윤리가 될 것이다. 또한 국가에서도 제도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제일 쉽게 생각하고 있는 중수도를 빨리 하여 생활용수,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환경 친화적인 댐을 건설하여 물이 강과 바다로 흘려가지 않게 하는 방법을 등을 정부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밖에도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자원이나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실천을 못 하고 있을 것이다.
제일 실천하기 쉬운 우리 개인들이 앞장서서 실천해야 할 때이다. 이제 모두 상생하는 마음으로 내가 나서고 네가 나서서 실천해 볼 수 있다면 자연의 무서운 위협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 부족 국가는 우리나라만이 해당되지 않는다. 중동 여러 나라와 아프리카의 르완다, 예맨 들 같이 하루 쓸 수 있는 양이 1000㎥ 이하인 국가를 물 기근 국가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남아프리카 공화국, 리비아 등 1000㎥ 이상에서 1700㎥ 이하인 국가를 물 부족 국가로 정의한다. 물 풍요 국가는 물 풍요 국가 물의 양이 1700㎥ 이상인 국가를 물 풍요 국가로 분류하며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있다.
지구표면의 물이 70%이며 우리 몸에도 70%의 물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끝임 없이 물이 있는 다른 행성을 찾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사람의 삶에 물이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만물의 생성과 소멸과 변화의 원리를 자연에 조용히 순응해야 할 것 같다. 요즘 기후변화가 너무 두렵다. 인류 간 너무 큰 갈등 때문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형은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한 하다. 강수량이 계절별, 연도별, 지역별뿐만 아니라 동고서저형으로 하천이 동서방향 또는 남북방향으로 발달되고 급경사이므로 비가 오면 하천의 물이 빨리 증가하고 빨리 흐르는 불리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옛날에는 우리나라 지하수 물맛이 좋다고 한 이유이다. 이런 지형 때문에 물이 모두 강과 바다로 흘러 저장되어 있지 않고 흐르고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댐을 건설하고 중수로로 물을 저장하여 사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부에게만 요구사항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국민 한 사람이 노력하는 결과로도 큰 성과를 볼 수 있는 조그만 일도 네 편 내편하여 정부가 국가의 전체 발전을 하지 못하도록 저해하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오점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지 후퇴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하고자 한다. 이제는 정부차원에서 지구 차원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시 나도 비가 와 주어 한숨 돌렸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돌아보니 나무 잎도 나풀대며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자연이 자연을 살려주고 그 자연이 또 우리를 살려준다. 낮은 곳으로 흐르다 막히면 돌아가는 물의 융통성에 감사한다. 아직도 절수에 익숙하지 않은 물을 받아놓고도 수도꼭지를 확 돌린 다음 스스로 각성의 의미로 머리를 한 대 때려 준다. 그래도 몇 칠전보다 조금 낳고 어제보다 더 낳아진다. 남들이 걱정하니까 나도 걱정이 된다. 이렇게 동화돼가니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발전하는 모습이니까! 솔직히 글을 쓰니 사명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동서양의 개념의 차이는 서양인들은 타인의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고 우리는 보편적인 것을 선택한다고 한다. 서양인들의 개념은 창의적이며 발전 지향적이기 때문에 자만심과 교만할 수 있을 것이다. 보편성의 장점은 사회적인 안전성을 도모한다고 한다. 즉 남이 하면 내가 따라가고, 내가 하면 남이 따라가는 관습이라고 할까?
물 교육도 선진국은 직접 행동을 취하는 교육을 하고 우리나라는 교육을 말로 행하므로 그 효율성이 낮다고 한다. 하지만 장점과 단점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우리도 장점이 많은 국민이다.
비가 시원하게 쏟아져 마음이 훨훨 날아갈 것 같다. 바람소리의 촉각, 푸른 나뭇잎의 시각, 쉬엄쉬엄 오는 빗소리의 청각까지 나를 들뜨게 하고 있다. 세상 모두를 다 이해하고 모두를 다 감싸 안을 수 있을 것 같다. 앞 냇가에서는 지금도 물소리 시원하게 들려온다. 마무리 짓고 빨리 나아가 함께 흐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