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생끄(Le Cinq)
미슐랭 투 스타가 된 르 생끄....
다른 레스토랑이라면 별 두 개도 영광이겠지만,
르 생끄 입장이라면 어떨까요. 치욕일까요?
왜 쓰리 스타였던 레스토랑 르 생끄는 별 하나를 빼앗겼을까요?
파리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따이유방이
별 두 개로 강등되리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예견되었던 일이었죠.
라 뚜르 다르장이 별을 상실할 때도 미식가들은 별 이견 없이 받아들였답니다.
파리를 상징하는 호텔 중 하나인 조르쥬 생끄 포 시즌 호텔의
르 생끄가 별 두 개가 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미슐랭의 판단 기준이 궁금해집니다.
저녁 때 가서 먹기에는 최소한 300유로 이상 들어가니,
점심 때 시간과 돈이 되면 한 번 찾아가서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요?
시작은 조개 관자와 크레송, 그리고 캐비아였어요.
(Chibouste of watercress and shellfish with caviar)
조개 관자 위에 캐비아를 약간 얹었죠.
전체적으로 야채들이 많아서 식감이 깔끔했어요.
소스에 대한 부담도 없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기에도
편안한 느낌이었죠.
메인으로는 오리고기를 주문했답니다.
(Roasted Duclair duck with fennel and cherry, kriek sauce)
껍질은 따로 벗겨내고, 로제로 살짝 구웠어요.
오리고기의 육질은 최상급,
그리고 굽기도 워낙 잘 구워서, 아주 부드러웠답니다.
체리로 장식을 했는데, 어찌나 앙증맞던지~~
프랑스에서 오리고기를 먹다 보면,
정말로 재료를 잘 다룬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맛있어’라고 표현하는 듯한,
색감과 질감을 보시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나오는 순간, 이건 맛있을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직감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일까요.
이어지는 디저트들입니다.
구운 복숭아에, 바닐라 향이 가득한 아이스크림, 싱싱한 딸기~
최고급 식당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디저트랍니다.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주전부리 감이 계속 이어지죠.
과일을 구워도,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도,
하나 같이 신경 쓴 게 역력해 보입니다.
그리곤 마무리 케이크 한 조각~
마신 와인은 도멘 장 마르끄 부아이요(Jean Marc Boillot)의 볼네(Volnay),
2002년 산이었어요.
볼네 와인답게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함이 있어서 오리 요리와는 잘 어울리죠.
부아이요는 부르고뉴에서 지속적으로 세를 확장시키고 있는 집안이기도 하죠.
장 마르끄는 뽀마르에 기반을 두고 와인을 만들며,
형제인 장(Jean)은 볼네에서,
사촌인 뤼시앙(Lucien)은 쥬브레 샹베르땡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지요.
또한 도멘 에띠엔 소제(Etienne Sauzet)의 제라르 부도(Gerard Boudot)는
장 마르끄 부아이요의 매부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와인을 만들지만,
저마다 명성을 쌓으면서 부아이요 가문의 다양한 스타일들을 보여주고 있죠.
와인 병은 오픈해서
옆에 두었다가 손님들이 마시는 걸 보면서
약간씩 서빙을 해주죠.
미슐랭 쓰리 스타 레스토랑들에서의 저녁식사는
웬만큼 지갑이 두껍지 않고는 감당하기가 어렵죠.
플라자 아떼네 호텔에 있는 알랭 뒤까스(Alain Ducasse)나 아르페쥬(Arpege),
혹은 삐에르 가녜르(Pierre Gagnaire)에서 저녁을 먹으려면
1인당 300유로 이상은 감안해야 합니다.
게다가 남자 손님에게 주는 메뉴판에는 가격이 있지만,
여자 손님용 메뉴판에는 가격이 적혀있지도 않지요.
같이 간 여자 파트거나 맛있는 음식을 시킬수록
간담이 싸늘해지는 남자들이 적지 않을 거예요.
여자야 당연히 가격을 모르니 남자의 속마음을 알게 뭐겠습니까? ^^;
여기에 식사에 어울리는 적당한 와인을 주문한다고 치면,
두 사람 한 끼 저녁식사에 150만원 정도 들어갈 가능성이 크지요.
점심 메뉴들을 보면 르 생끄에는 75유로짜리가 있고,
아르페쥬에 130유로, 삐에르 가녜르에 95유로 메뉴가 있지요.
처음부터 미슐랭 쓰리 스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게 아니라,
미리 점심을 먹으면서 익혀두면 나중에 저녁 때 간다 해도 큰 어색함이 없을 거 같네요.
와인도 100유로 정도면 고를 수 있는 괜찮은 아이템들이 꽤 있고요.
점심은 최고급 식당에서 폼 나게 즐기고,
저녁은 저렴하면서도 프랑스다운 식도락을 만끽할 수 있는 식당에서 먹는 것도
파리 여행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화려한 인테리어,
깔끔한 테이블 세팅입니다.
르 생끄는 샹젤리제에서 가깝답니다.
그 동네에서 조르쥬 생끄 호텔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개선문에서 꽁꼬르드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에 있는
루이 뷔똥 매장을 끼고 조금만 들어가면 되죠.
그래도,
주소: 31, Av. George V
전화: 01 49 52 71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