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칼] 대지않고 자궁근종 치료
카데터 넣어 혈류 차단 … 종양 부피 70% 줄어
칼(메스)을 대지 않고 카데터(도관)만으로 치료하는 중재(인터벤션) 시술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인터벤션의 대표적인 시술은 간암색전술과 뇌동맥류 코일 색전술. 암세포의 영양 공급로인 혈관을 차단하거나 꽈리처럼 부풀어오른 뇌혈관에 코일을 넣어 뇌출혈을 사전에 예방한다. 최근엔 부인과와 비뇨기과에도 이 시술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인터벤션 전문병원인 민트영상의학과 김재욱 원장은 지난달 초 국내에서 개최된 ‘아태인터벤션국제학회(APCCVIR) 2010’에 참석, 1000여 건의 자궁근종 색전술과 정계정맥류의 치료 성과를 소개했다.
자궁근종 색전술도 간암색전술과 원리가 같다. 종양을 먹여 살리는 혈류를 차단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 근종이 자연 괴사하도록 만드는 것. 시술은 간단(?)하다. 오른쪽 사타구니를 2㎜ 정도 째고, 주삿바늘 정도의 미세한 관을 근종으로 이어진 혈관에 집어넣어 혈류를 차단하는 것이다.
종양 덩어리의 지름이 10㎝ 미만이거나 다발성 근종이 시술 대상. 김 원장은 “15㎝ 정도 되는 근종도 시술하지만 괴사한 조직이 클 경우 주변 장기를 압박해 치료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효과는 고무적이다. 평균 6개월에서 1년 새에 괴사한 종양 부피가 70%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종양 크기는 서서히 축소되지만 출혈이나 통증 등 증상은 시술한 지 얼마 안 돼 사라진다. 이 시술의 가장 큰 이점은 수술 후유증을 줄이고, 자궁을 보전할 수 있다는 것.
자궁근종 색전술의 효과는 해외에서 오래전에 평가됐다.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는 2008년 8월 Practice Bulletin(산부인과 의사에게 권하는 임상지침서)을 통해 자궁근종 색전술 치료를 ‘레벨A 치료’로 지정했다. 치료 결과를 장·단기로 분석한 결과 자궁근종 색전술이 자궁을 지키려는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로 입증됐다는 것이다.
비뇨기 질환인 정계정맥류에도 인터벤션 시술이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계정맥류는 고환 주변의 정맥이 늘어나는 질환. 구불구불한 정맥이 증가하면 고환의 온도가 올라가 정자의 운동성과 숫자를 떨어뜨린다. 불임 남성의 35%에서 정계정맥류가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
정계정맥류 색전술은 이런 환자에게 가는 관을 집어넣어 정맥을 막는 방법이다.
김 원장은 “과거 정맥을 잘라내는 수술 방식과 비교해 볼 때 안전하고, 통증도 거의 없다”며 “당일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