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비유인평산신씨 신위
-축문.2024
그제 돌아온 벙어리뻐꾸기에게 다른 세상의 머나먼 안부를 물어보는 오늘은, 서기 2024년 4월 20일이라, 어머님 돌아가신 후로 네 번째 제사를 올리는 날이니, 실로 세월이 무참하다 할 뿐이옵니다.
이에 불초한 자식의 이름으로 향불을 올리며, 어느 곳에 계신지 차마 알 수 없는 어머님을 아버님과 더불어 하늘에 외쳐 모시오니, 향연이 이르는 길로 부디 따라오시어 이 앞에 나란하소서.
세월이 아무리 그 차례를 더하여 바뀐다 한들, 가신 날 다시 오니 그리움은 하늘 끝에 이르고, 멀리 느끼는 마음을 글로 적고자 하니, 어찌 그 마음에 끝이 있사오리까. 다만 이승의 안부를 짧게 올리오니 너그러이 들어주소서.
당신의 손녀딸 가을이가 지난 해 여름 쌍둥이를 얻어 오랜 마음 고생을 덜었으니, 오로지 어머님과 아버님의 음덕으로 여기옵거니와, 증손녀딸 하율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나날이 대견하게 자라가니, 두 분께서 살아계실 양이면, 이 또한 얼마나 큰 기쁨이시오리까. 부디, 어느 세상에선들 한껏 축복을 내려주시기 엎드려 바라나이다.
이렇듯 이승사를 간추려 아뢰며, 간단한 제수 곁에 맑은 술 한잔을 차와 함께 올리오니, 부디 넉넉히 흠향하시어 이 자식의 불초함을 어루만져주시기 바라옵니다.
어머님 아버님을 뵐 수 없으나, 감히 헤아릴 길 없이 깊은 세상에서의 복락과 평안하심을 저 하늘과 땅 가득히 발원올리나이다.
거듭 삼가서 한잔을 더 채워드리며, 저희 내외는 나란히 상향의 절을 올리옵니다.
-2024년 4월 20일 이른 아침에 불초 자식 상일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