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군위 부계면`효령면 일대, 누런 황토와 잿빛 암석을 드러낸 공사 현장이 곳곳에 보였다. 전원주택 단지 조성을 위한 토목공사였다.
이 일대에 최근 전원주택 붐이 일고 있는 것은 ‘팔공산터널’ 효과다. 팔공산터널은 칠곡 동명면과 군위 부계면을 잇는 국가지원지방도 제79호선에 위치한 길이 3.7㎞ 터널. 군위에서 대구 동구와 맞닿은 대구은행 연수원 진입로까지 직결된다.
내년 이맘때쯤엔 개통될 예정으로, 대한민국에서 여덟 번째로 긴 터널이다. 터널 개통에 따라 한티재 21.3㎞ 고갯길이 14.2㎞로 줄어들며, 자동차 주행시간은 36분에서 12분으로 단축된다.
대구와 인근 경북의 시군이 빠른 속도로 경계를 허물고 있다. 내년을 기점으로 대구와 경북 중`남부권을 하나의 생활경제 권역으로 만들 도로와 철도`도시철도 등이 개통하거나 속속 착공에 들어가면서 대구경북의 신(新)동거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팔공산 생활권 시대 개막
군위 부계면, 효령면 등 팔공산 일대는 팔공산터널 개통을 앞두고 전원주택지로 급부상, 주택허가 건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군위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부계 창평`동산리와 산성면 삼산리, 효령면 고곡`매곡리 등 팔공산 권역에는 주택을 지으려는 대구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실제로 이달 기준으로 군위군은 총주택허가 건수 497건 중 348건을 팔공산 권역에 내줬다. 2012년에는 367건 중 240건, 2013년엔 388건 중 262건, 2014년엔 424건 중 304건, 지난해엔 543건 중 381건이 팔공산 권역이었다.
팔공산 자락의 효령면 마시리 산 132번지 일대엔 경북대학교 교수촌이 들어섰다. 지난해 113가구가 입주해 유럽의 전원주택을 연상케 하고 있다.
부계면 창평리 산 107번지와 부계면 대율리 산 5번지에는 각각 39가구, 34가구 규모의 전원주택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다. 효령면 중구리 산 21번지에는 24가구가 조합을 구성, 전원주택을 신축하기 위해 신규마을 선정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팔공산터널이 뚫리면 군위군 부계면에서 칠곡군 동명면을 거쳐 대구로 순식간에 들어간다. 대구 생활권이 되는 것이다.
대구로 향하는 도로 여건은 더 나아질 전망이다. 군위군은 앞으로 경상북도, 대구시 등과의 협의를 통해 칠곡군 동명면에서 대구 북구 조야동을 바로 연결하는 도로 개설을 추진 중이다.
이 도로가 개설되면 군위군 부계면은 경산`영천`칠곡`청도와 함께 대구권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팔공산터널 개통은 의성군 동부지역인 금성`가음면, 춘산면, 청송 일부 지역과의 교류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군위군은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공사 중인 영천∼상주 구간 민자고속도로 부계나들목이 신설되는 것도 전원주택단지 급증 등 군위의 변화를 몰고 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팔공산터널’ 개통과 함께 대구와 군위 경계에 집 짓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등 '팔공산 생활권'이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심각한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군위가 팔공산터널 개통을 통해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구미`대구`경산 단일생활권 시대
내년엔 구미`경산 등 경북 중`남부권과 대구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역으로 연결하기 위한 대구권 광역철도망 건설 사업도 닻을 올린다. 기존 경부선 여유 용량을 활용해 구미~칠곡~대구~경산 간 61.85㎞를 전철망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경북도는 내년 예산으로 178억원을 확보했으며 기본 및 실시설계를 내년 중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대구경북 상생협력 사업의 1호로 꼽히는 대구권 광역철도망 사업은 경부선 일반철도(새마을`무궁화)를 출퇴근용으로, 도시철도처럼 운영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오는 2019년까지 총사업비 1천197억원(잠정)을 들여 구미에서 경산까지 총연장 61.85㎞에 달하는 철도망을 구축하며, 기존 경부선 철도 구간(구미∼동대구∼경산)을 개량해 사업비를 최소화한다.
이 같은 대구권 광역철도망 사업은 교통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구미~대구~경산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역할을 한다. 구미~경산까지 운행 소요시간은 43분으로 기존보다 6, 7분 단축할 수 있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대중교통 수준의 요금제를 도입해 일반열차보다 훨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대구권 광역철도망이 개통하면 구미공단, 경산 진량공단 등지 출퇴근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궂은 날씨 등에 영향을 덜 받는 통근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더 많은 우수기업체와 고급 인력을 유치, 대구와 이웃 경북 지자체가 윈윈할 수 있는 동반성장 효과가 기대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대구권 광역철도망은 장기적으로 김천과 구미, 경산과 영천, 경주, 포항뿐 아니라 경남까지 연결하는 대역사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대구경북 광역경제의 외연을 확장하고, 광역도시 간 대중교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구역 경계가 사라진다
2019년엔 지난 1987년 계획 이후 지난 30여 년간 추진돼온 대구 4차 순환도로 건설까지 완공의 결실을 맺는다. 4차 순환도로는 수성구 범물동~동구 안심~칠곡 지천~달서구 성서 산업단지~상인동을 잇는 총 연장 65.3㎞, 왕복 6~8차로 도로다.
현재 대구 성서공단(대천동)과 칠곡 지천IC(4차순환도로)~안심을 잇는 마지막 구간 공사(총연장 32.42㎞=경북 8.28㎞, 대구 24.14㎞)가 한창이다.
오는 2021년엔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구간(8.7㎞)도 개통한다. 대구시는 지난달 18일 안심역(동구 괴전동)과 하양역(경산시 하양읍)을 연결하는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건설사업’ 설계에 착수했으며, 내년 12월 공사 발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총사업비 2천672억원(국비 70%) 가운데 국비를 제외한 지방비는 대구시가 32%, 경북도`경산시가 68%를 각각 분담한다.
이 구간이 개통하면 도시철도를 이용해 안심에서 하양까지 1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다. 경북도와 대구시는 경산권 13개 대학과 진량공단 등 1천600여 개 기업의 근로자 등 2만여 명의 교통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대구혁신도시와 첨단의료복합단지, 경산지식산업지구 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