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무지가 아이들을 비만으로 내몰고 있다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 l 나가오 가즈히로 지음
최근 빈곤과 비만의 상관관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야간 고등학교의 의료 업무를 위탁받은 학교의로서 매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건강 검진을 실시하다 보면 비만 학생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곤 한다. 아이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살이 꼈을까? 때로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학생도 있다. 비만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는데 특히 아이들에게는 '대물림 되는 잘못된 생활습관'이 심각한 문제다. 비만 체질은 단순히 유전적 요인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살찌기 쉬운 생활습관을 이어받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빈곤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소득이 낮을수록 비만율이 높고 소득이 높을수록 비만율이 낮은 현상은 외국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결국 빈곤이 비만을 부른다는 뜻 인데, 빈곤이라는 말은 '무지'라고 바꿔 말해도 의미가 통한다.
무엇이 건강을 해치는지 모르기 때문에 잘 걷지 않고 정크푸드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세대 소득이 낮을수록 운동을 멀리하고 채소 섭취량이 적으며 비만 여성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 가난과 비만의 되물림
당신은 자녀에게 비만을 되물림 하고 있진 않나요?
부모가 건강에 무지하면 아이들도 부모와 똑같은 생활방식을 물려받는다. 그 결과 아직 고등학생인데도 100킬로그램이 넘는 비만에 이르거나 생활습관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정환경이 아이의 운명을 결정짓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건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는 최근에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내가 학교 의료 업무를 위탁받은 야간 고등학교에서는 약 10년 전 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건강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덕분에 특별 수업이라는 형식을 빌려 1년에 여러 번 학생들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얻는다. 이렇게 건강 수업이 많아진 계기는 어느 해의 건강 검진이었다. 아직 만으로 열다섯 살에 척추가 휜 아이, 외국에서 마주칠 법한 초고도비만 체형인 아이, 이미 생활습관병이 진행된 아이를 진단했다. 눈앞에서 이러한 결과를 확인하니 1년에 한두 번으로는 부족하다. 본격적으로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이 수업 횟수를 늘리게 됐다. 자원봉사로 진행하는 수업이지만 아이들의 장래를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무지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동네 의사로서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낀다.
마음 같아서는 유아기부터 건강 수업을 도입하고 싶지만 당장 실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초등 교육 과정부터 '건강'이라는 과목을 만들어 '비만이 왜 나쁠까?' '어째서 비만이 생길까? 등을 철저히 가르쳤으면 한다. 물론 갇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건강 수업에서 다뤄야 할 것이다. 체육 수업과는 별도로 걷기 수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한 시간 동안 그저 걷기만 하는 수업을 만드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충분히 걸으면 걷기의 즐거움에 자연스럽게 눈을 떠 걷기를 습관화하기도 쉽다.
걷기를 잊고 살다 보면 비만도가 높아져 메타보 검진에서 관리 대상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치료를 위해 의사에게 약을 처방 받지만 차도가 없다는 느낌에 흐지부지 복용을 중지하고 그대로 중년이 된 후에는 뇌경색이나 심근경색을 일으켜 갑자기 쓰러지거나 암 이나 치매가 발병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일의 근원인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대책은 역시 걷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