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혜 시인.
제29회 원주문학상 수상자로 최인혜(65) 시인이 선정됐다. (사)한국문인협회 원주지부(지부장: 신을소)는 최 시인의 첫 시집 ‘바람난 개나리’ 수록 작품 ‘독백’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시와 예술을 긍정하는 열정이 넘치는 시집”이라며 “외화되지 않은 내면의 정서를 해바라기와 바람에 투사해 ‘좋았다고’, ‘외롭지 않았다고’ 삶의 능선을 한참 오른 뒤에야 혼자 되뇌이는 시인의 감성을 높이 샀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산고를 겪는 여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표현이 담긴 ‘지독한 짝사랑’이나, 낮 동안의 아픔을 어두운 밤의 별로 승화시킨 ‘밤 사이’도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원주문학상이라는 큰 영광을 주신 심사위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는 최 시인은 “맑은 눈, 고운 입, 뜨거운 가슴이 제 시를 추동하는 동력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쉼 없이 정진하겠다”라며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성으로 위로와 작은 행복을 주는 시를 쓰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원주 출신으로 신원주공인중개사 대표, 박경리전국시낭송대회 대회위원장, (사)한국문인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2011년 순수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지난 5월 본인의 첫 시집 ‘바람난 개나리’를 펴냈다.
독백/ 최인혜
참 웃긴 거 알아
해바라기 곁에 서성이는 바람 말이야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고 있고
바람은 해바라기 주변을 서성이고,
사실은
바람이 해바라기 주변만 맴도는 건 아닐 거야
이리저리 왔다가 해바라기 주변에 머무는 것인지도
해바라기는 말이야
늘 한 곳만 향하는 듯하지만
자기를 향해서 밝음을 주는 쪽을 향해 있는 거야
해 바라기 하다 꽃잎이 떨어지고
씨앗이 익어 갈 때쯤
해바라기는 말하지
너를 기다리다 난 속이 까맣게 썩었다고.
바람은 말하지
너에게 다가가기 위해 난 거칠고 험해졌다고
차운 바람이 부는 어느 날 해바라기는 중얼거리지
네가 있어서 참 좋았다고
바람도 답하지
네가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다고.
「독백」 전문 인용
자기 모습을 해바라기에 투영해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해바라기를 흔드는 바람과 해 바라기 하는 해바라기의 모습. 아마 해바라기는 자기를 향해서 밝음을 주는 쪽을 향해 있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밝음을 주는 쪽이라는 문장에 주목해 읽는다. 내가 밝음을 향해 있다면 누군가가 나를 밝음이라고 인식하고 나를 향해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 사는 일은 대개 그렇다. 내가 밝음을 의지하고 살 듯, 누군가 나의 밝음을 인식하고 사는 주고받는 밝음의 온기가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법이다. 공존, 공생이라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삶의 진리는 이렇듯 내가 인식하든 하지 못하든 적정한 배열을 유지하며 사는 법이다. 해바라기는 속이 까맣게 썩고, 바람은 거칠고 험해졌다고, 하지만 그 모든 고통의 시간이 결국 외롭지 않게 만든 시련의 계절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존재론적인 측면에서 네가 존재함으로 내가 존재한다는 공존의 의미는 무척 큰 무게를 갖고 있다. 서로 도와서 함께 있는 것을 공존 共存이라고 한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때론 그 더불어의 상대방이 곤혹스럽게 하고 아프게 한다 해도 결국 그것은 우리들의 생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시제를 독백이라고 한 것이라는 심증이 든다.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