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혈압약 느티나무
마을 어귀의 정자나무의 그늘은 언제나 시원하고 정겹다. 산들바람이 살며시 달보의 볼을 어루만진다. 그러나 달보는 소슬바람처럼 느낀다. 마음이 무겁고 을씨년스럽다.
달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남 못지않게 열심히 살아왔고 한눈을 팔지도 않았다. 오로지 처자식을 위해 하루하루 숨가쁘게 살아온 나날이었다. 이제 자식들은 장성하여 제 갈 길을 찾아 떠났다. 남은 것은 옆지기와 자신 뿐이었다. 이제서야 한숨을 돌리고 살만한 세상이 되려나했다. 그러나 달보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린다.
'가을은 볼 수 있겠지?'
절로 눈가에 이슬이 고인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쉽지가 않다. 삶의 집착은 어쩔 수없는 미련으로 달보의 가슴을 짓누른다.
푸르르게 설익은 느티나무의 열매들이 달보의 시야에 들어온다. 뒤를 돌아 낙락장송처럼 버티고 있는 느티나무를 올려다본다. 부러운 시샘의 눈길로 느티나무를 쳐다보았다. 수백 년을 버티고 있는 나무가 부러웠다. 더도 덜도 아니었다.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고 나면 옆지기와 한 세상 재미나게 살다가고 싶었다. 그러나 운명은 야속하고 매몰찼다.
심술궂은 영감탱이의 얄미운 볼따구마냥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혈압과 당뇨가 있다해서 성실하게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서 금연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폐암이라니..
치렁거리는 느티나무가 왠지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았고 모질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느티나무는 오래 전부터 마을을 수호하는 상낭나무로 많이 여겼다. 느티나무는 충분히 신이 될 자격이 있는 나무다.
느티나무는 이뇨, 해열, 강장, 악성종기, 부종, 결핵, 두통 그리고 안질의 일종인 목비혈정맥(눈에 실핏줄이 튀어나오는 증상)의 치료제로 써왔다. 그리고 임산부의 복통을 멎게 하며 어린아이나 노인의 적리(여름에 쉽게 걸리는 장염의 일종. 흔히 피똥을 싼다는..)에 탁월한 효능을 지녔다.
느티나무의 껍질에는 항암성분인 카달렌이 함유되어 있어 폐암을 치료하고 좁쌀 같은 작은 열매는 혈압을 조절한다.
이른 봄 느티나무의 어린 순은 떡을 쪄서 먹었고 잎은 계유라해서 잘 낫지 않는 장창(종기)의 치료제로 써왔다.
종기를 치료할 때 잎을 짓찧어서 종기에 살짝 상처를 낸 후 붙여준다. 껍질은 음건하여 보리차처럼 끓여 따근하게 복용하면 폐암에 좋다. 두통에 잘 듣고 이뇨작용도 하며 복통에도 잘 듣는다.
씨앗은 덜 익은 늦봄의 것을 음지에 바싹 말려서 쓴다. 가을에 떨어진 열매는 그대로 쓰면 된다. 가루를 내어 물에 타서 장복하면 혈압을 조절한다. 이 느티나무의 씨앗을 쓰면 혈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관심조차 주지 않고 생각없이 그냥 밟곤 한다. 가을에 느티나무정자 아래에 가보라. 혈압약이 막 굴러다니고 있다.
약초연구소 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