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오세훈 시장이 2022 장애인복지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시
장애인 부모와 만나 조례 공포 의지 재확인
접점 못 찾아 행정소송 등 법정다툼 불가피
[소셜포커스 윤현민 기자] = 최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탈시설 지원조례’ 여진이 심상찮다. 오세훈 시장이 재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반대측 장애인부모 단체와 만났지만 접점 없이 기존입장만 되풀이했다. 또, 시설 신규입소 및 설치 약속도 입법사항이라 장담할 수 없다. 되레 오 시장 권한 밖의 ‘입에 발린 소리’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 부모회(부모회)는 27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그 이유로 우선 장애인복지법 저촉 문제를 들었다. 부모회는 오 시장과 면담자리에서 “장애인복지법 제4조 제3항에선 장애인은 장애인 관련 정책결정 과정에 우선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돼 있는데, 서울시의회는 탈시설조례 제정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참여권을 무시하고 의견수렴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탈시설지원조례 골자는 탈시설장애인과 그 지원체계를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것으로, 결국 장애인복지시설을 점차 줄이는 추세로 될 것이어서 국회에서 법률조차 아직 제정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 명백히 장애인복지법 제57조 제1항의 명문규정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탈시설민관합의기구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부모회는 “탈시설민관협의체 위원장을 현 프리웰 이사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로 했고 지원주택사업자(탈시설 이익단체)들로 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위원장은 직접 프리웰 향유의집을 시범사업소로 지정하고 탈시설 을 진행했는데, 장애인퇴소동의서 위조 등이 발견돼 현재 관련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이 진행 중”라고 말했다.
이어 “시설당사자로는 시설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업자인 전장연이 참여했고, 시설보호자로 재가장애인 단체인 부모연대가 참여한 것은 중증장애인에 대한 의견수렴을 배제하고 구성한 것이어서 장애인복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오 시장은 해당 조례 재의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A씨는 “오세훈 시장은 최초 조례안의 문제점을 완화시켰기 때문에 서울시가 충분한 토론을 거쳐 재의결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며 “또, 탈시설조례가 탈시설을 강제로 이행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시설은 시설대로 기능을 보강하고 부모들이 원하는 신규입소와 신규설치도 가능하게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증장애인 이용시설 신규 설치 등은 입법사항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나서 함부로 약속하고 장담할 게 아니다. 또, 지난 정부가 탈시설지원로드맵에서 밝힌 정책기조이기도 하다.
지난해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는 제23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도록 장애인의 온전한 자립을 뒷받침 하겠다”며 “거주시설 신규 개소를 금지하고 거주인 자립생활을 촉진할 수 있도록 거주시설 변환을 단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일각에선 정치 시장 특유의 입에 발린 소리란 지적이다. 한 시민활동가는 “입법정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을 당장 실현시켜 줄 것처럼 공수표를 남발하는 건 정치 성향이 강한 지자체장 특유의 화법”이라며 “시정 운영 책임자에 걸맞는 말과 행동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쌓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탈시설은 찬반이 대립해 온 사안인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취지”라며 “앞으로 시는 여러 담론을 균형있게 반영해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지원과 사회적응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했다.
한편, 부모회는 법률 검토를 거쳐 이달 중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무효 확인 등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