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은 일종의 유창성 장애다. 말소리나 낱말을 여러번 반복하거나 말이 막혀서 다음 말로 진행하지 못한다. ‘하하하하, 합격’과 같이 한 음을 길게 끌어서 다음 음으로 연결하는 경우, 아빠를 부를 때 ‘아’ 소리만 내고 ‘빠’ 소리를 못낸 채 입을 다무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말을 더듬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서 말하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생기는데, 이로 인해 가볍게 입술을 떨거나 얼굴 근육이 경직되고 발을 구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다양한 탈출 또는 회피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말더듬으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직장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며 사회 생활에 문제를 겪는 사람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A(34) 씨는 대학 졸업 후 한 중견기업에 입사해 1년정도 근무했다. 하지만 말더듬 때문에 사표를 내고 퇴사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5~6년간 구직활동을 계속했지만 말더듬으로 인해 번번이 입사에 실패했고 결국 자신감 결여로 자발적으로 사회 격리를 택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중ㆍ고교생 가운데 말더듬으로 또래집단과 어울리지 못하고 왕따 등의 피해를 겪는 경우도 언어치료학계에 속속 보고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말더듬과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는 치료나 해결이 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인식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말더듬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하는 각종 잘못된 대처는 증상 악화라는 결과도 초래하고 있다. 안종복 가야대 언어치료학 교수(한국언어재활사협회 이사)는 “치료센터를 방문해 말더듬이 호전됐지만, 학교로 돌아간 후 교사가 말더듬 학생에게 발표를 시키면 해당 학생의 공포는 극대화되고 다시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인 말더듬 환자의 경우 최소 1~2년에 걸친 장기 치료가 필요한데도 다른 점을 인정않는 사회 분위기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치료를 중도 포기하기도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말더듬으로 인한 소통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안 교수는 “미국의 경우 말더듬 치료사의 60%가 학교에 배치돼 말더듬 학생에 대한 치료 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사의 교육까지 담당하며 인식을 개선시키고 있다”며 “한국도 이를 벤치마킹해 말더듬 환자들을 조기 치료하고, 사회적 인식 부족에 따른 2차 피해를 막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국내에서는 아직 말더듬에 대한 연구가 미비한 만큼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헤럴드경제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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