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여름날이 좋다.
장마철은 습하고 덥다고 하며 무더위는 또 더워서 짜증 난다고들 하지만,
해마다의 염천지제(炎天之際)에도 아랑곳없이 주야장천 따뜻함만을 고집
하며 그 흔한 에어컨들도 사각지대만 찾아 앉고 회피하는 기동성은 차량 내에서도 어김없이 인색하니 참으로 대단함인가 여타의 부족함인가? ㅋ
연일 장마철 날씨로 인한 꿉꿉한 불쾌지수 또한 너나 할 것 없는 이래 요 며칠 이래 그것도 두 번씩이나 웃지 못할 해프닝이라기엔 다소 안중에도 없는 무시함의 연속이었던 사연인즉,
나름대로 규모 있고 정성해 보이는 브랜드 카페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와 함께 커피를 주문해 본다.
평소 차가운 음료 또는 아이스커피라고는 가까이해 본 적이 없는 터,
커피라는 목적성 주어의 앞뒤에는 어김없이 큰소리로 따뜻하기와 hot을 연발하면서 그것도 가능하면 더 뜨겁게를 연창하면서 말이다.
한참 후‘디디티길~~티 리릭’
무선 진동벨의 호출에 이어 카운터로 다가선 순간 탁자 위에 놓여있는 뚝배기 같은 컵에 두 눈을 의심해 본다.
그것도 넘쳐 나 보일 정도의 얼음덩어리들이 고봉으로 수북이 덮여 있음에 놀라
“아니, 이거 저희들 것이 맞습∼….”
“네~에!!”
“에이, 분명 뜨거운 커피를 주문했었는데요?”
순간 그 옆의 또 다른 바리스타 왈, 당황한 기력에 순간 할말 잊고 멍해 보이며 어쩔 줄 몰라 머기기 거시기 해쌌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기 들어있는 얼음들이나 모두 제거해 주세요”
“아니, 네~~ 잠깐만요 다시 해 드릴게요.”
“됐고요 그냥 얼음만 빼주세요.”
“네~ 에”
얼음만을 빼낸 커피의 양은 보잘것없어 보인 가운데 다시 끓여낸 따뜻한 커피를 리필하기에 분주해 보인다.
결국엔 따뜻하지도 차지도 않은 맹맹한 찻잔을 들고 복부팽만 함의 소화를 촉진시켜 보면서 그래 이 무더운 날 따뜻함을 주문한 사람들이 되레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음에 주변을 돌아본다.
열에 아홉? 아니 열에 열 모두 grande 치수의 얼음 당 당 스트롱에 행복해 보이는 아이스 판이고 보면 딴 나라에 온 느낌마저 든다.
인간이란 본디 따뜻한 동물과로서 따뜻함이란 노화된 신장을 편하게 해주어 건강을 촉진시키는데 기본이 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면역력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데 반해
시원 차가움에 달달함까지 더해진 혼합 음료 또는 커피에 중독된 사회적 문화를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음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처럼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고사성어를 상기해 보면서 막연한 다다익선(多多益善) 또한 경계해 볼 일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