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수락산 만남의 광장 → 귀임봉 → 탱크바위 → 도솔봉 → 치마바위 → 코끼리바위 → 철모바위 → 수락산 정상 → 기차바위 → 도정봉 → 동막봉 → 장암주공삼거리'의 10.2km 코스를 6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1
수락산[水落山]
높이: 640m
위치: 서울특별시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은 서울의 북쪽 끝에 의정부시와 남양주시를 경계로 하고 있으며 남쪽으로 불암산이 바로 연결되어 있어 종주할 수 있다.
산 전체가 화강암과 모래로 이루어져 있고 기암괴석과 샘, 폭포가 많지만, 나무는 매우 적다. 산의 분위기가 다소 삭막하기는 하나 바위의 경치가 뛰어나고 곳곳에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수락 8경이라 불리는 금류폭, 은류폭, 옥류폭포와 신라 때의 흥국사, 조선 때의 내원암이 있다. 그리고 동서 산록의 계곡에는 수락산 유원지와 벽운동 유원지가 있다.
산세가 웅장할 뿐만 아니라 산 전체가 석벽과 암반으로 되어 있어 도처에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장암동에는 조선 숙종 때 형조판서를 지낸 서계 박세당의 정자인 6각형의 궤산정이 있으며, 현재의 석림사는 박제사의 후신이다.
인기 명산 [45위]
서울 도심에 위치하고 아기자기한 암릉이 있어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는 4월 하순과 10월에 가장 많이 찾지만, 사계절 두루 인기가 있다. - 한국의 산하
2022년 격월로 87과 연합산행을 하기로 하고, 6월 4주 차 토요일에 안양 수리산[산행기]을 시작으로, 칼봉산[산행기], 북한산[산행기] 등을 다녀온 후, 겨울을 맞이하여 동계 휴식에 들었었다, 그리고, 2023년 4월 22일 토에 깊은 잠에서 깨, 움츠렸던 몸을 추슬러 다시 연합산행에 나서기로 했다. 물론, 우리야 계절에 상관없이 매월 정기산행을 진행했으나, 겨울잠을 잔다는 87과는 4월에 재개하고, 그 첫 산행은 우리가 선도하기로 했다. 해서 모두가 지하철을 이용해 접근하기 편리한 수락산을 산행지로 선정했다. 청계산이나, 관악산 등은 이미 우리끼리 정기산행으로 다녀와 다시 가는 건 무리가 있어, 선택지에 빼고 나니, 남는 건 불암산, 수락산, 천마산 정도였다.
10시에 수락산역 3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걸 목표로 한 산행으로 코스는 10km가 넘지 않도록 했다. 다만, 구간 중에 있는 기차바위 통행을 지자체에서 금했다는 얘기가 있어, 중간에 코스를 변경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상청 선정 산악날씨 대상에 수락산은 선택받지 못해, 맞은편의 도봉산으로 확인한 당일 날씨에 의하면, 기온은 영상 9~14도를 오르내리고, 바람은 1m/s로 약하고, 구름이 많이 낀 날씨라, 산행에는 괜찮은 날씨다. 다만, 구름과 황사로 조망이 좋지 않을 전망이다. 산행 준비는 평소와 같으나, 굳이 배낭을 짊어질 이유가 없어, 숄더힙색을 메고, 등산화는 암벽에 특화된 걸 선택했다.
2 - 1
수락산역 3번 출구에서 10시 출발을 목표로 한 산행이라, 평소보다 많이 늦은 8시 30분경 미리 준비한 숄더힙색을 둘러메고, 암벽용 등산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물론 대조시장에서 홍어 무침을 사기 위해, 마을버스가 아니라, 걸어서 불광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시장을 통과하며, 단골집에서 정상주의 안주로 홍어 무침을 사서 색에 넣었다. 이후 몇 번의 환승을 거쳐, 약속한 시각인 9시 55분 전에 수락산역에 도착해, 개찰구를 통과해 3번 출구 방향으로 가자, 역 구내 쉼터 의자에는 친구 몇이 벌써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10시가 가까워지자, 87 산악회장에게 위치를 묻는 전화가 왔다. 우리는 역 구내 3번 출구 입구에서 기다리고, 87은 3번 출구로 나가 밖에서 기다린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
예정한 출발 시각이 가까워 우리도 3번 출구로 나가, 거의 5개월 만에 만난 87과 반갑게 인사 후 인원을 점검해 보니, 우리나 87이나, 오겠다는 친구 몇이 안 보인다. 지하철을 제시간에 타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라, 일단 열차 2대를 더 기다렸다. 그래도 늦는 친구들에게는 코스를 알려주고, 따라오게 했다. 그런데, 애초 계획은 3번 출구에서 아파트 사이를 통과해 올라가는 거였는데, 다른 등산객에 휩쓸리는 바람에 7번 출구까지 가, 백운동 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게 됐다. 고로 시작부터 코스가 꼬였다. 처음 계획대로 3번 출구에서 바로 올라갈 거로 예상해, 등산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는데, 78m다. 고로 오차를 계산하면, 50m가 조금 넘는다. 수락산 정상이 640m니, 표고차가 거의 600m에 달해, 쉽지 않다.
2 – 2
예정과는 달리 7번 출구에서 산행을 시작해 백운마을 입구에 10시 30분에 도착해 보니, 마을 표지석과 수락산 표지석이 반겨준다. 해서, 지나가던 등산객의 도움으로 일단 그 자리에 있는 친구들만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이후 계곡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 굳이 내가 앞장서 갈 이유가 없어, 후미에서 따라가는데, 선두가 오른쪽으로 보이는 갈림길을 무시하고 올라간다. 무언가 이상해, 갈림길로 가, 이정표를 보니, 직진이나, 우회전이나, 다 정상으로 향하나, 처음 계획한 코스인 '귀임봉'으로 가려면, 우회전해야 했다. 해서 앞서가던 친구들을 돌려세워 우회전하자,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로 능선을 향해 올라간다.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위로 향해 10시 47분에 애초 계획했던 능선 등산로에 도착했다. 당연히 능선에서 정상 방향으로 좌회전해, 능선 위의 등산로로 정상으로 가, 11시 20분경 길목 쉼터에 도착했다. 다들 쉬어가자는 분위기라 점심시간도 머지않아, 간식이든 뭐든 먹기로 했다. 해서 영빈이 7번 출구에서 산 족발과 내가 시장에서 사 간 홍어 무침, 그리고 각자 가져온 김밥, 빵, 떡, 고구마 등을 꺼내, 영빈의 지평 생막걸리, 팩 빨갱이 등과 같이 먹고 마셨다. 결과적으로 간식으로 간단하게 허기만 채우려고 시작한 게 거한 점심이 됐다. 대략 20분이 넘게 점심을 먹고, 일이 있어 내려가 봐야 하는 수경이 하산하고, 나머지 친구는 점심 먹었던 모든 흔적을 말끔히 청소하고, 11시 40분이 넘어 다시 정상으로 출발했다.
가끔 고개를 들어 수락산 정상을 감상하며 올라가, 12시 11분에 '용암굴' 갈림길에서 정상 방향으로 좌회전했다. 용암굴까지 왕복 400m에 불과해 다녀올까도 생각해 봤으나, 같이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아, 다음을 기약했다. 그리고 조금 올라가자, 고도가 많이 높아졌는지, 숲 사이로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왼쪽으로 도봉산도 보인다, 흐린 날씨와 황사로 별 기대하지 않았는데, 봉우리를 구분할 정도의 시야는 확보할 수 있었다. 일단 도봉산의 모습을 보고 나니, 더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겨, 정상으로 향하는 중에 전망대로 보이는 게 있으면, 등산로에서 벗어났더라도, 뛰어올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한 전망대에서 마침내 북한산도 전경을 조망할 수 있었다. 옛사람들이 북한산을 달리 삼각산이라 부르는 까닭을 알 수 있는 모습을 감상하고, 당연히 기록으로도 남겼다.
와중에 가리는 게 아무것도 없는 암봉 전망대에서는 동행한 친구들이 모두 올라와, 두셋이 또는 각자, 사패산에서부터 북한산 형제봉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위치에서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앞에는 고지라 부를 만한 봉우리가 안 보여, 깜짝 놀라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을 확인해 보니, '도솔봉'이란다. 앞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동영상을 찍으며 가니, 정상석이 아니라, 이정표가 반겨준다. 도솔봉 갈림길로, 도솔봉은 진행방향 반대로 위로 100여 미터를 올라가면 된다. 등산 앱이 반응한 건 도솔봉 아래를 지나왔기 때문이다.
약 200m가량 왕복해 도솔봉을 다녀오면 되나, 과히 끌리는 봉우리가 아니라, 지나치려는 순간, 87 산악회장이, 나중에 출발한 친구와 도솔봉 갈림길에서 만나기로 했고, 10분 정도 걸릴 거라고 얘기한다. 해서 그 친구를 기다리며, 갈림길 한 모퉁이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멍청히 기다리기보다는 허기를 채우기로 하고, 아까 다 먹지 못한 사과, 오이, 떡, 김밥 등을 꺼내 새참을 먹고 있으니, 기다리던 친구가 도착했다. 연합산행의 개근생으로 다들 아는 친구라, 반갑게 인사하고, 우리가 있었던 모든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중간중간 암봉이 가로막고 있고, 등산로는 당연히 그걸 우회한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암봉이라, 몇 친구는 우회로를 버리고 암봉을 넘는 길을 택했다. 그중 한 바위에 올라 뒤로, 도솔봉을 보고서야, 갈림길에서 도솔봉을 다녀오지 않을 걸 후회했다
우회하는 등산로를 피해 암릉을 따라 기묘한 바위를 구경하며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또 등산 앱이 음성으로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아니 길도 없는 암봉이 고지라니?! 좀 전의 도솔봉과 같은 황당함이라,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장군봉'이다. 장군봉? 처음 듣는다. 애당초 계획한 코스에 도솔봉은 있으나, 장군봉은 없다. 등산 앱이 고지로 설정했다는 건 갈 수 있다는 얘기라 늘 그렇듯이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갔다. 정상에 도착해 보니, 정상석 따위는 없다. 그저, 등산 앱이 장군봉이라니, 그런 줄 알뿐! 거기서는 전면에 사패부터 형제봉까지의 능선이, 오른쪽에는 수락산 정상이, 뒤로는 이름 모를 능선이 파도치듯 뒤로 물러간다. 물론 왼쪽은 불암산이다. 그 모습을 360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아래를 보니, 일군의 등산객이 도봉산, 북한산 또는 내가 서 있는 장군봉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고 있다. 그 모습 또한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혹시 친구들인가 자세히 살펴봤으나, 이미 정상으로 떠났는지 아니다.
친구들과 거리가 멀어지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서둘러 장군봉에서 내려와, 등산로로 내려가려고 보니, 일행이 막 포토존 암봉으로 올라가는 게 보여, 그들을 불렀다. 그들도 나를 확인하고 내 모습을 찍는 걸 보다가, 이왕 찍는 사진이라면 정상에 있는 모습이 좋을 거 같아, 다시 장군봉으로 올라가 인증을 남겼다. 물론 포토존 친구들의 인증도 찍어주고. 그래봐야, 거리가 멀어 누가 누군지 확인도 잘 안 돼지만. 그렇게 서로의 인증을 찍어 주고, 친구들이 정상으로 향하는 걸 보고 장군봉에서 내려와 밑에서 기다리던, 미옥과 영빈과 합류해 역시 정규 등산로가 아니라, 암릉으로 정상으로 향해, 1시 53분에 철모바위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바위는 인증을 찍는 등산객이 차지하고 있어, 지도만 기록으로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났다.
1시 57분, 정상 0.16km 거리의 이정표를 통과해 1분가량 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해서 다른 정상과 같이 동영상을 찍으며, 위로 향해, 2시 2분에 도착했다. 그런데, 당연히 찍혔을 줄 알았던 동영상이 핸드폰 조작 실수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걸 산행이 끝난 후 알았다. 해서, 정상까지 오르는 과정과 주변의 모습 등 기록으로 남은 게 전혀 없다. 다만 정상에 도착해 보니, 정상석이 있는 곳은 등산객이 인증을 찍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중이라, 인증은 포기하고 수락산에 오면 늘 그렇듯이, 깃대가 있는 바위로 올라갔다. 이어, 미옥과 영빈도 올라오고, 그 모습을 밑에서 구경하고 있던 친구들이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그 친구들의 모습도 위에서 찍어주는 걸 잊지 않았다.
깃대봉에서 내려와 최근에 수난을 겪고 세로 세운 정상석의 모습만, 등산객이 잠깐 교체하는 틈을 이용해 사진으로 남겼다. 이후, 정상 옆에서 막걸리와 생수,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장사꾼에게 막걸리 두 통을 사, 정상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누어 마셨다. 산행 후 이 막걸리가 최고였다는 게 대부분 친구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원한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하고, 다시 길을 재촉해, 2시 24분경 장암역 갈림길에 도착했다. 직진은 기차바위, 왼쪽은 장암역, 오른쪽은 청학리다. 문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이정표에 '기차바위 등산로 폐쇄'라 명기하고 있고, 그 옆, 비슷한 의미의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도 걸려있다.
그게 왜 문제냐면, 애초 코스가 기차바위를 통과해 도정봉, 동막봉을 거쳐 장암주공으로 내려갈 예정이었으니, 날머리를 변경해야 한다는 거다. 해서 그 날머리를 기준으로 뒤풀이 장소를 선정하는 바람에 산행 후 하산주를 위한 식당을 찾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란이 발생했다. 어쨌든 암릉을 좋아하는 친구 몇은 모르나, 정기산행에서 폐쇄된 암릉을 타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라, 모두 장암역 방향으로 먼저 내려가라고 하고, 난 기차바위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직진해, 2시 28분쯤 도착했다. 기차바위로 내려가는 모든 길에는 금줄을 치고, '위험! 출입 금지' 팻말을 걸어 놓았고, 이정표는 등산객을 우회로로 안내하고 있다. 기차바위 상태를 눈으로 직접 보려고 왔으니, 금줄을 넘어, 기차바위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2시 29분이다. 기차바위에서 타고 내려가던 모든 밧줄이 제거돼, 올라오는 건 몰라도, 내려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자일을 들고 오지 않는 한 이 코스를 통과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확인한 거로 여기까지 온 수고는 보상받았다.
이번에는 음지에서 양지로 금줄을 넘어 들어가, 다시 장암역 갈림길에 도착한 시각이 2시 36분이다. 그리고 서둘러 내려가, 2시 46분에 전망대 갈림길에서 쉬고 있던 일행과 합류했다. 휴식이 끝나고, 날머리를 향해 내려가는데, 비록 많은 땀을 흘린 건 아니나, 산행을 마감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계곡에서 세족 정도는 하고 가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가물어 수량이 부족한 계곡이나, 그나마 발을 담글 수 있는 곳을 찾으며, 계곡 옆으로 난 등산로로 내려가, 석림사 600여 미터 거리에서 발견했다. 더 좋은 장소는 절벽 아래로 조금 더 내려가야 하나, 이미 등산객이 차지하고 있어, 절벽 위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산행이 끝나고, 트랙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있었던 곳이 수락폭포 정상이라는 걸 알았다. 말인즉 가물어 요란한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해, 절벽이라 생각한 게 사실은 폭포였다.
계곡으로 내려가 약간 경사가 있는 너럭바위 자리를 잡고 앉아, 등산화 양말 등을 벗고, 물로 들어가, 열나는 발과 무릎을 차가운 계곡에 담가 식힌 후, 노출된 피부의 먼지를 씻어냈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 하며, 10여 분간 노닥거린 후 우리가 쉬었던 자리를 깨끗이 청소한 후 날머리로 향해, 4시 6분에 석림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담장 밖에서 석림사의 대웅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른 절이라면 현판에 한문으로 그것도 좌에서 우가 아니라, 우에서 좌로 '大雄殿', '極樂寶殿', '無量壽殿' 등의 현판 걸려 있는데, 이 절은 한글로 '큰법당'이라 쓴 현판이다. 그리고 기둥에 쓴 주련도 한글이다. 물론, 한자어를 한글로 쓴 게 아니라, 뜻을 알 수 있게 번역한 글이다. 한자어를 번역하지 않고, 한글로 쓸 바에는 한자를 함께 적자는 게 내 의견이다. 이런 걸 실천하는 절이 있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다. 해서 석림사라는 절은 처음 들어보는 거라, 입구로 가 소개문을 읽어봤다. 1671년에 세워진 절이니, 소위 얘기하는 천년 고찰에 비하면,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석림사부터는 등산로가 끝나고, 포장도로로, 사실상 산행은 끝났다. 그런데, 기차바위 등산로의 폐쇄로 애초 우리가 계획했던 날머리와 실제 날머리가 달라졌다. 당시만 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문제는 후배 중 한 친구가, 공연 때문에 조기에 하산해야 했고, 그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따라간 다른 친구가 애초 계획한 날머리 주변에서 우리 캠핑 대장이 선정한 식당으로 가 상황을 파악했는데, 알고 보니, 장암역과는 거의 5km가량의 거리가 있었다. 고로 도보는 힘들고, 버스는 시간을 맞출 수 없어, 택시를 나누어 타고 가야 할 상황이다. 더 문제는 그 식당이 5시 반 이후 다른 예약이 있어, 그 전에 마감해야 한다는 거. 해서, 석림사 아래에서 식당을 찾기로 하고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식당 광고 플래카드가 눈에 띄어 바로 전화했다. 그리고, 30분이 걸린다는 백숙을 주문했다. 그런데, 전화할 때만 해도 식당까지 최소 20분 거리는 될 거로 생각했는데, 10분 거리에 불과했다. 어쨌든 4시 23분에 식당에 도착하는 거로, 2023년 87, 85 연합산행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뒤풀이다.
3
주문한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각자 볼일을 보거나, 씻은 후 백숙이 나오기 전 소맥으로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하산주를 마셨다. 당연히 그 모습도 기록으로 남기고. 그리고 5시경 백숙이 나와 그걸 안주로 빨갱이를 마시고, 향후 산행 방향에 관한 얘기를 나눠, 격월로 진행하는 연합산행을 짝수 달에서 홀수달로, 넷째 주 토요일에서 셋째 주 토요일로 변경하기로 했다. 해서 다음 산행은 5월 3주 차 토요일에 87이 선도해, 하남 검단산에 가기로 했지만, 좀 급하게 날짜가 변경되는 바람에 아직 정리가 안 된 캠핑팀을 고려해 이번만 3주 차가 아니 4주 차 토요일이다. 그리고 7월에는 계곡으로. 그런 논의를 끝내고 부어라 마셔라 한 다음, 백숙집에서 나와, 귀가를 위해 장암역으로 가다가, 누군가 동을 떠, 역 부근 순댓집에서 2차를 했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는데, 순댓집부터는 기억에 없다.
들머리 혼동과 기차바위 통제로 애초 계획과 달리 '수락산 만남의 광장 → 백운마을 → 탱크바위 → 도솔봉 → 치마바위 → 코끼리바위 → 철모바위 → 수락산 정상 → 석림사 갈림길 → 수락폭포 → 석림사 → 밤나무집'의 9.3km(트랭글) 코스를 6시간 39분 동안 즐겼다. 이동 5시간 6분, 휴식 1시간 33분!
비록 코스는 짧지만, 떠들썩하게 다 같이 즐긴 산행으로, 연합산행의 정수를 보여줬다.
흐릴 거라는 예보와 달리 날씨가 좋아, 기대 이상의 조망으로 주변의 절경을 만끽했다.
애초 코스에 없던, 장군봉에 오른 후 무시하고 있던 수락산과 코스에 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 중으로 조만간, 단독이나, 최소한의 인원으로 암봉, 암릉만 따라, 종주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