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의 의미
나는, 땀 흘려서 먹고 사는, 배우지 못하고 가난하고 소박하고 성실한 사람들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나는 반대의 삶을 살았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고에 입학을 해서 그것 마저 불만을 가지고 뛰쳐나와 전학을 갔다가, 대학 시절 정부에 반대하여 데모를 하다가 군대에 끌려 갔었다.
다행히 제대하고 정신 차려고 공부하여 일본의 제일 좋다는 동경대에서 경제학 학위를 받았다.
일본에서 돌아와 시간 강사를 하다가, 또 불만이 쌓여 장사를 해서 운이 좋아 돈을 많이 벌었다.
항상 그것이 미안했다.
그렇게 타고난 운으로 잘 먹고 잘 살았던 나는 지금도 놀면서 글이나 쓰고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보낸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나야 말로 부르조아 이다. 내가 경멸하는 입으로만 떠드는 인간이 된 것이다.
묵호는, 나의 사춘기 시절의 아픔이다.
잘 나가던 명문고에서 야간 자율학습이 전혀 자율이 아니라는 불만으로, 학교 옥상에서 책상과 의자를 불 태우고 퇴학을 당했다.
그리고 다행히 교사였던 아버지의 도움으로 간신히 묵호에서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첫 경험, 그녀의 단 한마디에 대학을 가게 되었다.
“동생 대학 보내려고요”
내가 왜 몸을 파냐는 질문에 그녀의 대답이었다. 대학을 포기했던 나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30 년 만에 묵호에 돌아왔다.
돈을 벌기 위해서 였다. 묵호에서 많이 벌었다. 아이들 대학도 보내고 돈을 벌면서 나는, 여유만만하게 놀면서 돈을 벌었다.
나는 평생을 이렇게 살았다.
묵호는 나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픔을 주었다.
딸아이가 백혈병에 걸렸었고, 아내가 죽었다.
두 여자의 아픔은 아무것도 모르고 살던 나에게 다른 삶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묵호였다! 글쓰기와 책읽기가 취미생활이었던 나는, 아내가 죽고 나서 병원을 들락거리며 술집을 다니면서 조금씩 변해갔다.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지만, 과거와는 다른 의미의 글쓰기다.
과거의 글쓰기는 단순히 좋아서 쓰는 것이라면, 지금의 글쓰기는 묵호에 대해서 꼭 써야만 하는 당위성이다.
나는 스스로 학자이고 문학을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그런 인간들을 싫어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그런 인간들의 잘못으로 이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앞 뒤가 맞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부르조아를 싫어 나는 내가 사실은 전형적인 부르조아이고, 그들이 가고 싶어 했던 학교를 스스로 뛰쳐나와 일본 최고의 대학에서 공부를 했고, 한번도 땀 흘려 돈을 벌어보지 못했다.
이런 아이러니를 해결하고 가는 것이 나의 유일한 목표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되돌릴 수 없지만 생각하고 반성하고 알려 줄 수는 있다.
그래서 나는 과거를 쓸려고 한다.
묵호의 이야기다. 내가 공부했던 과학과 이론과 글쓰기와 상상력으로 묵호의 정당성과 억울함을 세상에 알려서 그들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묵호의 사람들은 가난하고 소박하고 철없고 예의 없고 무식하고 거칠고 힘이 없다.
동해바다의 파도와 같다. 푸른 바다는 항상 그렇게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
나는 동해 바다와 함께 묵호의 모든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나의 모순을 대신하고자 한다.
그것이 내가 죽을 때까지 살아가야 하는 유일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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