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세계 6,000여 개의 언어 가운데 절반가량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3세기 동안 많은 언어들이 사라져갔다. 이러한 과정은 특히 남북 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극적으로 진행되었고, 그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오늘날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적어도 3,000개의
언어가 절멸 위기에 처해 있거나(endangered), 심각한 절멸 위기에 처해 있고(seriously endangered), 또 사라져가고
있다. | |
2. |
그 상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유네스코가 2월 21일 ‘세계 모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을 기해 발간한 <세계 절멸 위기 언어 지도(Atlas
of the World’s Languages in Danger of Disappearing)(이하 <언어
지도>)>(제2판)이다. | |
3. |
전문가들이 말하는 ‘절멸 위기에 처한(endangered)’
언어는 어떤 공동체의 어린이 중 적어도 30%가 더 이상 배우지 않는
언어이다. | |
4. |
유럽에서는 50개 정도의 언어가 위험에 처해 있다. 스칸디나비아와
러시아 북부에서 사용되는 사미(Saami)(라프)족의 다양한 언어 등과 같은 언어들은 심각한 절멸 위기에 처해 있거나 절멸이 임박한 언어로
여겨진다. 프랑스에는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가 14개나 있다. 러시아연방의 시베리아에서는 약 40개의 현지 언어가 거의 모두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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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많은 지역에서 상황이 불투명하다. 중국어의
압력은 신장(新疆)의 동북부, 서북부, 서부와 중국 최남단의 윈난(雲南)성에서 특히 심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많은 언어에 대해 잘 정돈된 언어 다양성이 보존되고 있는 인도 아대륙에서는 정부의 이중언어, 다중언어 정책 덕분에 대부분의 언어가 살아남았다.
몇몇 언어만이 절멸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는 주로 중앙아시아와 아프가니스탄의 히말라야 산맥과 파미르 산맥 지역의 언어이다. 벵골 만의 안다만
제도에서 욍게(Önge)어와 숌펜(Shompen)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단 몇 십 명
뿐이다. | |
6. |
태평양 지역, 즉 일본, 타이완, 필리핀, 말레이시아의 섬 지역,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솔로몬
제도, 바누아투, 뉴칼레도니아, 피지,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를 아우르는 지역에는 2,000개 이상의 언어가
살아있는데, 이것은 세계 언어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파푸아뉴기니만 해도 적어도 820개의 언어가 있는데, 이것은 언어 밀도 면에서 세계
기록이다. | |
7. |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뉴칼레도니아, 타이완은 세 개의 ‘위기 지역’이다. 타이완에서는 23개의 현지
언어 중에서 14개가 중국어의 압력에 밀려나고 있다. 뉴칼레도니아에서는 프랑스어가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미쳐서 그곳 원주민 60,000명의
3분의 2가 모어를 잊은 상태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1970년대까지 원주민들이 약 400개에 이르는 자신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금지되었었기
때문에 많은 수의 언어가 최근에 사라졌거나 절멸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 상용되고 있는 원주민 언어는 겨우
25개뿐이다. | |
8. |
아프리카에서는 1,400개가량의 현지 언어 중에서 500~600개가 쇠퇴일로에 있으며, 250개는 즉각적인 절멸의 위기에
놓여 있다. 나이지리아와 동아프리카(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수단)는 절멸 임박의 언어, 심각한 절멸 위기의
언어들이 있는 두 곳의 ‘위기
지역’이다. | |
9. |
북아메리카에서는 북극 지방의 이누이트 에스키모(Inuit Eskimo) 언어 중 극소수가 영어와 프랑스어의 압력을 견디어
살아남았다. 몇 년 전부터 캐나다는 이 언어들을 소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더불어 절멸이 임박한 언어 19개, 심각한
위기의 언어 28개를 비롯한 104개의 살아남은 인디언 언어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럽인이 건너오기 전에 사용되었던 수백 개의
인디언 언어 가운데 150개가 채 못 되는 언어만이 살아남았다. 이들 언어는 모두 절멸 위기에 처해 있고, 절멸이 임박한 언어도 많다. 이
언어들에 대한 차별은 1970년대 들어 줄어들었지만, “1980년대에 보수주의로 역행하면서 영어만 사용하는 정책이 강화되어 인디언 언어의 절멸
과정이 가속화되었다”고 <언어 지도>는 지적하고 있다. | |
10. |
중남미는 언어 다양성이 잘 보존되지 못한 곳이다. 이는 브라질 동부와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에서 원주민
전체가 전멸하였기 때문이다. 많은 인디언 언어가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의 압력 아래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에서는 14개의 현지 언어가 심각한
절멸 위기에 처해 있거나 절멸이 임박한 언어이다. 남아메리카의 살아있는 언어 약 375개 가운데 많은 언어가 절멸 위기에 있거나 절멸이 임박한
상황이다. | |
11. |
<언어 지도>는 사람들이 모어를 버리게 되는 데 작용하는 몇 가지 요인을 들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공동체의 해체나 이주로 인해 개인이나 소집단이 다른 문화 환경, 언어 환경에 처하게 되는 것인데, 이 환경으로 인하여 모어가 질식하게
된다. 더 공격적이거나 경제적으로 더 강력한 문화와 접촉하게 될 때에도 언어는 사라질 수 있다. 어른들은 예를 들어 일자리를 얻는 수단으로서
자신의 아이들이 지배적인 문화의 언어를 배우도록 장려한다. 또 어떤 소수 집단과 그 언어는 광물이나 목재, 석유를 얻기 위해 그들의 환경을
파괴하는 무리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또한 당국이 학교, 지자체, 대중 매체에서 현지 언어의 사용을 계획적으로 억누르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 |
12. |
그러나 절멸 위기에 처하거나 절멸이 임박한 언어, 심지어 이미 절멸한 언어도 확실한 언어 정책을 통해서 되살아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1980년대 말만 해도 홋카이도 섬에서 모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8명에 불과했던
아이누어가 오늘날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곳에는 아이누 박물관이 설립되었고, 젊은 사람들에게 아이누어를 가르치고
있다. 간혹 실제로 절멸한 언어가 부활되기도 하는데, 영국의 콘월어(Cornish)가 그 예이다. 콘월어는
1777년에 사어가 되었으나, 최근에 부활되어 이제는 거의 1,000명이 콘월어를 제2언어로
구사한다. | |
13. |
다중언어정책을 장려하는 유네스코는 2000년부터 세계 모어의 날을 기려 왔다. 유네스코는 현재 절멸
위기에 처한 일련의 언어들을 연구하고 있는데, 그 예로는 바누아투의 에스피리투 산토(Espiritu Santo) 섬 동부 지역의 언어,
시베리아의 남셀쿠프(South Selkup) 언어들, 동티모르의 오스트로네시아 언어들, 타이의 리사(Lisa)어, 그리고 최근에 두 명의 화자가
발견될 때까지 오랫동안 절멸한 것으로 생각되어 왔던 오스트레일리아의 완이(Wanyi) 원주민 언어 등이 있다. 유네스코는 위기에 처한 언어가
절멸의 위협을 받을 때 경고를 해주는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축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 |
14. |
언어 분야의 유네스코의 사업은 전통적인 대중음악, 춤, 축제, 관습, 전통적 지식, 구비 전통과 현지 언어를 비롯한 세계
구전 무형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2001년 11월 2일에 열린 최근 총회에서
세계문화다양성선언(Universal Declaration on Cultural Diversity)을 채택한
유네스코는 유형의 유산인 천연기념물과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어를 비롯한 무형의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국제
사회가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