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민시우 아동동화작가
(유퀴즈가 발굴한 제주의 어린이 시인)
현재 제주 장전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며 아빠와 함께 영화 및 동시집을 구상하며 생활하고 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동시집 〈약속〉을 출간했으며 KBS 다큐멘터리 〈자연의 철학자들〉, tvN 〈유퀴즈〉, KBS 〈아침마당〉 등에 출연하였고 다큐멘터리 영화 〈약속〉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미래의 희망은 몸이 불편하시거나 어렵고 힘든 분들을 위한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편백나무 향이 가득한 병훈 집 앞에 하우스!
오늘은 참 좋은 오늘이었고
또 어제가 된다.
그렇게 새벽은 지나간다.
너무 대견한 시우가
삼촌이 사준 기타를
연주할 날을 기대해 보며
……
약속은
그래서 아쉽고
아름답구나.
또 소중한 걸 배웠다.
희망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책속으로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으며
그 누구도 기다리지 않으며
또한 그 무엇에도 기대지 않을 무렵
시우가 무언가 꾹꾹 눌러쓰고 있었습니다.
〈고마워〉는 시우의 두 번째 동시집입니다.
시들은, 꽤나 아픕니다.
하지만 모름지기 시란 이래야 합니다.
스스로 아파야 우리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 동시집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끼는 사람에게,
그 느낌을 나누고, 함께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삶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따뜻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시우에게 고맙습니다.
시우야
‘고마워’
-민병훈 (영화감독)
26p
나는 누구인가 1
깊은 곳이 있다.
거기에 내가 있다.
더 깊은 곳이 있다.
거기에도 내가 있다.
높은 곳이 있다.
거기에 내가 있다.
29p
더 높은 곳이 있다.
거기에도 내가 있다.
모든 곳에 내가 있다.
액자는 항상 벽에 걸려있다
바닥에 누워있는 액자.
베개를 베고 있는 액자.
파도에 살랑이는 액자.
무지개를 통과하는 액자.
새들이 물고 가는 액자.
이 모든 게
자유로움.
46p
침묵
침묵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어떠한
표현도
말도
마음도
감정도
누구도 모르지만
엄마는
내 마음을
다 알고 있지.
50p
나
아빠는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아빠는 들어가지 말라는데
들어가고 싶은 바다가 있다.
하고 싶은 그런 나,
그게 나다.
58p
정답은 없다
읽고 또 읽으라고 한다.
생각하라고 또 생각하라고 한다.
노력하고 더 노력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65p
너
네가 지나가면 소리가 들려.
네가 서 있으면 음악이 들려.
네가 춤추고 있으면 주변이 고요해져.
네가 웃으면 나는 행복해.
88p
울지 마 엄마
많은 사람들이 힘들겠지라는
눈빛을 보내지만 난 괜찮아.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토닥거려주지만 난 괜찮아.
많은 사람들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지만 난 괜찮아.
그러니까
엄마 울지 말고 웃어줘.
92p
혼자서도 괜찮아
어른들은 날 보고 떠든다고 하지만,
난 떠드는 게 아니라 속삭이고 있는 거야.
어른들은 날 보고 너무 뛴다고 하지만,
난 조용히 걷고 있는 거야.
어른들은 날 보고 잘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난 잘 먹고 있는 거야.
어른들은 날 보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고 하지만,
난 모든 친구들이 좋아.
난 혼자서도 괜찮아.
103p
내 이름은 유퀴즈
시우라는 이름은 내가 날
부르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날
부르기 위해 지은 것이다.
유퀴즈라는 이름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 위해
지은 것이다.
유퀴즈라는 이름은
향기도 오래가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꽃이다.
107p
친구 대나무에게
너의 이름은 오죽
검은 대나무라는 뜻이지.
너는 몸은 검지만
잎은 항상 청결하면서도 부드럽지.
우리 집엔 네가 있어서 멋있고 포근해.
그리고 너는
일주일 만에 나보다 키가 커져서 좋겠다.
키는 충분하니까 더 안 커도 돼.
수명도 100~150살이니까
내가 죽기 전까지 아늑하고 포근하게 지켜줘.
언제나 아빠와 내 곁에서
좋은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어.
항상 건강하고,
늘 고마워.
112p
방
나에게 방은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학교에 갈 때 마지막으로 보는
방은 아쉽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보는
방은 기쁘다.
시를 쓸 때 보는
방은 복잡하고
시를 다 쓰고 보는
방은 아름답다.
122p
슬픔에 관하여
나는 엄마가 매일 보고 싶다.
그때마다 펑펑 울고 싶다.
난 괜찮아 울지 말라는 말보다
그럴 수 있어 펑펑 울어도 돼 라고
말하는 게 좋지만
펑펑 울기엔 너무 커버렸고
울음을 참기엔 너무 어리다.
그래도 나중에 행복이 찾아오겠지만
지금 느끼는 슬픔이
나중에 올 행복보다
더 클 것 같아 두렵다.
126p
견뎌라
실패와 힘듦으로
고통받으니
결국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시련이라는 과정에 불과하다.
센 고통을 견디면
나중에 작은 고통이 오더라도
고통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를 기반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다.
큰 힘듦을 넘긴다면
어떤 힘듦이 찾아오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다.
견디면
결국
승리할 수 있다.
133p
마음의 소리
숲에 가면 나무가 말한다.
보고 싶었다고.
바다에 가면 파도가 말한다.
힘내라고.
비가 오면 빗방울이 말한다.
기억하라고.
안개가 오면 새들이 말한다.
그리워하라고.
꿈을 꾸면 엄마가 말씀하신다.
사랑한다고.
나도 크게 대답한다.
더 사랑한다고.
137p
내일 쓸 시
시를 생각하면 여름이 온다.
시를 쓰기 시작하면 겨울이 온다.
시를 완성하면 마음이 온다.
시를 누군가한테 들려주면 엄마가 온다.
시는 사랑이고,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이다.
141p
부산 국제 영화제
관객들과 영화를
보고 난 후
대화를 하였다.
좋은 말씀을 해주시니
긴장이 풀렸다.
아빠는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하는데 나도 그렇다.
약속을 통해
이미 많은 것을 얻었다.
이 모든 것이 고맙다.
출판사 서평
유퀴즈를 울린 시 쓰는 소년 민시우 두 번째 감동 시집
섬에 사는 소년은 별이 된 엄마를 만나기 위해 매일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엄마를 만나기 위해 소년은 밀려오는 파도에게 엄마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고, 그것이 시가 되었다.
소년은 엄마와 머물렀던 자리에 가서 엄마를 만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모두 빈자리가 되었지만, 엄마 대신 그 자리에 놓일 시를 한 편씩 썼다. 운동장, 꽃, 바다, 빈방, 파도...... 그 어디에나 엄마가 있었기에, 무얼 보거나 눈을 감으면 거기 엄마가 있었기에 생각이 도망치기 전에 시를 써서 엄마의 모습을 남겨 두고 싶었다. 커가면서 세상을 알고 현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소년의 눈빛은 점점 먼 데를 보게 될 테니.
엄마를 떠나보낼 때보다 조금 더 컸다. 어른이 되면 엄마가 잊힐 것 같아서, 소년은 어른이 되기 전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시와 그림으로 남겨 두고 싶었다. 저 하늘의 엄마에게 시와 그림을 자랑하고 싶었다. 소년은 사람들이 슬픔에 젖은 내 등을 토닥거려주지만 난 괜찮다고, 그러니까 엄마도 울지 말고 웃어 달라고 부탁한다.
소년은 몇 번의 방송 출연과 아빠와 함께 영화제에도 다녀왔다. 첫 번째 시집 〈약속〉의 주인공이기도 한 영화 〈약속〉은 여전히 릴레이 상영을 이어가고 있고 틈틈이 관객과의 만남을 계속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대나무처럼 소년의 성장을 지켜보는 관객들에게 소년은 그림 동시집 〈고마워〉와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도 섬에서 동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아빠 따라 영상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끝에는 언제나 별이 된 엄마가 서 있다. 여전히 엄마 생각만 하면 슬프고 꽃만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하지만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다. 슬픔 또한 엄마를 만나는 방식이기에. ‘시는 사랑이고,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이라고 소년은 말한다.
《고마워》는 엄마 잃은 소년의 먹먹한 바람을 담아낸 두 번째 동시집이다. 첫 동시집 〈약속〉에는 아직 엄마를 떠나보내지 못한 슬픔이 그대로 몽우리 져 뭉쳐 있었다면, 이번 두 번째 동시집에서 소년은 “미래의 희망은 몸이 불편하시거나 어렵고 힘든 분들을 위한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라고 말한다.
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