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277. 그 후 두 주일
다행히 삼 사일 절뚝거리던 밀라가 쉽게 다 나았다. 역시 의사도 용하고 약도 좋은 모양이다.
그런데도 나는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의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지낸다.
잠시 일어나 걸어 보지만 곧 오른쪽 옆구리가 아파서 다시 누워야 한다.
우리 집 침대에 누워서 바라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파아란 하늘에 뭉게구름, 산톨나무 가지에 앉은 새.
꽁지깃을 까딱거리다가 아주 특이한 소리로 운다. "삐리리리... 쪼로로로...."흉내도 내기 어렵다.
서쪽 창문으로는 성큼 커버린 나뭇가지에 주먹만한 열매가 새로 열렸다. 굵고 튼실한 거미줄도 보인다.
아픈 게 아니라면 저런 풍경을 바라보며 누워 있는 이런 시간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나는 아프다.
열심히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고 physical Therapy를 받았지만 회복이 더디다. 늙은 몸에 너무 큰 타박이 긴 후유증으로 남았나보다.
이젠 나을 때도 되었건만 그날이 그날이다.
밀라가 급히 나를 부른다. 뭔가 심상찮은 일이 생긴 것 같다.
김치냉장고가 고장이 났다고 한다. 아침에 와 보니 김치냉장고의 표시등이 꺼져 있더라는 것이다.
6년 정도밖에 안 되어 보증 기간도 안 넘긴 냉장고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이 나라는 김치냉장고를 안 쓰니 누굴 불러다 보여야 되나? 게다가 제품 설명서도 모두 한글이니 아무 도움도 될 것 같지 않다.
일단 죠셉이 electrician을 불러온다. 그가 뒤를 뜯어 살피더니 내일 다른 전기 기사 친구를 불러오겠단다.
다른 친구가 와서 보더니 부품 교환에 2500페소가 든다고 한다.
OK를 했다. 고칠 수만 있다면 그거야 감수해야지.
일이 많아 이틀 후에나 온다더니 또 다른 기사를 데리고 왔다. 세 사람이다. 마지막 사람이 최고 기술자인가보다.
"맘, 고쳤어요. 확인해 보세요."
내가 잠김 버튼을 누르자 김치 냉장고가 살아났다. 우리도 무겁던 마음이 풀린다.
"사람이 다 살게 마련이야. " 죠셉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첫댓글 필리핀 전기 기술자가
김치 냉장고를?
기술이 좋은 기사 였나 보네요.
그러니께
기술자들 …우습게 보지들 마셔 …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