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팥죽 관련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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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공양주.''
''왜 그래요….''
''왜 그래요가 다 뭐요.
오늘이 무슨 날인데 잠만 자고 있습니까?
어서 일어나요.''
''무슨 날은
무슨 날이에요, 해뜨는 날이죠.''
''허참 오늘이 동짓날 아닙니까,
동짓날. 팥죽을 쑤어서 공양 올려야지요.''
세상 모르고 늦잠을 자던 공양주 보살은 해봉 스님의 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구! 이거 야단났군, 야단났어. 내 정신 좀 봐.
동짓날 팥죽 쑤는 것을 잊고 늦잠을 자다니.''
공양주 보살은 놀란 토끼처럼 자리를 차고 일어나 허겁지겁 옷을 주워 입고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휴 이를 어쩌나….''
아궁이 불씨가 꺼져 재만 남은 것이 아닌가.
해는 벌써 뜰앞 소나무 가지에 걸렸는데 언제 불을 지펴 죽을 쑤어야 할지 공양주 보살은 앞이 캄캄했다.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부처님 벌은 고사하고 주지 스님 불호령이
곧 떨어질것만 같아 안절부절이었다.
생각다 못해 공양주 보살은 산등성이에 사는 나무꾼 김서방집에 가서 불씨를 얻으려고 길을 나섰다.
동짓날 찬바람에 매서운 데다 눈이 발목까지 올라와 걸음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음이급하다 보니 김서방집이 오늘따라 천리길처럼 멀기만 했다.
''경을 칠…
오늘따라 왜 눈은 와서 속을 썩인담.''
공양주는 허덕이며 산등성이를 내려왔다.
양지바른 언덕 김서방집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공양주는 반가웠다.
걸음이 빨라지다 못해 뛰기 시작했다.
사립문을 열고 들어선 공양주는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여보슈- 김서방.''
''누구세요?''
''나에요.''
''아니 아침부터
공양주 보살님이 웬일이세요?''
김서방댁이 의아한 듯 맞는다.
''불씨 좀 얻으러 왔어요.''
''불씨라뇨?''
''네, 그만 늦잠을 자다가
오늘이 동짓날인 것을 깜박 잊었지 뭐유.
아궁이에 불씨가 꺼져 버렸어요.''
''아니, 아까 행자님이 오셔서 불씨를 얻어갔는데
불이 또 꺼졌나요?''
''네엣?''
공양주는 무슨 소린가 싶어 놀랐다.
''행자님이요?''
''네, 조금 전에 행자님이 와서
팥죽 한 그릇 먹고 불씨를 얻어 갔어요.''
''팥죽까지 먹고 갔다구요?''
''네, 배가 고프다고 해서 한 그릇 드렸더니
다 잡수시고 갔어요.''
공양주는 마치 도깨비한테 홀린 듯했다.
''우리 절에는 행자님이 없어요.''
''네?''
''틀림없이 부처님이 다녀가신 겁니다.''
공양주 보살은 이 말을 남기고 다시 바쁜 걸음으로 절로 향했다.
절에 도착하자마자 공양주 보살은 해봉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우리 절에 행자님이 있어요?''
''행자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요?''
''아니 있나 없나만 대답하세요.''
''그거야 밥그릇 세는공양주가
나보다 더 잘 알거 아니오?''
공양주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아궁이에는 장작불이 훨훨 타고 있지 않은가.
공양주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솥을 열어보았다.
더운물이 끓고 있었다.
공양주는 급히 팥을 삶기 시작했다.
이때 주지 스님이 들어왔다.
''공양주, 아직도 공양이 안 되었나?''
''네, 곧 올리겠습니다.''
''어서 올리도록 하게나.''
크게 꾸중듣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긴 공양주 보살은 서둘러 팥죽을 쑤었다.
먼저한 그릇 떠서 대웅전으로 갔다.
다시 팥죽을 들고 나한전으로 간 공양주는 나한님 앞에 팥죽을 내려놓다가 그만 까무러치게 놀랐다.
''아이구 나한님.''
공양주는 고개를 못 들고 그대로 엎드려 크게
절을 했다.
공양주를 내려다보면서 빙그레 웃고 있는 나한님의 입가에 붉은 팥죽이 묻어 있는 것이 아닌가.
동짓날 늦잠을 잔 공양주의 버릇을 깨우쳐 주기 위해 김서방집에 가서 팥죽을 먹고 불씨를 얻어온 행자는 바로 나한님이었던 것이다.
공양주는 황공해서 절만 하고 있었다.
이때 법당을 진동하는 커다란 음성이 들렸다.
''공양주야, 이제 네 과오를 알겠느냐?''
''예, 깊이 깨달았습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