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陳情表 - (李密)
臣以險○ 夙遭愍凶 生孩六月 慈父見背 行年四歲 舅奪母志
신이험흔 숙조민흉 생해육월 자부견배 행년사세 구탈모지
祖母劉閔臣孤弱 躬親撫養 臣少多疾病 九歲不行 零丁孤苦 至于成立
조모유민신고약 궁친무양 신소다질병 구세불행 영정고고 지우성립
저는 불행하게도 일찍이 부모를 잃어 생후 6 개월 된 갓난 아이 때
아버님과 사별하고 나이 네 살 때 외삼촌이 어머니의 수절하려는 뜻을 빼앗았습니다.
조모 유씨가 제가 외롭고 약한 것을 불쌍히 여겨
어려운 조건하에서도렵게 저를 잘 키워주셨습니다.
저는 어릴 적에 병이 많았고 아홉 살이 되어도 걷지 못했고
외롭고 쓸쓸하게 홀로 고생하며 성인이 되었습니다.
旣無叔伯 終鮮兄弟 門衰祚薄 晩有兒息
기무숙백 종선형제 문쇠조박 만유아식
外無朞功强近之親 內無應門五尺之童
외무기공강근지친 내무응문오척지동
○○孑立 形影相吊 而劉夙○疾病 常在牀褥 臣侍湯藥 未嘗廢離
경경혈립 형영상조 이유숙영질병 상재상욕 신시탕약 미상폐리
저에게는 숙부나 백부도 없고 형제도 없습니다.
가문이 쇠퇴하고 박복했다.
늦게 서야 자식을 두었으니
밖으로 기복이나 공복을 입을 만한 가까운 친척도 없고
안으로는 문 앞에서 손님을 응대할 어린 시동 하나 없습니다.
홀로 외롭게 살아가면서
내 몸과 그림자가 서로 위로할 따름이었거늘
조모 유씨도 일찍이 병에 걸려 늘 자리에 누워 계십니다.
저는 탕약을 다려 올리며 한 번도 곁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逮奉聖朝 沐浴淸化 前太守臣逵 察臣孝廉 後刺史臣榮 擧臣秀才
체봉성조 목욕청화 전태수신규 찰신효렴 후자사신영 거신수재
臣以供養無主 辭不赴 會詔書特下 拜臣郞中 尋蒙國恩 除臣洗馬
신이공양무주 사불부 회조서특하 배신랑중 심몽국은 제신선마
지금의 조정을 받들게 되면서
맑은 교화를 온 몸에 입고 있습니다.
전의 태수인 가규는 저를 효렴으로 발탁하였고
후에 자사인 고영은 저를 수재로 천거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조모의 공양을 맡아줄 사람이 없어서
사퇴하고 부임하지 않았는데
마침 조서가 특별히 내려져서 저를 낭중으로 임명하시었고
얼마 되지 않아 나라의 은혜를 입어 저에게 선마의 벼슬이 내려졌습니다.
猥以微賤 當侍東宮 非臣隕首所能上報 臣具以表聞 辭不就職
외이미천 당시동궁 비신운수소능상보 신구이표문 사불취직
詔書切峻 責臣逋慢 郡縣逼迫 催臣上道 州司臨門 急於星火
조서절준 책신포만 군현핍박 최신상도 주사임문 급어성화
외람 되게도 미천한 몸으로 동궁을 모시게 되니
제가 목을 바친다해도 그 은혜를 다 보답할 수 없을 겁니다.
저는 사정을 모두 아뢰는 표를 올리고
사퇴하여 곤직에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조서를 내리시어 절실하고도 준엄하게
제가 책임을 회피하고 태만함을 책망하고
군과 현에서는 다그쳐서 제가 길을 떠나도록 재촉하며
주의 관리들도 문에 와서는 성화같이 서두르고 있습니다.
臣欲奉詔奔馳 則以劉病日篤 欲苟順私情 則告訴不許 臣之進退 實爲狼狽
신욕봉조분치 칙이유병일독 욕구순사정 칙고소불허 신지진퇴 실위낭패
伏惟聖朝 以孝治天下 凡在故老 猶蒙矜育 況臣孤苦 特爲尤甚
복유성조 이효치천하 범재고로 유몽긍육 황신고고 특위우심
제가 조서를 받들어 빨리 다려가고 싶지만
조모 유씨이 병환이 날로 위독하고
구차히 개인의 사정을 따르고자 하여 하소연해도 들어주지 않으니
제가 벼슬길에 나아가야 하는지 물러나야 하는지 참으로 낭패입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지금의 조정은 효도로써 천하를 다스려서
모든 노인들이 살아서 동정을 받아 양육되고 있습니다.
하물며 저는 홀로 고생하는 것이
남보다 더욱 심함에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且臣少事僞朝 歷職郞署 本圖宦達 不矜名節
차신소사위조 역직랑서 본도환달 불긍명절
今臣亡國之賤○ 至微至陋 過蒙拔擢 寵命優渥 豈敢盤桓 有所希冀
금신망국지천부 지미지루 과몽발탁 총명우악 기감반환 유소희기
또한 저는 젊어서 위조인 촉나라를 섬겨 낭서에서 근무하였으니
본래 출세하기를 바라서 명예나 절개를 자랑삼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는 망국의 천한 포로로
지극히 미천하고 지극히 비루한데도 과분하게 발탁하니
총명이 우악하온데
어찌 감히 주저하며 바라는 바가 있겠습니까?
但以劉 日薄西山 氣息奄奄 人命危淺 朝不慮夕
단이유 일박서산 기식엄엄 인명위천 조불려석
臣無祖母 無以至今日 祖母無臣 無以終餘年 母孫二人 更相爲命
신무조모 무이지금일 조모무신 무이종여년 모손이인 갱상위명
다만 조모 유씨가 마치 해가 서산에 지려는 것처럼 숨이 끊어지려고 하여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우니 아침에 저녁의 일을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조모가 없었다면 오늘에 이를 수 없었을 것이며
조모께서는 제가 없으면 여생을 마칠 수 없을 터이니
조모와 손자 두 사람이
더욱 서로 목숨을 의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是以區區 不能廢遠 臣密 今年四十有四 祖母劉 今九十有六
시이구구 불능폐원 신밀 금년사십유사 조모유 금구십유육
是臣盡節於陛下之日 長 報劉之日 短也
시신진절어폐하지일 장 보유지일 단야
이런 까닭으로 소심해져서 능히 그만두고 멀리할 수 없습니다.
저 밀은 금년에 나이 마흔 넷이고 조모 유씨는 이제 아흔 여섯이니
이는 신이 폐하께 충성을 다할 날은 길고
할머니 유씨를 봉양할 날은 짧은 것입니다.
烏鳥私情 願乞終養 臣之辛苦 非獨蜀之人士
오조사정 원걸종양 신지신고 비독촉지인사
及二州牧伯所見明知 皇天后土 實所共鑑
급이주목백소견명지 황천후토 실소공감
까마귀가 어미새의 은혜를 보답하려는 사사로움 마음과 같이
조모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봉양하게 해 주십시오.
저의 괴로움은 촉의 인사들만이 아니라
양주와 익주 두 주의 장관들도 훤히 아는 바이며
천지신명께서도 실로 모두 보고 있는 바입니다.
願陛下 矜愍愚誠 廳臣微志 庶劉僥倖 卒保餘年
원폐하 긍민우성 청신미지 서유요행 졸보여년
臣生當隕首 死當結草 臣不勝怖懼之情 謹拜表以聞
신생당운수 사당결초 신불승포구지정 근배표이문
원하옵건대, 폐하께서는
어리석은 저의 정성을 가엾게 여기시어 저의 작은 뜻을 들어주십시오.
제가 바라는 것은 조모 유씨께서 다행히 여생을 끝까지 보전하게 된다면
제가 살아서는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하고, 죽어서는 결초보은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두려운 마음을 이기지 못해
삼가 재배하고 표를 올려 아뢰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