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옛날 인도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빠따짜라였으며, 그녀의 집안은 매우 부유한 브라만이었다. 그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기 집의 하인이었다. 그는 천민의 신분이어서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다. 빠따짜라의 부모는 딸의 사정을 모른 채 결혼을 시키려고 수소문해 마침내 그녀에게 정혼자가 정해졌다. 결혼식 전날 밤에 그녀는 하인과 함께 멀리 떨어진 지방으로 도망을 갔다.
이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룬 지 1년이 지나 빠따자라는 임신을 하였다. 그녀는 아기를 낳기 위해 친정으로 가고 싶어 했다. 남편이 허락하지 않자, 그녀는 홀로 친정으로 향했다. 남편이 알고 뒤쫓아 와서 길목에서 만나 실랑이를 하다 길에서 아기를 낳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산 지 몇 년 지나 빠따자라는 두 번째 아기를 가졌다. 이번에도 그녀는 친정으로 가고자 했으나 남편이 허락하지 않았다. 남편 몰래 그녀는 아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남편은 그녀를 붙잡기 위해 쫓아왔고, 어느 길목에서 아내를 만났는데 산통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아내가 낳을 장소를 찾다가 그만 독사에 물려 죽고 말았다. 남편을 기다리다 지친 아내는 나무 밑에서 혼자 아기를 낳았다.
다음날 그녀는 겨우 몸을 일으켜 주변을 돌아보니, 남편이 죽어 있었다. 빠따자라는 자신 때문에 남편이 죽었다며, 통곡했다.
그녀는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향했다.
고향 어귀에 이르러 강을 건너가야 했다. 그녀는 갓난아기를 강 건너편에 데려다 놓고 다시 와서 큰 아이를 데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큰 독수리가 갓난아기를 낚아채 가버렸다. 놀란 그녀가 당황하며 손을 휘저으며 안 된다고 외쳤는데, 건너편에 있던 큰 아이가 엄마가 부르는 줄 알고 강에 뛰어 들어 익사하였다. 그녀는 하루 이틀 사이에 남편과 자식 둘을 잃은 것이다.
슬픔에 젖은 그녀가 겨우 친정에 도착했는데, 폭우로 인해 휩쓸려가 친정 식구들도 많이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비통한 여인의 이야기는 빨리어 『법구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녀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인연이 되어 출가해 비구니가 되어 큰 깨달음을 얻어 성자가 되었다. 비구니 가운에 계율에 뛰어나 부처님으로부터 ‘계율 비구니’라고 칭찬받았다.
록그룹 ‘더 크로스’ 보컬 김혁선씨는 몇 년 전에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되었다. 그는 피나는 재활을 통해 다시 가수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도 그는 보호자가 옷을 입혀 줘야하고, 흔한 양치질조차도 20분 넘게 걸리며, 대변도 관장으로 두시간식 써야 한다. 하루에도 그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앞의 빠따짜라나 록 가수 김혁건씨처럼 고통을 겪은 사람이 있는가? 삶의 무게(슬픔)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만 고통스런 일을 당하고, 자신만 불우하게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대체로 자신에게 불리한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슬픔과 이별, 죽음 등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삶 자체가 즐거움보다 의무로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다. 특히 여인의 삶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결혼해서 자식을 키우고, 자식이 장성해 조금 편안할 때쯤이면 시부모나 친정 부모를 모셔야하고, 손주를 돌봐줘야 하는 등 끊임없이 일들이 주어진다. 결코 인생은 녹녹치 않다.
세상 사람들 중에는 어떤 이는 일자리를 잃고, 아르바이트도 못 구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가겟세를 내지 못해 파산하고,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동동거리는 등 고통에 찬 이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고 하지 않는가? 조금만 버텨보자.
출처 ; 정운 스님 / 살다보면 살아진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