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대표팀의 훈련이 실시된 부산 동의대 야구장. ‘바람의 아들’ 이종범(32)이 난데 없이 말을 꺼냈다.
“아시안 게임은 아마 대회라 주간 MVP가 없다”고 했더니 이종범은 “그러면 예전에 있던 맹타상 같은 거라도 만들어서 주세요”라고 끝까지 팀 후배 장성호를 칭찬하고 나섰다.
그럴 만도 하다. 요즘 대표팀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선수는 단연 ‘스나이퍼’ 장성호(25ㆍ기아)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장성호는 국내 프로야구 타격 1위의 매서운 방망이 솜씨를 전 아시아에 펼쳐 보이고 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두산 감독)도 이례적으로 장성호를 칭찬하고 나섰다.
김 감독은 “성호는 단연 우리 팀의 키 플레이어다. 초반 득점 찬스를 거의 다 만들어 주고 결정적인 타점도 많다”고 만족을 나타냈다. 김성한 코치(기아 감독)도 “성호가 이제 정말 국가 대표가 됐네”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2번 지명 타자로 고정 출장하고 있는 장성호는 예선 4경기 동안 6할 6푼 7리(18타수 12안타)의 고타율에 9득점, 4타점을 기록 중이다. 팀 내 타격 1위이자 최다 안타 1위, 득점 1위(이병규와 공동)의 맹활약이다. 3일 대만전과 6일 일본전 선취 득점의 주인공 또한 장성호였다.
프로 입단 후 첫 국가 대표였던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는 천양지차다. 당시 장성호는 공ㆍ수에 걸쳐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불과 2년 사이에 장성호는 그 누구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성장을 한 것이다.
장성호는 “당시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얼떨떨하기만 했다. 지금은 한결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 내가 생각해도 최근 타격감은 최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