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나고 난 뒤, 소비에트 연방에는 두 가지 새로운 정치적 움직임이 등장한다.
아드릭 레베데프 최고 소비에트 상무회 의장 동지께
저는 30년째 광부로서 소비에트 인민들을 위하여 봉사하고 있는 알렉산드라 보로딘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구에 거주하다가 이곳 노비 레닌그라드로 이주하여 살면서까지 지난 30년간 단 한 차례도 지각 없이 성실히 근로했으며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낳아 훌륭한 소비에트 인민으로 키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단지 딸아이 하나의 어머니일 뿐입니다. 제 세 아들인 파벨, 이반, 바실리는 사회주의 조국을 지키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모두 붉은 군대에 자원하였으며 이번 전쟁 이후 모두 제게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지난 50년의 삶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제 믿음은 이번 전쟁이 있기까지 단 한 차례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트로츠키 동지께서는 모든 이들이 모든 악과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 삶을 마음껏 향유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소비에트 연방은 이 트로츠키 동지의 말씀대로 지난 두 세기 간 인류를 수천년의 비극적 역사 끝에 드디어 전쟁이라는 비극에서 해방시켰습니다. 사회주의 조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이유로 제 세 아이들과 수십만의 다른 젊은이들이 수백년간 존재하지 않았던 폭력 속에서의 고통스러운 최후를 맞게 된 것이 과연 트로츠키 동지의 뜻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알렉산드라 보로딘 올림
주로 전사자 유가족들과 상이군인들 사이에서 시작된 이른바 '평화주의' 운동은 비록 그 세력은 미미했으나 현재 소비에트 연방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었기에 상당한 골치거리였다.
그러나 주요 구성원들이 전사자 유가족과 상이군인들이었기에 이들을 탄압할 수 없었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 강화 등으로 달래야만 했다.
'군국주의'라는 움직임 또한 있었는데 이들은 인류지상주의자들과 다르게 외계생명체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수호한다는 목적보다는 전쟁을 통해 다른 외계생명체들의 자원과 영토를 뺏어서 소비에트 연방이 더 부유하고 강대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통해 전쟁을 옹호했다.
전쟁이 끝나고 자원의 여유가 생기자 수십년만에 외계행성 개척이 다시 시작되었다.
새로 개척된 행성의 이름은 2026년 대영제국의 마지막 국왕 앨버트 2세의 전범재판을 주도한 소비에트 사법계의 전설이자 이후 8대 최고 소비에트 상무회 의장이 되어 제국주의 잔재 청산에 앞장섰던 레오니드 메드베데프 동지의 이름을 따서 메드베데프그라드라고 명명되었다.
제국주의 격파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메드베데프 동지의 이름을 행성에 붙인 것은 대영제국의 몰락과 퀴라물란 제국의 몰락을 동일선상에 놓으려는 레베데프 의장의 의중이 섞인 결정이었다.
가뜩이나 평화주의자들 때문에 골치아픈데 트로츠키 동지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판단되기도 하였다.
메드베데프그라드에 정착이 시작될 때쯤 '세제사리 연합'과 '익-누르-발 신정'이라는 새로운 두 외계 세력이 발견된다.
이들은 여태까지의 세 외계 세력과 다르게 첫 접촉에서부터 소비에트 연방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섯 번째 접촉 이후 소비에트 지도부는 은하계에는 지적 생명체가 예상에 비해 훨씬 많으며 겨우 퀴라물란 공화국 하나 격파했다고 안심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 못하고 끊임없는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설마 했던 최악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주는 생각보다 훨씬 끔찍한 곳이었습니다."
"그렇군요.. 서기장 동지..."
"방침을 어떻게 정하실 겁니까? 이번 두 놈들은 여태까지 만났던 놈들보다 훨씬 적대적이고 포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적으로 진행하시오..."
어느새 75세가 된 아드릭 레베데프 의장은 2241년 말부터 말이 어눌해지고 반응이 눈에 띄게 굼떠진다.
그를 직접 관찰할 기회가 있는 모든 이들은 레베데프 의장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의 국정 수행도 불가능하여 사실상 코즐로프 서기장이 최고 권력자가 된 상황에서 레베데프 의장은 후계 구도에 대한 어떤 의견도 내비치지 않았다.
2인자인 코즐로프 서기장은 그보다도 나이가 많은 84세의 고령이었기에 레베데프 의장이 사망하더라도 그는 후계자로 그다지 거론되지 않았으며 여러 젊은 유력 정치인들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움직인다.
어떤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고 정치인들 중에서도 눈치가 뛰어난 이들만이 파악할 수 있는 암투가 한창 진행되던 2242년 8월 1일, 소비에트 연방의 모든 방송에서 일제히 속보를 내보낸다.
첫댓글 누가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서 소련의 미래가 갈리겠군요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아닐지
먼가짧아ㅏ진기분
저 알렉산드라 보로딘은 프리비어슬리 온 유또삐아에서 고기캔 3개를 받았다고 기뻐하던 녀성 아니던가요? 아들 동무에게 보르시치를 해주겠다던...
그 아들 동무가 우주 인민 해방(?)을 위하여 숭고한 희생을 치르었군요 T
파벨은 낙하한 탈출 포드의 탑승자들을 구조하러 가던 중 게릴라들의 기습으로 전사했습니다.
너무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