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 조선을 떠난 건 아홉살 때였소. 그저 달렸소, 조선 밖으로. 조선에서 가장 먼 곳으로.
그런 내 앞에 파란 눈의 금발머리 선교사가 구세주처럼 나타났소.
그의 도움으로 미국 군함에 숨어들었고, 한 열흘 쯤 가면 되겠지 했는데 한 달을 갔소.
- 헌데, 아홉살 아이가 무슨 연유로.
- ...죽여라. 재산이 축나는 건 아까우나
종놈들에게 좋은 본을 보이니 손해는 아닐 것이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조선이오.
- ...누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
- 상전이었던 양반이.
무엇에 놀란 거요. 양반의 말에, 아님. 내 신분에?
맞소. 조선에서 난, 노비였소.
귀하가 구하려는 조선에는, 누가 사는거요.
백정은 살 수 있소? 노비는 살 수 있소?
- 내가 처음에 널 여기 데려왔을 때 하대를 한 이유는
이 험한 길을 며칠 오가다 제 풀에 나가 떨어지겠지 해서였다.
근데 넌 10년을 오갔다.
네가 무슨 질문을 어떻게 받았든 넌 10년으로 이미 다 배웠다.
- 허면... 저는...
- 허나.
애기씨.
소인이 애기씨와 이리 지내는 것이 세간에 알려지면 소인은
반상의 법도를 능멸한 죄인입니다.
강상죄로 소인은 죽음을 면치 못합니다.
- 스승님,
- 애기씨의 뜻과는 상관이 없지요.
법이 그러합니다. 세상이 그러합니다.
허니, 안 될 일입니다.
* 강상죄 : 낮은 계급의 사람이 높은 계급의 사람에 대해 한 행위
- 그 날은, 미안했소.
귀하의 그 긴 이야기 끝에, 내 표정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오.
귀하에겐 상처가 됐을 것이오. 미안했소.
나는, 투사로 살고자 했소.
할아버님을 속이고, 큰어머니를 걱정시키고,
식솔들에게 마음의 짐을 지면서도 나는,
옳은 쪽으로 걷고 있으니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였소.
헌데, 귀하의 그 긴 이야기 끝에 내 품었던 세상이 다 무너졌소.
귀하를 만나면서 나는 단 한 번도 귀하의 신분을 염두에 두지 않았소.
돌이켜보니 막연히 난 귀하도 양반이라 생각했던 거요.
난 내가 다른 양반들과 조금 다를 줄 알았소.
헌데 아니었소.
내가 품었던 대의는 모순이었고,
난 여직 가마 안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호강에 겨운 양반 계집일 뿐이었소.
하여, 부탁이니 부디... 상처 받지 마시오.
- 그대는 이미 나아가고 있소.
나아가던 중에 한 번 덜컹인 거요.
그대는 계속 나아가시오.
난 한 걸음 물러나니.
그대가 높이 있어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침묵을 선택해도 됐을 텐데, 무시를 선택해도 됐을 텐데,
이리 울고 있으니 물러나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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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션샤인은 김은숙 작가가 정말 대사 하나하나를 고심해서 썼다는게 느껴질 정도로 대사들이 너무 좋음
좋은 대사들이 많고 쩌리에도 글이 올라왔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도 기억에 많이 남아서 가져와봄
힘 빠지는 댓글 달거면 그냥 지나가줬으면 좋겠음
첫댓글 미스터션샤인 대사 진짜 미쳤어
미샤 진짜 내 인생 드라마....ㅠㅠ
미스터 션샤인은 몇탕을 해도 안질려... 인생 드라마야
진짜 드라마 대사봐 나는 김은숙드라마중에 제일
나 김은숙 드라마 이것만 봤어ㅠ 하 여러번 봐도 진짜… ㅠ ㅠ…
진짜 안본사람꼭봐줘 ㅠㅠ ...
이거 너무 늦게봐서 후회함 ㅠㅠ꼭봐줘 꼭..
예전에 이 글보고 내용을 다 이해하고 싶어서 드라마 정주행했는데 드라마 너무 좋더라
하ㅜㅜ또가슴이 미어지네ㅜ
미친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