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성 Broken glass #1

[샤리엘]

「Broken glass」

"엄청나..."

"엄청난 에너지다."

홀 안을 가득 메우는 미칠듯한 보이스.

금이 간 벽에선 간간히 부스러기가 떨어져 나오고 있었고, 유리창은 강한 바람이라도 만난 것 처럼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드럼소리가 심장을 쾅쾅 울려대는 것도 기타소리가 귓속을 시원하고 파고드는 것도 베이스 소리가 발끝을 간지럽히는 것도

모두 참을 수 있었지만..

저기 네 사람중에서 가운데 서 있는 남자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엄청난 고음은 나의 뇌속을 침범하는 듯한 이질감이 강하게

느껴짐과 동시에 엄청난 에너지에 온몸이 마비된 것만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을까..옆에 있는 나의 친구와 다른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너무 시끄러워서 그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간간히 '유리' '창문' 이런 단어들이 스치듯 들려올 뿐이었다.

유리? 창문?

어째서 그런 단어들이 스치듯 들린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갖기도 전에 사건은 터져버렸다.

찌지직. 찌직. 쩌억. 파샥! 챙!

홀안은 방음 때문인지 원래 창문이라는 것이 없기 마련.

하지만 노래를 하는 그들 뒤에는 거대한 창 하나가 설치되어 있었다. 마치 고의로 지은 듯한 창문.

그 창문이 서서히 금이 가면서 그들이 노래를 마침과 동시에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깨져버렸다.

창문이 깨지자, 파편들이 튀었고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햇빛은 유리파편들을 빛냈고 그들을 역광으로 보이게 했다.

역광으로 보인 탓에, 그들의 큰 키는 더욱 거대해 보였고, 빛나는 유리 파편은 그들의 날개처럼 형상화 된 것 같았다.

그들은 온몸으로 유리를 맞으면서 서 있었다. 나는 미친게 아닌가..라고 잠시 생각했었지만

이것은 그들만의 퍼포먼스 였다. 'Broken Glass' 깨진 유리. 그들의 이름이다.

사람이 일정한 음을 오랫동안 유리 앞에서 내 지르다 보면, 그 유리가 깨진다고들 하는데 그들이 바로 그것을 실현해 낼 수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유리가 깨짐과 동시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잘한 상처를 안고 여유롭게 웃으며 퇴장했다.

난 태어나서 처음 보는 그 공연을 3년이 지난 지금도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

# 1.  3년 후의 컴백. 그들의 행방은?

나를 음악의 세계로..정확히 말하자면 락음악의 세계로 빠져들게한 그들.

'브로큰 글라스' 말그대로 깨진 유리. 그들은 내가 본 공연을 마지막으로 3년 동안의 공백을 예언했었다.

그들에 대한 정보는 넉넉치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보아도, 몇몇 흐릿한 사진들과 공영 영상들 뿐..

그들의 이름이나 나이, 가족관계 등등 이런 신상정보는 일체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그들을 '브로큰 글라스'라고만

알고 있었다.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들을 좋아하고 그들의 음악을 즐기며 아직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해 음악에

빠져든 나는 어째서 그들이 3년씩이나 쉬겠다고 하는건지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여러 기획사에서 그들을 탐내고, 앨범 제작사들은 그들의 음악을 담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쏟아부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모든것을 모두 뿌리치고, 공백에 들어갔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털끝하나 비추지 않고 있었다. 말그대로..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야! 방좀 치워, 차한비."

"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음악에 집중이 안된단 말이야."

"미친놈."

무언가 필요한게 생각난 건지 나의 두살터울 위인 누나가 내 방에 들어와 해코지를 시작했다.

워낙 천성이 깔끔한 편이였던 누나는 나의 방을 보면 항상 질색을 하곤 했다.

내 방은 여느 남자 아이들 방처럼 시큼한 냄새가 나고 여기저기 옷가지가 널부러져 있었으며 바닥은 과자 부스러기로 인한

지뢰밭이 형성되어 있었다. 누나는 내 방에서 핸드폰 USB를 찾아 손으로 둘둘 말은 채, 내 방을 나갔다.

난 누나가 미웠다.

나의 음악세계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 친구놈 한명 빼곤.

사실 난 음치였기 때문이다.

'브로큰 글라스'가 약속한 3년이 되자, 사람들은 그들을 찾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었다.

방송계의 안방마님인 공중파들은 그를 수소문하기 이르렀다. 그들이 그 때 당시에 나왔던 사진과 영상들을 토대로

그들의 신체 특성을 자세하게 널부러 놓는 것이 그것이었다. 마치 몽타주로 용의자를 잡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반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보컬의 얼굴은 흰 피부에 까만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긴 로브를 쓰고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사진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그들은 얼굴 클로즈업으로 찍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얼굴의 생김새는 제대로 파악되지 못했다. 전부 멀리서 찍은 사진이나, 흔들리는 영상이었을 뿐...

알 수 있는 거라곤 꽤나 장신인 키와, 맑은 그의 목소리.

보컬 오른쪽의 일렉을 연주하는 사람은 고글로 얼굴을 대부분 가린 상태여서 얼굴은 전혀 식별이 불가능했고 다만,

유난히 다른사람들 보다 크고 긴 손가락과 손목에 조금 흉터가 있다는 점?

보컬 왼쪽의 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은 긴 장발의 소유자로, 연주시 늘 머리카락을 가만히 두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머리카락에 얼굴을 습격당한 듯한 모습들 뿐이었다. 보이는 것으로는 민소매에 도드라져 보이는 팔근육 정도.

드럼을 치는 사람은 그나마 얼굴이 잘 보이는 편에 속하는 사진이 있긴 하지만 얼굴이 까만 편이어서 그런지 식별하기 어려웠다.

텔레비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미칠듯한 궁금함에 사로잡혀 있던 나는, 순간 엄마가 던지는 걸레를 피하지 못하고

옆 얼굴에 정통으로 맞아버리고 말았다.

"아! 엄마!! 더러워!"

"텔레비전이나 쫒고 있는 네 눈이 더 더럽다! 가서 공부나 하지 뭘 그렇게 멍하게 앉아있어?"

"아직 고3도 아닌데 왜그래 진짜!"

"고2는 학생도 아니냐! 빨리 테레비 안 꺼!?"

브로큰 사형제는 잠시 잊고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도 좀비들과 싸우러 독서실에 가야될 것 같았다. 재빨리 가방까지 챙긴 나는 엄마에게 손을 벌려 독서실 비를 갈취했다.

내가 말하는 독서실이 누구나 생각하는 칸막이가 촘촘하고 조용한 독서실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칸막이는 물론 있다. 다만 담배연기도 좀 나고 시끄러울 뿐이다.

책을 펴고 집중을 하나, 컴퓨터를 키고 집중을 하나 집중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핸드폰을 들어, 목록을 뒤졌다.

나와 브로큰 글라스를 보며 한창 열을 올렸던 친구의 이름이 떠올랐다.

"여보세.."

"강운하. 피방으로 와라."

대답은 듣지 않아도 올 그였다.

*

"아 그래서. 미친아. 말은 해봤냐고."

"말은 해봤지만. 좀 아니라고. 으윽."

"뭐가 아니야! 악! 그정도면 이쁘고도 남을 얼굴 아니냐. 말했더니 뭐래?"

"뭘 뭐래. 얼라는 엄마 젖이나 먹고오라는 소리밖에 더하겠냐?"

"야, 이자식아! 말 똑바로 한 것 맞아?!"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산소와 일산화탄소를 함께 들이 마시고 있는 것도 망각하지 못한 채, 좀비를 죽이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던 우리는 천천히 대화의 장을 펼쳐나갔다. 중간에 당하면 나도 같이 당하는 양, 으윽. 이라는 소리도 잊지 않으면서.

약간 길어져 있는 검은머리를 귀찮다는 듯 털어내고 있는 내 친구 운하는 2달 째 나의 누나에게 꽂혀 내게 압박을 주고 있었다.

나의 누나 차한별은 마치 새카만 밤하늘에 뜬 하나의 별 같았다....라는 말은 운하의 표현을 살짝 빌린 것이다.

녀석은 나와 친구가 된지 꽤 오래 되었는데도 우리 누나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집에 가면 없거나

나와 녀석이 술의 노예가 되어 있었거나..뭐 이런 잡다한 이유로 인해 2달 전에 누나를 처음 보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난 우리 누나가 절대로 예쁘다고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녀석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야 근데 솔직히. 우리누나 만났던 남자들 보면...연하는 단 한명도 없었단 말이야."

"너가 다 봤냐? 다 봤어? 그중에 너가 못봤던 연하남들도 있을거야!"

"아냐. 다 봤을 걸? 연하남은 싫다고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모르겠냐..그냥 포기해. 옆반에 걔 이쁘잖아. 여지희?"

"걔는 아직 덜익었어. 니 누나가 최고야."

여전히 현란한 손놀림을 과시하며 운하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보기엔 나보다 2년이나 늙은 누나보다는 아직 상큼한 옆반의 여지희라는 여자애가 더 낫지 싶었다.

아니, 상큼한 것도 상큼한 것이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그 여자애는 성숙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왠지 B컵 사이즈 일 것만 같은 가슴 크기에, 잘록한 허리. 햇빛을 받으면 미끄러질 것만 같은 각선미...........라니!

언제부터 내가 그렇게 자세하게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명 성숙하게 익은 몸매 같았다.

"걔도 익을만큼 익은 것 같던데."

"야 그거 뽕이래."

"엉?"

"그 가슴 뽕이라고. 근데 니 누나는 자연산이라며."

나름 충격이었다. 그게 가짜였다니..

하지만 여기서 나는 나의 혈육에 대한 자부심이 쑥쑥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래. 내 누나는 자연산 B컵이다. 크하하....하지만 그닥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가슴 모으기 운동을 한답시고 거울앞에서 양 팔을 앞으로 붙이고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모습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게다가 팔뚝 살을 빼야, 가슴이 더 커보인다며 양옆으로 팔을 쭉 뻗어 흔들어대는 그 추한 자태까지..

누나의 그 사이즈는 절대 노력의 결과였음을..

"그나저나 배고프지 않냐?"

"나갈까? 할만큼 했는데."

"그래."

운하의 말에 나는 갑작스런 배고픔을 느끼고 나가기를 권했다.

좀비여 안녕. 내일 방과후에 또 봅세.

벌써 황금같은 일요일의 오후 2시가 되어 있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금요일 밤엔 기분이 좋았는데

일요일 오후 2시만 되면 기분이 나빴다. 이시간에 벌써 내일 아침을 걱정하는 것인가.

책이 두권정도 들어있어 살짝 무게가 느껴지는 가방을 들고 나서고 있을 때였다.

"야, 이자식아. 사람을 치고 갔으면 사과를 해야지."

왠지 불량배 냄새가 100퍼센트 나는 말투로 틱틱 내뱉어대는 한 아저씨 앞으로 나와 같은 나이 또래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서 있었다. 왠지 불길해서 걸음을 옮기려고 했지만, 그 남학생이 내뱉는 말로 인해 나는 우뚝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 네. 죄송합니다."

별 말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은 나의 발을 바닥에 꽁꽁 묶어두고 말았다. 뒤를 돌아보는 운하녀석이 어리둥절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도 모른채 나는 꼼짝앉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나의 발목을 잡은 것은 그의 말이 아니라 그의 목소리였다.

"죄송하다면 다야? 무릎꿇고 용서를 빌어야지..응? 아가야."

"어째서 무릎까지 꿇어야 하는 겁니까?"

바닥까지 치는 낮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제법 중후한 느낌의 목소리가 울렸다.

다른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진동이 일었다. 이 목소리는 분명 3년전 유리를 깨부순 목소리와 느낌이 같았다.

톤은 다른 것 같았지만, 확실히 이 진동의 느낌은 그때의 느낌과 소름끼치게 닮아 있었다.

운하녀석이 왜그러냐는 투로 나에게 다가와 내 팔을 붙잡았지만,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친 채 말했다.

"가만있어봐."

"아, 왜. 얼른 와. 돈 계산 하기 싫어서 이래?"

이미 운하의 목소리는 나에게 들리지 않았다.

온통 그에게 쏠려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의 흰 피부를 가진 그에게..

그는 '브로큰 글라스'의 보컬일까? 답은 아니다. 였다. 톤은 분명히 달렸다. 그 때의 보컬은 좀더 높은 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절대로 낮은 음역에 있는 톤이었다. 분명 그 톤은 아니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하. 손봐주길 바라고 있는 건가?"

"형님. 고정하십시오. 저런 조무래기들을 상대했다간, 시간낭비일 것입니다."

"그래. 좋아. 이번만 봐주지."

긴장된 공기가 한번에 으스러져 버렸다.

남학생을 똑바로 노려보던 아저씨는  옆에있는 아저씨의 말로 인해 화가 조금 누그러진 듯, 걸음을 옮겼고

남학생은 그 아저씨를 바라보다 자신이 가던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먼저 카운터에 가서 돈계산을 하고 있는 운하놈을 방치해 둔 채, 그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검은 머리카락인 그가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재빠르게 내려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키가 커서 그런지 내 손은 그의 어깨에 닿자, 근육이 긴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저기..."

그는 아무말 없이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검은색으로 염색한 우리 누나의 머리카락처럼 그의 눈동자는 굉장히 새카맣게 빛났다.

굉장한 미남이었다. 나는 숨을 한번 훅. 들이쉰 후 다시 진정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혹시..."

"야! 차한비! 죽고싶냐!!"

내가 그에게 하고싶은 말을 하려 입을 연 순간, 뒤에서 미친듯이 계단을 내려오며 표효하는 짐승이 내 뒷덜미를 가로챘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말았고 동시에 짐승이 내 뒷덜미를 잡아 뒤로 돌리는 바람에

내 등짝이 바닥과 진한 키스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아주 짦은 순간에 스쳐지나갔고..

난 그 생각이 바로 현실과 이어졌음을 내 꼬리뼈에서 강한 통증이 일어남으로 인해서 알게 되었다.

"악!!!"

나의 짧은 외마디 비명은 복도를 크게 울리고 있었다.

뒤이어 큭큭 거리며 비웃는 강운하 짐승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아무말 없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던 그는, 아무일도 아닌 양 다시 몸을 돌려 제 갈길을 가고 있었다.

난 그렇게 허무하게 그를 잃었다. 왠지 손아귀에 쥐고 있던 소중한 물건을 빼앗긴 모양처럼..

*

"헛소리 하네."

"진짜야!"

"톤이 달랐다며. 근데 뭐가진짜야. 그냥 느낌 비슷한 사람이지 멍청아."

"아냐...분명 느낌이 똑같았단 말야."

"그러니까! 느낌만 같은 다.른. 사람이라고."

집에 들어온 나는 누나와 함께 엄청난 말싸움을 해야만 했다.

운하 녀석과 때늦은 점심밥을 먹고 집에 도착했을 땐, 엄마는 집에 없고 누나 혼자 남아서 텔레비전 앞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때마침 텔레비전에선 '브로큰 글라스'를 주제로 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나의 음악을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들을 꽤나 좋아하는 누나를 위해 아까 만났던 그를 누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나는 내 말을 귓등으로만 듯고 코웃음 쳤다.

"쳇. 아 그리고 운하가 누나 만나고 싶대."

"또 그소리냐? 얼라는 엄마젖이나 먹으라고 말했지."

"걔 얼라 아니야. 꽤나 남자다운 놈이라고. 얼굴도 그만하면 꽤 잘생겼잖아?"

"얼굴만 잘나면 뭐하냐? 이게 어린데."

손톱 기른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나 옆에서 조용히 젓가락을 들어 반찬을 집어먹던 나는 다시 한번 누나와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장을 다녀오는 엄마의 호통치는 목소리에 금방 끝이 나버리고 말았다.

*

"으하하! 미친놈."

"아, 저리꺼져 병신아."

남녀 합반이라면 조금 나았을까.

아침 조회시간 전의 등교시간은 꽤나 시끄러웠다.

2학년 4반은 남자반이었다.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을 틀어놓았지만 당최 들리지를 않았다.

남자녀석들의 고함소리가 보통이 아니었다.

옆에서 교복바지가 춥다며 체육복 바지로 옷을 갈아입는 운하놈의 옆태가 보였다.

옆반 여자아이들은 복도를 지나가다 창문사이로 보이는 운하의 옆태에 시선이 꽂혀 지나가질 못하고 있었다.

놈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빤쓰가 모르는 이의 동공에 비치는 것도 모르고 아무렇지 않게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정림고등학교의 홀수반은 여자반, 짝수반은 남자반이었다.

고로 양옆은 여자반. 가슴에 뽕넣고 다닌다는 그 성숙한 몸매의 여지희는 3반이었다.

어쩌면 운하놈의 빤쓰를 구경한 여자들 중에 섞여있을지도?

"아. 존-나 시끄럽네."

"그러게. 다 그렇지 뭐. 넌 뭐듣냐? 또 락?"

"응."

"지겹지도 않냐?"

"지겹다니! 넌 '브로큰 글라스'를 잊은거냐!"

"잊진 않았지만 그들이 부른게 아닌 다른 음악은 지겨워."

역시. 녀석은 아직 그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남자애들 사이에선 영웅이었으며, 여자애들 사이에선 남신이었다.

엄청난 폐활량과, 중압감. 큰키에 적당히 붙은 근육.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미남포스를 풍기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덕분에 슬슬 잊혀져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드르륵.

그때 엄청난 속도로 뒷문이 열렸다. 분명 애들이 뛰어노느라 그랬겠지만 난 그래도 예의상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처음보는 얼굴이 보여지는 것을 보니 우리반은 아닌 것 같았다. 아직 4월 초였지만 그래도 익숙한 얼굴은 아닌지라 우리반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야, 여기 김세영이라고 있냐?"

햇빛을 받아서인지 꽤나 밝아보이는 갈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그는 어제 봤던 그와 같이 미남형의 얼굴이었다.

웬 죄다 잘생겨서야...이래서 나와 운하놈의 인기가 추락하는 거다.

내가 알기로는 김세영이라는 사람은 이 반에 없었다.

"없는것 같은데요?"

"만약 김세영 아는 놈이나 본적 있는 놈 있으면 3학년 2반 최한려한테 오라고 해."

최한려..?

이름 굉장히 특이하다. 방금 들어온 사람의 이름이 최한려인가?

내 이름도 그 못지 않게 특이하지만 왠지 화장품 이름이 생각하는 그의 이름이 최고인 것 같았다.

"야, 이상현. 남의 이름 사칭하지 말랬지."

그의 뒤로 그보다 약간 작은 키의 남성이 보였다. 아무래도 문을 연 사람의 이름은 이상현이고 그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최한려인것 같았다. 도대체 김세영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길래 2학년 층까지 와서 찾는 것인지..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진 것을 보니 왠지 이 둘이 꽤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인가 보다.

"니 이름으로 대야 안잊어먹고 잘 찾아오지. 워낙 특이하셔야지. 수려한 씨."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이 카사 새끼가!"

"뭐! 카사!? 넌 여자 안만나고 다니냐, 이 고자야!"

"고자!? 죽고싶어!!!"

.....

괜히 영향력 있는 선배들은 아닌가보다.

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 운하놈과 담소를 나누었다. 담소의 주제는 오늘도 차한별이었다.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돌아온 리엘입니다^ㅇ^!

너무 오랜만에 왔나요..ㅎㅎ

그동안 다른 작품도 많이 보고 제 글을 다듬고 다듬느라 많이 오래걸렸네요.

'우연을 만나다'의 외전은 쓰다가 안쓰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 3개중 1개만 올리고 끝을 냈답니다.

이번거는 어떻게 될른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열심히 써볼 작정이에요!

재밌게 봐주셨음 좋겠어요^^그럼 좋은하루 되세요~

[샤리엘]

저 사람들이ㅇ0ㅇ!? 댓글 감사해요 사현-님^^앞으로 열심히 쓸게요

[별이해삼]

++ 아, 궁금해 미치겠다능...++

[샤리엘]

궁금해 주셔서 감사해요 별이해삼님+_+그 궁금증은 곧 풀릴 것이에요!

[리클라이]

재밋어요~ 브로큰 클라스 너희들의 정체는 모니~~~ㅋㅋ궁금궁금 ^^

[샤리엘]

리클라이님^^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이에요! 더욱 재밌는 스토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할게요ㅎㅎ

[바다.☆]

꺄- 작가님 오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