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시기엔 잘 알지도 못한 채 반대하는 교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대개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필요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처음 제정되었을 때는 교육부의 딴지 걸기와 교육감 교체 등을 겪으며 허둥지둥, 우왕좌왕했다. 조례를 무시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관리자와 교사들도 있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교복과 머리카락 모양, 색깔이 아님을 인정하고 아침마다 단속하는 일을 멈추었다. 학생들의 전자기기도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한다.
조례에 맞게 학칙을 제·개정해야 했기에 학생들은 처음으로 학교의 학칙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기회를 가졌고 학교의 규칙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학생들 사이에 토론의 기회가 생겼고, 교사들도 필요한 규칙에 대해서 무조건 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이유를 설명하며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군림하는 느낌을 지울 수 있었다. 심지어 조례가 생기기 전 한 번도 학칙을 바꾼 적이 없던 우리 학교의 경우 '껌 씹기 금지', '걸으면서 먹기 금지', '흰 양말만 착용' 등 같이 교사가 보기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문화된 규칙들이 남아 있는 것을 교사들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과 함께 교칙을 새롭게 만들어가는 기분도 들었다.
교사들도 학생만큼이나 인권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에 인권이나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서울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11년이 지났고, 이제 웬만큼은 알고 있다. 학칙을 제·개정하는 절차도 매뉴얼이 생겼다. 교사 워크숍에서 생활지도에 관한 주제가 나오더라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힘들다는 말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예전엔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학생의 옷차림과 머리카락에 집착하고 잡지 못해서 안달이었나 후회하기도 한다. 아침마다 얼굴 붉히며 만나는 교사와 학생의 모습 대신 웃으며 아침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