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 및 육아 생활이 많이 힘들어서, 보스께 양해를 구하고 어제 하루 휴가를 냈습니다.
그냥 혼자 막 미친 듯이 드라이브 하고 아무데나 가고 싶더라고요. (feat. 아재로망)
새벽에 집(부산)을 나와서 서쪽으로 남해 고속도로를 계속 밟았습니다. 네비도 안 찍었습니다. 그냥 끝이 궁금했어요.
남도 산길을 가로지르는 남해 고속도로에 아침 안개가 자욱합니다. 중간에 정신차려 보니, 섬진강 휴게소네요. 커피 한 잔 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도는 넘어야죠. 가다 보니, 어머니의 고향이지만 한 번도 안 가 본 그 곳이 보입니다.
전라남도 장흥입니다.
차로 읍내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운치는 있습니다. 나중에 살고 싶은 그런 곳입니다.
탐진강 주변에 운동 하시는 분들 몇 분 계시네요. 기름 넣고, 강 건너니 바로 앞에 정남진 토요시장이 보입니다.
사람 사는 냄새도 좀 맡을 겸, 시장 산책을 했습니다. 아침이라 그런지, 생선 비린내도 상큼하게 다가옵니다.
걷다 보니, 아침 식사 문을 연 곳이 한 곳 있어서, 소머리국밥 한 그릇 했습니다. 한라네 소머리국밥이네요.
국물도 끝내주고, 고기양도 정말 많네요. 전라남도에 왔음을 느낍니다.
다시 핸들을 잡고, 어디로 갈까 고민합니다. 예전에 나우누리 할 때 같은 타자 카페회원 동생 중에 벌교에 사는 귀여운 친구가 있었어요. (닉네임 망내) 그 생각이 났습니다.
벌교시장으로 네비 찍어 봅니다.
벌교읍에 들어서자마자, 와 여긴 완전 80년대 시골이네 하는 찰나에.. 여기는 80년대가 아니고 1900년대 초반임을 눈치챘습니다. 고풍의 건물들이 황홀 합니다. 영화 세트장 같네요.
보성 여관이 눈에 띕니다. 주위를 한참 거닐었습니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 어르신들이 많이 모여 계십니다. 젊은 사람들을 보기가 힘드네요. 20-30년이 지나면 이 곳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긴 합니다.
꼬막 한 번 먹고 가야 하는데, 배가 너무 불러서 다음을 기약 했습니다. 소머리국밥을 다 비우는 게 아니었는데..
어디로 갈까.. 언젠가 들어보았던 메타세콰이어길을 한 번 갈까, 낙안읍성을 갈까, 순천만을 가볼까, 여수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최근에 수해를 입었던 화개장터가 떠올랐습니다. 역시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입니다.
문 닫은 가게들이 많은데, 그 쪽에서 식사를 하는 게 맞겠다 싶었습니다.
구례를 통해서 갑니다. 날이 맑아서 그런지 시계가 넓습니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들에 바로 압도 당합니다. 누가봐도 지리산입니다. 높은 산은 다르네요.
노고단까지 밟을까 하다가, 다시 동쪽으로 갑니다.
화개 장터 도착하니, 11시네요;; 참 일찍 출발하긴 했습니다.
이 쪽 지역 수해는 확실히 복구된 것 같네요. 다행입니다. 장터내를 구경해 봅니다. 호객행위를 너무 많이 하셔서, 좀 마음이 아팠습니다. 흔적이 남으니 살 수는 없고..
근처 식당에 자리를 잡으니, 재첩회덮밥과 재첩국 메뉴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동에 왔으면, 재첩 먹어야죠.
맛이 끝내줍니다.
커피 한 잔 하니, 바다가 그립습니다. 산에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산만 보다보니 등산이라도 한 느낌입니다.
카카오 맵을 켜셔 짱구를 굴려보니, 남해로 갔다가 사천으로 해서 집으로 가면 될 것 같았습니다.
검색하다가 나온 남해 어디 전망대로 네비 찍고, 핸들을 잡았습니다.
하동에서 남해로 이어지는 국도는 정말 제가 가 본 도로 중에 최고입니다.
좌 지리산 우 섬진강이네요. 말이 안 나옵니다. 도로도 2차선이라 여유가 있고, 차도 없습니다. 문 열고 바깥 공기를 마십니다. 좋네요.
중간에 가다 보니, 왼쪽에 멀리 지리산이 파노라마로 한 눈에 보이는 지점이 나옵니다.
뉴질랜드 남섬, 스위스 다 가 보았지만, 저는 여기가 최고인 것 같네요. 내려서 아까 편의점에서 샀던 커피 한 잔 합니다.
지상 낙원이 여기인가 싶습니다.
노량대교를 지나, 남해섬으로 들어갑니다. 도로들이 만만치 않네요.
가는 길에 독일마을 표지가 보입니다.
어디 여기까지 상술이야! 하고 있는데,
제가 유럽에 와 있네요.
이국적인 건물들이 눈에 뜁니다. 독일 맥주 땡기는데, 대리 부를 수가 없어서 그냥 거닐기로 합니다.
검색해 보니, 역사가 있는 곳이었네요. 죄송합니다..
다시 핸들을 잡고, 네비 찍었던 보물섬 전망대로 갑니다.
한려수도가 눈 앞에 그려지는 이 그림은 정말 절경입니다. 말이 안 나오네요.
가족 단위로 많이 온 것 같네요. (여보 미안해, 다음에 같이 오자!)
다시 핸들을 잡습니다.
사천으로 넘어가는 길에, 오래된 동네라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는데, 모던한 가게가 하나 눈에 띕니다.
팥빙수 파네요.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팥파이스라고 하는 것 같네요.
맛은 있었습니다.
시간도 많이 흘렀고, 다시 사천으로 넘어옵니다.
사천에 아파트가 많지 않은데, 저 고층에 살면 뷰가 LCT 못지 않을 것 같네요.
다시 남해고속도로 탔는데 중간에 졸려서 진영휴게소에 들렀습니다. 여기가 휴게소인지, 백화점 식당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가 본 휴게소 중에 최고입니다.
가고 싶었던 육첩반상을 휴게소에서 볼 줄이야;;
차가 좀 밀려서, 5시는 다 되어서 해운대 쪽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는데, 별로 배가 안 고프네요. 좀 걷기로 합니다.
반여동 길가에 주차를 하고, 반여동 재래시장 그리고 반여3동 재래시장을 한 시간 정도 걸었습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네요. 저는 이게 그리웠습니다.
배 좀 꺼지고, 밀면 한 그릇 하고 집에 왔습니다. 상호는 기억이 안 나네요. 맛있었습니다.
어제 하루 저에게는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고, 앞으로 가족 그리고 회사에 충성해야겠습니다.
알럽 형님들도 코로나 때문에 고생 많으신데, 힘내십시오!
첫댓글 관대하신 보스를 모시고 계시는군요.
와 글읽으면서 그림이 그려집니다. 언제 한번 가보고싶어집니다..
한국관광공사 정직원에 합격하실만한 여행기행문이시네요. 제가 다 기분이좋네요. 자유와해방이? 느껴지시는건 왜?
제 고향 동네도 다녀오셨군요. 덕분에 옛생각도 나네요ㅎㅎ
보기만 해도 같이 힐링됩니다 부모님고향이 보성인데 최근엔 못가봤는데 덕분에 전라남도 기행을 같이 한거 같네요 ㅎㅎ
아....떠나고 싶다~~~
멋지시네요!!!
와 진짜 부럽네요
글만 봐도 멋진 그림이 연상이 되네요.. ㅎㅎㅎ
사진이 함께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흔적을 남기면 안되셨겠죠? ㅎㅎㅎ
저도 한번 시도 해 보고 싶네요!
사정 상 사진을 남길 수가.. ㅜ
화개장터 재첩국은 잊을수가없습니다.
와~ 힐링 제대로 하고 오셨네요. 오늘 하루도 어제의 기운으로 멋지게 보내십시오!!
지금 제 상황에 글만 봐도 힐링됩니다
정말 필요한 시간을 보내셨네요
ㅊㅋㅊㅋ
글만읽어도 행복하네요 ㅋㅋㅋ 모두들 힘내십시오!
네비 안찍고 여행하는거 참 재밌죠!! 나중에 동해안 해안도로 네비 안찍고 한번 가보셔요~ 가다가 이쁜 해변 보이면 차세우고 파도 소리 듣다가 다시 해안도로 타고 올라가고 ㅎㅎㅎ 너무 좋더라구요~
다음엔 사진 좀 찍으면서 동해안 가봐야겠어요. ㅎㅎㅎ
글만 읽어도 힐링되네요ㅋㅋㅋㅋ 부럽습니다!
저도 같은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고 걷는 느낌이 조금 나네요.
정말 꿀같은 힐링을 하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