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자 외 출입 금지’가 적힌 문과 마주 앉는다 다른 공간과 이어진 유일한 문이다 열 생각은 딱히 없는데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그의 이야기는 시작되지 않고
무인 카페는 끝나지 않는다 이곳엔 나와 그뿐이다’
- 한재범 詩『무인 카페』
- 시집〈웃긴 게 뭔지 아세요〉창비 | 2024
늦은 밤 퇴근길에 환히 불 밝힌 무인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쌀쌀해진 밤, 따스함이 간절하기도 했고 호기심도 동해서 들어가 보았다. 로봇이 커피를 내려준다던가 하는 과학소설의 한 장면을 상상했으나, 알아서 계산하고 커피를 담는 일종의 ‘셀프 서비스’였다. 조금은 실망한 채 자리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 테이블에는 학생들이 노트북을 켜놓고 과제에 열중하고 있었다. ‘무인’ 형태가 제공할 법한 편의성을 찾아온 이들이다. 눈치 볼 필요 없이 머물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이점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어색함이 밀려들었다. 간섭이 없는 만큼 환대도 응대도 없다. 그러니 온기도 없다. 필요와 쓸모만 있으니 참으로 경제적이나 ‘카페’적이진 않다.
무인 서점 운영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 계산은 책을 사러 온 사람이 알아서 하는 만큼 서점 주인은 간단히 재고 정리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 있다는 거였다. 선의로 건넨 제안임을 알기에 말없이 귀를 기울였지만, 내심 속상했다. 서점지기란 그저 재고를 정리하거나 계산을 하는 사람만이 아니지 않은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마주할 때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있다. 그게 좋아서, 어렵지만 서점을 운영한다. 코로나19 이후 자리 잡은 ‘비대면’ 생활 양식은 분명 우리를 지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효율적이라고 믿는 생략과 단축이 실은 결여나 상실임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인간은 어리석지 않다. 나는 그리 믿는다. 그런 생각 끝에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