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훔쳐먹다 퇴학당한 소년, 23개국 도는 황금노년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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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훔쳐먹다 퇴학당한 소년, 23개국 도는 황금노년 비결
2024.11.21
은퇴하셨나요? 은퇴를 준비 중이신가요? 혹은 은퇴 대비를 못해 고민 중이신가요? 1970년대생까지 50대에 진입했는데, 학력이 높고 경제력을 갖춘 세대라 풍요로운 노후를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동시에 돈 걱정이 앞서고, 그 많은 시간에 뭘 할지 걱정도 될 겁니다. 하지만 잘 설계하면 제 2의 황금기가 될 수 있습니다. 더중플 ‘은퇴 Who’ 시리즈가 노후 주거와 필요한 돈, 취미, 부부끼리 잘 지내기 등 은퇴 후 삶의 다양한 모습과 이정표를 보여드립니다.
첫 회는 은퇴족의 로망, 해외 한 달 살기. 여러 나라를 다닌 64세 은퇴자의 생생한 경험담과 조언을 들어보시죠.
튀르키예 여행 중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한 최수길씨. 요금을 놓고 실랑이가 있었지만 타고 난 후엔 싹 잊을 정도로 만족할 만한 도전이었다. 사진 유튜브 수길따라
소년을 포함해 4남매는 아무도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강원도 화천 산골에선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늘 배가 고팠다. 밥 준다는 얘기에 7사단 군인교회를 찾아갔다. 그곳 야학에서 중학교 교과서를 뗐다.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춘천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잠깐 행복했다. 가발공장에서 일하며 학비를 보내주던 누이가 결핵에 걸리기 전까지는. 기숙사비를 내지 못해 쫓겨났다. 친구의 자취방에 얹혀 잠은 해결했지만, 빵 하나 사 먹을 수 없는 굶주림은 여전했다. 어느 날 홀린 듯 기숙사에 몰래 들어갔다. 밥을 훔쳐먹다 잡힌 소년에게 돌아온 처분은 퇴학. 다시 거리로 나왔다.
탈출을 꿈꾸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어딘가 좋은 세상이 있을 것 같았다. 제주도에 가면 일본행 밀항선을 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공사판에서 당시 큰돈이던 1만원을 모아 제주로 향했다. 하지만 이내 알았다. 유토피아로 가는 데에도 차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고향으로 돌아와 이듬해 교육행정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다. 대학 갈 돈만 벌겠다는 심산이었지만 가족은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20살 청년은 그곳에서 정년퇴직을 맞았다. 대학의 꿈은 놓았지만 좋은 세상으로 갈 거란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은퇴와 함께 꾹꾹 눌러 뒀던 꿈을 담아 배낭을 쌌다.
2021년 6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여러 나라를 다녔다. 배고픔에 몸서리치던 소년은 그렇게 자유를 얻었다. 50년 만에.
23개국을 돌며 한 달 살기를 해본 최수길(64)씨. 그는 구독자 25만 명, 영상 누적조회 수 6000만 회를 돌파한 유튜브 채널 ‘수길따라’도 운영 중이다. 여행 중 소소한 일상을 담은 영상이 5060의 관심을 끌면서 어른들의 ‘빠니보틀’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