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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차의 오글오글한 이야기 5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 2025,9,25 )
지난 회에 믹스커피 이야기를 끝낼려고 했는데,잠시 여담을 들려 주고자 합니다. 해외에서 믹스커피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아는 외국인들은 너무나 좋아합니다.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믹스커피,라면,삼겹살이라는
통계도 있더군요. 입맛은 비슷한 것을 공감합니다.
다문화가정을 돕는 봉사를 할 때의 일인데,몽골에서 온 새댁이 친해지고 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녀의 친척들은 아직도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그녀가 고향으로 보낸 선물 중에 믹스커피를 가장 좋아해서 인기 최고라고 했습니다.
수태차를 지금도 많이 마시지만 믹스커피가 몽골 초원 곳곳에서
그 향기를 자랑하고 있답니다.
그녀 자신도 얼마나 좋아하는지,공장에 비치된 커피를 수시로 뽑아 마신다고 합니다. 한국에 이런 저런 이유로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의 음식 선호도 1위라고도 하는데,특히 힘든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영양제 섭취하듯 마십니다.
울 아들은 가끔 가게에 와서 커피를 한 박스씩 가져 가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제일 좋아해서 놀란다네요. 빨리 소진되어 회사에서 미처 준비를 못 하면 가져다 놓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들의 도움을 많이 받기에 나름의 친절이지,생각합니다.
그렇게 무심한 듯,믹스커피로 대신하는 마음이 이쁘기도 해서
언제라도 줍니다.
그러면 믹스커피 외에,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종류는 얼마나 있을까요?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커피 베리에이션으로 색다른 커피가 만들어지고 있으니 다 알수는 없지만,적어도 우리가 마시는 것 정도는 알면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커피의 맛과
종류는 우리의 상상 이상입니다;
가장 먼저,아메리카노를 말해야겠지요. 요즘은 어르신들도 설탕과 우유를 넣지 않은 커피를 아메리카노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섬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태리인들이 에스프레소를 미국에 가져갔고 거기에서 아메리카노가 만들어 졌습니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어 농도를 연하게 한 것. 이것이 정확한 아메리카노의 정의입니다. 농도는 드립식 커피와 비슷 하지만, 그 풍미는 확연하게 다릅니다 . 일반 드립식으로 뽑은 커피와는 만드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일반 드립식으로 뽑아낸 커피를 아메리카노라고 부릅니다. 연하게 만들어 마시는 커피를, 요즘은 무조건 아메리카노라고 부르는 경향입니다. 뭐... 틀린 말도 아니지요. 에스프레소에 물을 부어 연하게 해서 마시는 것이 아메리카노
이니까요.
어느 카페에 갔더니 아메으리카노라고 되어 있어 정말 궁금했습 니다. 샷 추가를 한 것일까요? 암튼 요즘의 아메리카노는 숭늉 만큼이나 친근한 음료가 되었습니다. 커피 원두의 가장 미세한 차이까지도 파악할수 있는 것이 아메리카노라고 할수 있습니다 .
룽고라는 방식으로 물을 많이 써서 추출하는 것은, 아메리카노와 미묘하게 다릅니다. 또 롱 블랙이라고 해서 물에 에스프레소를 타는 방식이 있는데, 이것 또한 아메리카노와는 다르게 구별됩니 다.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지만 그 미묘한 맛과 풍미의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요즘은 블렌딩의 기술과 함께 워낙 많은 방식들이 발달되고, 세분화 되어서 예민한 미각이 있는 사람들은 까다롭게 자신만의 커피를 찾아 다닙니다. 커피의 기본은 아메리카노라고 할수 있으니까요. 에스프레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아메리카노라고 꼽습니다.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만나면 정말
행복해집니다.
이제 에스프레소를 이야기 해볼까요? 에스프레소...세상에 태어나 내가 에스프레소를 처음 마셔본 것은, 엉뚱하게도 사제관 에서 였습니다. 로마에서 온 보좌신부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가져왔고, 면담을 위해 사제관을 찾는 신자들에게 사제는 직접 커피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조그맣고 새하얀 잔에 커피가 까맣게 담겨 나왔는데,무엇보다 그 향기가 놀라웠습니 다. 그러나 내가 아는 커피의 향기와는 달랐 습니다. 맛은 쓰디쓴 맛. 함께 내 주는 과자와 겨우 마셨지만,나 는 속으로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 뒤로 나는 에스프레소를 단 한 번도 마신 적이 없습니다. 내
겐 맞지 않았어요. 에스프레소의 향미가 좋은 것은, 아주 빨리, 30초 안에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입니다. 에스프레소머신은 중력의 약 10배의 힘으로 커피를 뽑아내기에, 그 진한 맛과 향기가 비할 데가 없 습니다.
원초적인 커피 맛,그대로 입니다. 일반 드립식 커피가 2~3분에 걸쳐 다량의 물에 섞여 추출하기에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습니 다. 그런데도 카페인 함량은 일반 커피보다 훨씬 적습니다.
아침의 에스프레소에 중독 된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커피에 비해 카페인 흡수율이 높아, 뇌의 활동을 빠르게 촉진해주기 때문입니다.
에스프레소를 잘 뽑았을 때 생기는 크레마도 그 보좌신부에게 배웠지요. 흔히 타이거 스킨,즉 호랑이 가죽 무늬 처럼 보이는 크레마가 커피잔 위에 생겼을 때가 최고의 에스프레소라고 합니다. 멋진 크레마가 생긴 커피를 자랑스럽게 내밀며 즐거워 하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에스프레소 한 샷에 들어가는 커피는 7그램이라는데, 그에 비해 카페의 에스프레소는 참 비싼 느낌이 듭니 다. 요즘은 가정용 머신도 많이 보급되어 집에서 즐기는 추세가 많아지고 있다니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 도전해 봄직도 합니다.
풍경이 좋은 카페의 한 곳에 앉아서,작고 하얀 타미타세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은 어쩐지 참 근사해 보입니다. 맛과 향기가 짙고 강해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커피의
기본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권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