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신(屈身)
겨울 산을 오르다 보면 나뭇가지들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을 향해 길게 허리를 숙인 모습을 봅니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나무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묵묵히 몸을 굽혀 그 무게를 받아냅니다. 주역에서는 이를 굴신(屈伸)이고 합니다. 굽힐 줄 아는 자만이 비로소 귀하게 펼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산을 오르다 보면 가끔 작은 자벌레를 봅니다.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몸을 활처럼 둥글게 말아 올리는 일입니다. 한껏 웅크려 뒷발을 앞발 가까이 끌어당기는 그 굽힘의 과정이 없으면, 자벌레는 단 한 뼘도 전진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삶도 이와 같습니다. 때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 앞에 무릎을 굽혀야 할 때가 있고,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초조한 마음으로 몸을 웅크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웅크림은 퇴보가 아니라, 다음 도약을 위한 에너지의 응축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화살이 멀리 날아가기 위해서는 활시위가 뒤로 팽팽하게 당겨져야 합니다. 뒤로 당겨지는 그 순간, 화살은 잠시 방향을 잃은 듯 보이고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가장 강력한 추진력을 얻는 중입니다.
지금 혹시 인생의 시련 앞에서 몸을 낮추고 있나요? 혹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잠시 멈춰 서 있나요? 그것은 약해서가 아닙니다. 삶이라는 활시위가 더 높고 먼 곳으로 보내기 위해 잠시 끌어당기고 있는 것뿐입니다.
폭풍이 몰아칠 때 대나무가 부러지지 않는 이유는 바람을 따라 기꺼이 몸을 굽히기 때문입니다. 굽힐 줄 아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유연한 지혜입니다.
스스로 낮추고 굽힐 줄 아는 사람은 어떤 비바람이 불어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복원력을 지닙니다. 잘 비우고 잘 굽히는 사람만이, 때가 되었을 때 가장 눈부시게 자신을 펼쳐 보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웅크림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기지개를 켜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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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때론 그 굴신의 시간이 너무 긴 것이 힘들게 합니다.
주위에 소위 "잘 안 풀린다"란 말을 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본인은 노력한다고 하는데, 하는 일마다 잘 안되는 사람이 있죠. 안타깝지만, 딱히 도울 수 있는 능력도 안되고.... 끝까지 용기를 가지란 말을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네요.
김진황 교수. 아침 7시 37분에 해경정 72정 인양에 대한 KBS TV뉴스를 봤네. 유족 DNA도 채취하고 이제야 비로소 희망을 갖게 됐다는 보도였네.
수고 많았고, 수고하시게. |
첫댓글 네. 앞으로 더 헤쳐나가야할 일이 산더미인데, 이제 막 시작한 것이라 어찌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게 그 일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봐야죠. 제 판단상으로는 인양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