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명을 "됐어!"라고 정해 놓은 사람을 안다
그의 아내의 묘비명은 "생긴 것보다 더 많이 사랑받고 가다"이다
"됐어!" 씨와 "생긴 것보다 더 많이 사랑받고 가다" 씨의
결혼 생활은 그런대로 행복했을 것같다
가을날, 허공에서 묘비명들이 떨어진다
"이곳은 영혼이 말을 갈아타는 역참"*
"말 탄 자여 지나가라"*가 뚝 뚝 땅에 구른다
"어쨌든 죽는 건 늘 타인들이다"*
응 응 응
노란 엉덩이들이 대답을 한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
손바닥들이 무원 삼매(無願 三昧)로 지상을 다둑인다
애쓰지 마라! 애쓰지 마라!
"여기 아내의 혀와 음부를 사랑한 만큼
아내의 배도 사랑하였던 돈 리고베르또 잠들다"**
묘비명들이 파릇파릇 또 태어나면 좋으련만
"흘러가는 물 위에 자기 이름을 쓰려고 한 자 여기 누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