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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두번째주 화요일이면 학생들은 학교운동장에서 승마교육을 받는다. 말과 함께 한지 1년이 넘은 학생들은 이제 혼자서도 말을 잘 탈 수 있다며 자랑을 하기도 한다 |
1-6학년 1명씩 ‘6남매’ 짝이뤄 서로 돕는 교정
승마교육으로 전교생이 ‘말 달리는’ 학교 생활
백두산 등 한반도 동서남북 여행 ‘큰 뜻 키우기’
거문초등학교는 큰 학자가 나왔으면 하는 마을 선조들의 바람에서 거문리(巨文里)라고 이름 지어진 평창군 진부면의 작은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좋은 쌀이 생산되는 살기 좋은 큰 마을이라고 하여 ‘거커리’ 라고도 불렸다는 이곳 역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마을 인구의 감소로 학생수도 많이 줄었다. 전교생 30명으로 다소 왜소해진 거문초등하교지만, 큰 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과 ‘세상을 살찌우는 좋은 양식’으로 학생들이 커 나갈 수 있도록 보살피려는 교직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교실과 교정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거문초만의 이색 체험 교육
1947년 거문분교장으로 설립돼 1949년 거문국민학교로 승격된 거문초등학교는 6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그렇지만, 지난 2009년 45명이던 학생수가 불과 2년만인 2011년 29명으로 줄어들면서 학교는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이 시기 전임 오승기 교장이 부임하면서 거문초의 ‘새로나기’가 본격화됐다. 거문초등학교만의 ‘작은학교 희망찾기’를 통해 ‘거커리 6남매 활동’과 승마교육, ‘거커리 두드림’ 프로그램 등을 기획해 진행했다.
먼저 학교는 2010년부터 학생들의 자존감과 애향심, 나라사랑을 고취시키기 위한 ‘거커리 두드림’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달에 두 번씩 마을의 형제봉과 흰적산 등을 오르며 체력 키우기뿐만 아니라 마을 주변의 자연이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지를 체험하면서 자연·생태학습도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한반도의 동서남북을 체험하기 위해 2011년 제주도(남쪽)를 시작으로 2012년 울릉도·독도(동쪽), 2013년 강화도(서쪽)를 거쳐 올해는 한반도의 북쪽 끝 백두산을 탐방할 예정이다.
김영희 교장은 “거커리 두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과 강산을 경험하며 자연과 나라에 대한 사랑도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연·생태 교육이 강조되면서 숲 체험이나 텃밭 가꾸기 등 자연과 접할 수 있는 교육이 학교마다 이뤄지고 있지만, 거문초등학교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이색적인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바로 승마 교육이다. 거문초등학교 학생들은 일부 저학년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말을 탈 수가 있다. 매월 두 번째주 화요일이면 모든 학생들이 기다리는 승마 교육이 학교 운동장에서 이뤄진다. 4~6학년 학생들은 이제 지도교사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말에게 먹이를 주고 말에 올라 달릴 수 있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신나게 달리지는 못하지만, 말 위에서 제법 여유도 부릴 수 있는 수준은 된다.
4학년 김다운 학생은 “처음 승마교육을 할 때만 해도 말이 발길질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돼 먹이 주는 것도 꽤 겁을 먹었지만, 이제는 말에게 칭찬해주고 쓰다듬어주면 얼굴을 들이밀며 좋아하는 말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다”고 말한다.
최종호 교감은 “말이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예민하고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말과 친숙해지는 과정 자체가 말과 교감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노력의 연속”이라며 “승마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자세교정과 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감성교육에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지난해 한번 고배를 마시기도 했던 유소년 승마단 창단을 위해 올해는 마사회의 지원을 받아 4~6학년을 대상으로 한 특별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거문초등학교에서는 자연·생태교육을 위해 두타산 자연휴양림 측과 MOU를 체결하고 1박2일 야영과 매월 숲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서 매년 진행하는 ‘강냉이 축제’에서는 학교 텃밭에서 학생들이 교직원들과 함께 가꾼 옥수수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보는 행사도 진행한다. 자신들이 직접 씨를 뿌리고 가꾼 옥수수를 수확해 자신들이 먹을 수 있는 요리로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순환에 대해 체험해볼 뿐만 아니라, 마을 대표 농산물에 대한 이해도 높인다는 차원이다.
거문초등학교는 동계올림픽 개최지역 학교답게 스키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학교의 모든 학생들은 겨울이 오면 12월과 2·3월에 1박 2일의 스키캠프를 떠난다. 모든 비용을 학교에서 지원해 학생들은 아무런 걱정 없이 스키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스키교육을 받고 있다. 5학년 오세기 학생은 이렇게 진행된 학교 스키캠프를 통해 스키선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지는 않지만, 학교의 지원으로 시내 진부초등학교에서 스키선수가 되기 위한 전문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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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수업 시간 친구들끼리 짝을 이뤄 용수철을 이용한 저울 만들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 |
가족 같은 거커리(거문리의 옛이름) 배움터
거문초등학교에서는 교과외 활동이 거의 대부분 6남매 모임 단위로 이뤄진다. 1~6학년 학생 6명으로 짜여진 ‘6남매’는 1년 동안 학교생활의 동고동락을 함께하는 말 그대로 ‘남매’다 매년 3월 학년뿐만 아니라, 특성과 성격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남매로 짝지어지면 이 학생들은 마을 뒷산 등반부터, 야영, 국토탐방, 스키캠프 등 거의 모든 체험활동들을 함께 한다.
특히 이런 6남매 활동은 다른 학교에서 전학을 오거나 친구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 봄 진부면 시내에 있는 학교를 다니다 전학 온 다운이는 6남매 덕분에 어색함을 떨치고 학교생활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지난해 6남매를 통해 5학년 ‘성윤이 형’과 가장 친해졌다는 다운이는 “학교에 처음 전학 와서 어색하기도 했는데, 6남매 형·누나들이 잘 챙겨주고 대화도 많이 해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선후배 사이의 폭력이나 폭언도 거의 볼 수가 없다.
충북 제천의 규모가 큰 학교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5학년 박별 학생도 3학년 때 거문 초등학교로 전학 오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별이는 거문초등학교에 전학온 초기에도 여전히 적응이 쉽지 않았다. 수업시간의 발표와 스키, 스케이트 등 체육활동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별이는 주변 친구들과 6남매, 그리고 선생님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지금은 학교 축제에서 사회를 볼 정도로 자신감이 많은 학생으로 변신했다.
이같은 변화와 효과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보살핌 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의 보살핌과 배려,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다.
시골 마을의 ‘스마트 교육’
작은 학교라고 해서 체험활동에서만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적은 학생수 덕에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맞춤식 교육과 스스럼없는 소통과 교감이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각종 실험·실습과 외국어 등의 교육도 오히려 대단위 교실보다 알차게 이뤄지고 있다.
거문초등학교는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농산어촌 ICT 활용 교육 연구학교에 지정되기도 한 학교는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고, 이를 활용한 교육을 진행한다.
지난 1일 ‘삼국의 성립과 발전’에 대한 발표자료 작성 수업을 진행한 5학년 학생들은 전날 담임 선생님이 자료실(강원에듀월드 강좌)에 등록한 가정학습 자료를 사전에 학습하고 선생님에게 보고 메시지를 이미 보낸 상태다. 이날 수업시간에는 전날 집에서 예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인터넷 상에서 각종 자료를 수합해 자신이 정한 주제에 대한 발표를 준비했다. ‘고구려의 성립과 발전’을 준비한 학생은 고구려의 태조 주몽에 대한 자료와 더불어 고구려의 영토가 가장 넓었을 당시의 지도 등을 조사해 발표 자료로 구성했다. 학생들이 발표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해 주거나, 자료조사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학생들은 모르는 것을 물어가며 자신만의 내용을 만들어갔다.
현태영 연구부장은 “작은 농촌 마을이라는 지역적 한계로 인해 다양한 정보와 스마트 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시대와 생활환경의 변화에 맞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한다는 의미에서 작은학교에서 이뤄지는 스마트 교육은 의미가 있다”면서 “단순한 스마트 기기의 활용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조사·연구 활동을 하고, 보살핌이 소홀해질 수 있는 가정에서의 아이들과의 소통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지만 풍성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열정뿐만 아니라, 학교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동문회의 힘이 무엇보다 컸다. 동문회는 올해 학생들이 백두산 탐방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지원금을 마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추석 연휴에 열리는 총동문회 체육대회에서 거문초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모금을 통해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교육청의 ‘작은학교 희망만들기’ 사업을 통한 과감한 지원과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김영희 교장은 “교육청과 지자체 등의 도움에 힘입어 작지만 특별하고 알찬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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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학년 학생 6명이 짝을 이뤄 1년 동안을 남매처럼 지내는 거문초등학교에서는 학년에 관계 없이 모두가 친구이자 가족처럼 지낸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1학년 학생들과 2학년 학생들이 함께 그네를 타며 즐겁게 놀고 있다. 강원희망신문 박용진 기자 2014.04.07(월) 1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