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극장은 90년대를 살아온 많은 사람들에게는 잊기 힘든 추억의 장소죠.
옆에 피카디리랑 단성사도 있고 90년대에는 세 극장이 트로이카로 불리우며
정말 엄청난 관객을 모았죠..
당시에는 영화 관계자들이 개봉날 서울극장 2층에 있는 까페에 있는 사람 수만 봐도
이번영화가 대박이다 아니다를 알수 있었다고 하니까요..
또 90년도엔 한참 비디오가 유행할 시기였는데 좀 유명한 영화들은 위에 사진처럼 서울극장 개봉작 로고가
똭 박혀있기도 했죠.
그렇게 전성기를 누리던 세 극장중 단성사가 제일 먼저 망하고
피카디리는 CGV로 바뀐후 이름만 겨우 유지하여 사실상 마지막까지 살아남은건 서울극장 한개였는데
그 서울극장마저도 이번달 말에 문을 닫습니다.
그래서 소듕한 연차를 소비하면서 까지 서울 극장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제 추억속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라진 종로3가의 모습에 많이 놀랐습니다.
피카디리는 영화 접속때 한석규와 전도연이 만나던..사람들이 약속장소로 잡던 넓직한 공터는 다 사라지고
커피숍 건물이 비집고 들어와서 탁 트인 느낌이 전혀 없고 답답한 느낌이 강한데다가 그 큰 피카디리 건물 전체가
사실상 공실에 가깝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 큰 건물에 1층에 귀금속 매장만 간간히 손님이 좀 있고 나머지 층에서 제일 장사 잘 되는 가게가
2층에 노인분들 상대로 3천원에 커피랑 생강차 같은거 파는 가게였던거에 충격..
맞은편에 단성사는 뭐 이미 예전에 다 흔적이 사라져 버렸지만 그나마 지하에 단성사 박물관 같은게 있다고해서
찾아가 보니 코로나로 인해 안하는거 같더군요..
어찌됐든 아쉬운 마음을 안고 서울극장에 갔는데..
예전에 서울극장 전성기때는 앞에 오징어랑 땅콩파는 노점상이 몇십미터씩 줄지어 서있었고
서울극장앞에도 꽤 넓은 광장처럼 되어있어 많은 사람들이 약속시간에 맞춰 자기 일행을 기다리곤 했었는데,
여기도 피카디리와 비슷하게 편의점 건물이 그 공터를 다 잡아먹었더라구요..
예전에는 서울극장 앞에가면 탁 트인 그 공간때문에 거대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답답하고 작은 건물처럼 보이더군요..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위상과 분위기에 솔직히 영화볼 생각도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8일후엔 영원히
못볼 극장이니 그냥 들어가서 시간맞는 황정민 주연의 인질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어짜피 영화 관람은 큰 목적이 아니었고 제 90년대 추억의 장소에게 이별을 고하는게 목적이었기에
큰 기대는 안하고 극장 내부좀 구경하다가 10분정도 늦게 들어갔는데..
오!의외로 굉장히 잘 뽑힌 영화였습니다.
황정민이 황정민 역할을 하는게 신선하기도 했고 빌런도 연기 잘하더라구요..
영화 자체가 90분정도로 길지 않기도 하지만 정말 한 30분정도 지난거 같은데 영화 끝나있더군요..몰입감 쩔었습니다.
어찌됐든 뭐랄까 2~30년전에 그렇게 르네상스 시절을 누리던 영화관 트로이카가 지금은 다 망하고
귀금속점에 잠식당해버린 현실이 아쉬웠고 서글프기도 했는데, 그래도 영화가 재밌어서 기분이 그나마 나아졌습니다.
영화관 시설은 화장실도 너무 후지고..요즘 사람들은 7천원 더 내고 씨네큐 같이 시설좋은 극장에 가는 트렌드도 있는걸 보면..
영 트렌드를 못 쫒아 가는구나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여기는 시설 좋기로 소문이 조금씩 나고 있는 씨네큐라는 극장인데
서울극장도 차라리 코로나로 운영난이 심하면 차라리 이렇게 차별화 전략을 쓰던가 했으면 생존할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그리고 나서 종각역쪽으로 걸어오면서 종로거리를 좀 구경해봤는데 정말 예전의 생기는 찾아볼수가 없더군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대부분의 가게들은 임대딱지가 붙어있고, 한참 유명했던 어학원들 마져도 코로나때문인지
온라인 수업의 영향인지 몰라도 예전처럼 젊은 학생들이 바글바글하긴 커녕 거의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냥 추억의 청계천 정도만 볼만한거 같았습니다..
제 기억속에는 항상 활력이 넘치던 종로거리와 사람으로 북적이던 극장들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미친듯이 활력을 잃은 모습을 보면서 괜히 갔나? 추억은 그냥 추억일때 아름다운 것인가..하는 서글픔이 드는 하루였네요.
첫댓글 저도 한 일주일전에 서울극장 다녀왔는데... 주변도 조용(?)하고 극장안도 사람도 거의 없고 관리도 안되는것같고 그냥 씁쓸한 마지막 모습이었네요..
추억이 참 많은 동네인데
서울극장에서 영화 본 사람은 이제
아재가 되겠네요
90년대여 안녕~~
이제는 힙지로가 예전 종로의 모습을 대체하는 것 같네요.
대학교 공강 때나 갑자기 중간에 휴강되면 영화 한편 보고 온 극장인데, 참 기억이 아련하네요. 이렇게 추억의 장소가 하나씩 없어진다니 서글푸기도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피카디리, 단성사… 추억의 극장이네요.. ㅎㅎ
옛 여친과 타이타닉 봤던곳...그 앞에서 아이엠에프 외화를 넘기지 말고 금을 모읍시다! 라고 소리치는 아저씨땜에 엄청 맘이 불편했던...
종로가 상권이 많이 죽었더라고요. 지오다노앞에서 만나고... 피아노거리 걷던 그때가 그립네요
쉬리 , 알포인트 본기억은 아직도 생생 하네요
저 맨위 나이트게임 할때 서울극장 갔었어요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국민학생 시절부터 갔던 다녔던 극장이었는데..서울극장 피카디리 단성사 명보극장 허리우드 그리고 영풍문고의 뮤직랜드..늘상 걸어다녔던 코스였는데 그 어느 하나 남지 않았네요. 무상한 세월.
그래도 여러추억이 있는 그곳 ㅎㅎ.. 지금 코로나가 원망스럽네요 ㅜㅜ
서울 극장... 너무 아쉽네요.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해요. 피카디리 맞은편에 단성사가 있었고
길 건너편에 서울극장 있었죠?
예전에 과 친구중 하나가 영화 자주 본다고 하면서 피카디리는 아는데 단성서는 어디 있는지 물어보길래 어이가 없었던 기억 납니다
종로는 이제 젊은친구들 안가죠
서울극장은 원래 이름이 세기극장이었죠. 대한극장,세기극장,피카디리,단성사, 명보극장, 스카라, 그리고 광화문에 지금은 없어진 국도극장 등이 당시 7 80년대 개봉관 탑 브랜드들이었죠.
대한극장에서 로보트 태권브이 보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극장~ 보디가드와 스피드를 보던 그때가 그립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