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이 / 김수영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골목을 돌아서
베레帽는 썼지만
또 골목을 돌아서
신이 찢어지고
온 몸에서 피는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게 흐르는데
또 골목을 돌아서
추위에 온 몸이
돌같이 감각을 잃어도
또 골목을 돌아서
아픔이
아프지 않을 때는
그 무수한 골목이 없어질 때
(이제부터는
즐거운 골목
그 골목이
나를 돌리라
―아니 돌다 말리라)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나의 발은 絶望의 소리
저 말(馬)도 絶望의 소리
病院냄새에 休息을 얻는
소년의 흰 볼처럼
敎會여
이제는 나의 이 늙지도 젊지도 않은 몸에
해묵은
1961개의
곰팡내를 풍겨 넣라
오 썩어가는 塔
나의 年齡
혹은
4294알의
구슬이라도 된다
아픈 몸이
아프지 않을 때까지 가자
온갖 식구와 온갖 친구와
온갖 敵들과 함께
敵들의 敵들과 함께
무한한 연습과 함께
<1961>
카페 게시글
┌………┃추☆천☆시┃
아픈 몸이 / 김수영
못난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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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2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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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인은 1961년 일기처럼 시를 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