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째..
가뿐한 마음으로 위병소를 나온다. 그 기분은 정말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휴가 나오면 가장 좋은 순간은 거리를 거닐며 살아숨쉬는 세상을 만날 때다.
기차를 타고, 전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이런 게 너무나 잼이따.
분당에 들러 재빨리 전투복을 벗어던지고(아직도 손 안대었음), 싸제복으로 환복한 후 바로 학교로 향한다.
셔틀에서 내리며 자기 여자친구 바래다 주는 병석을 발견하고 붙잡는다.
휴가 나와서 최초로 만나는 '아는 사람'이다. 약대로 오르는 길엔 쉽게 눈에 띄는 '지인&유진'커플이
녹두에 쉬러 간다며 내려온다. 다들..즐겁게 반겨준다...^^
약대엔 역시나 성덕형이 서성거리고 있다. 성덕형이랑 데이트했던 것도 벌써 한달이 넘었구나.
강의실에..복도에..동아리룸에..여전히 생동하는 약대의 모습이 눈에 띄는 게, 그걸 보는 게 너무나 즐겁다.
저녁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고기를 구우며 이런저런 얘길 나누며 서로 살아가는 얘길 한다.
군인(나,성덕,기윤,준형,02박영준(U.S.Army))과 민간인(병석,원동,지인,유진누나,순자누나,기량, 02규상,영지,선희)의 간담회다.
갈매기의 꿈이란 술집에선 간만에 회맛을 본다. 유후~~ 10여개월간 벼르고 벼렀던 회~~~
그러나 내 신데렐라 타임은 22시..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많이 마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혼미하다.
웅야웅야..내가 쓰러졌던 타임이 불과 23시경이었던 걸로 얼핏 기억한다.
머리가 찌릿찌릿..그 이후엔 병석이랑 지인이랑 02박영준 등이 새벽까지 막 달렸다고 하던데..
어쨌든 난 잠을 잤다. ㅎㅎ
2일째...
눈을 뜨니 오전 7시다.(일요일 기상시간이다) 컨디션은 괜찮다. 병석인 내 옆에 쓰러져 자고 있고..
난 다시 몸을 가다듬고, 또 휴가를 만끽하러 나갈 준비를 한다. 편의점에 들러 PX에 없는 음료수도
사먹어 보고, 메가박스에 들러 영화도 보고, CDP도 하나 사고, 브라운아이드소울 CD도 사고..
분당에 들러 잠깐 휴식을 취한 후, 동생 자취 문제때매 수원 경희대에 들렀다,
저녁엔 다시 분당에서 먼저 휴가 나와있던 선임병을 만나 저녁을 함께 한다. 종교계에서 일할
독실한 신자라 교회에 일하는 모습 보여주는 거 구경갔다 왔다. ^^;
반포에서 밤 11시 버스로 통영으로 향한다. 짤막한 하루에 수많은 일을 했고 이동 거리만도 얼마만인지..ㅋㅋ
녹두->코엑스몰->고속터미널(버스표예매)->분당->수원경희대->분당->고속터미널->통영..으헉
하루 사이에 정말 많은 경험을 하다 간다.
3일째..
새벽 3시 30분에 통영 버스터미널에서 하차한다. 계속 잠만 자다가 눈뜨니 도착이다.
집엔 다들 주무시고, 간단하게 인사만 드린 후..밥 챙겨먹고..다시 잠에 빠진다.
아~~ 11시까지 잠자본 게 얼마만인지..검열 준비하며 2~3시간 자면서, 휴가 나오면 잠한번 뽀지게
자겠다던 계획이 실현된 순간이다. 내 휴가의 3일째는 말 그대로 휴식이다.
만화책 밀린 거 이빠이 빌려갖고 몰아서 보고..보다가 자고..밥먹고..만화보고..자고..
그러다보니 또 시간이 빨리 흐르는군.
4일째..
고향인 마산에 들러 어릴 적 날 키워주신 절 보살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린다.
20여년 전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 없이 인생의 막바지에 접어드신 모습이다. 거의 매년 찾아뵈었지만,
이번에 만나면서..삶이 얼마남지 않으셨다는 느낌이 가슴 한구석에 와닿았다.
예전엔 그런 걸 느끼지 못했는데..주위에 외할아버지외할머님이 차례로 세상을 뜨시면서 점점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다다른 사람에 대한 느낌을 받기 시작한 듯..
마산-창원과 붙어있는 진해에는 이모 두분이 학원을 경영하신다. 마산에서 진해로 넘어가 이모를 찾아뵙는다.
외할머님마저 세상을 뜨신 후 이젠 완전한 혼자가 된 자칭 신세대 막내 이모와 진해 바다를 드라이브한다.
해안선에 걸친 카페에 이끌려 들어 내가 좋아하는 생과일 키위 쥬스..빠게뜨 피자도 먹어보고..
미래에 대한 여러 담론을 나누며, 역시나 군대 있을 때 공부 열심히 해둬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저녁에 통영에 도착하니 7시다. 아버지랑 5시에 만나 초밥먹으러 갈려고 했는데 늦어버렸네..
어쨌든..부모님이랑 할머니랑 또..회 먹으러 간다. ㅎㅎㅎㅎ
근사한 일식집에서 코스로 먹는 기분이라..성덕형이랑 부평에서 일식집 갔던 기억..02학번들이랑 참치회
먹으러 다녔던 기억..여러모로 일식에 대한 기억은 많다.
내일 아침에 다시 서울로 올라갈 계획이었기에 부모님과 적당히 술한잔하며 또 하루를 마무리한다.
5일째..
아침 일찍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고, 가족들과 인사 나눈 후..
(이번 휴가 땐 부모님과 본 시간이 너무나 짧아 많이 죄송스럽기도 했다..)
토요일이라 테니스를 칠 수 있을 줄 알았는데..코트가 없다. 아훅..
이번 휴가에서 실현시키지 못해 가장 아쉬운 부분이 테니스 못친 거..운동화도 갖고 올라왔는데..--;;
역시나 성덕형 만나줘야 된다.^^; 작년 말에 한창 신촌을 휘젓고 다녔던 우리라 또 무슨 기분에선지
신촌으로 향한다. 원동이 합세해서 신촌에서 보쌈먹고..성덕형의 이끌림에 보드게임하러 들어간다.
(역시나 성덕형은 아르바이트하는 여자들에 대해 민감한 눈치다.--+)
곧 병석이 합세해서 저녁 내 게임에 빠지며 우정 파괴에 최선을 다한다.
성덕형은 또 들여보내고 아쉬운 탓에 신림에 들러 윤(潤)에서 고급맥주 한잔..
그리고 홈그라운드인 녹두의 링고에서 보통맥주 여러잔..첫날 나 대신 최선을 다해 무리했던
지인이 합세해서 밤새 플스2 위닝..(첨해봤는데..나도 이제 문명사회에서 많이 뒤쳐진 듯한 느낌을..)
그렇게 또 새벽이 찾아오고 있었다. 병석이 방에 얹혀 잔 거 두번 째..
6일째..
일요일은 창현이 면회갈 계획을 기홍이 면회왔을 때 생각하고 있었다. (성연아 상병 휴가때 꼭 찾아갈게^^)
10시에 만나기로 했기에 청량리에서 7시 50분 기차를 탔어야 했는데, 아침에 눈 뜨니 7시 20분이다. 꽤액..
부랴부랴 다음차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녹두->청량리로 향한다.
(병석이랑 원동인 옆에 그로기상태로 잠들어있다)
다행히 다음 기차 출발 5분전에 탑승을 완료. 입석이라 2시간 내 서서 춘천으로 향한다.
창현이 녀석 기다릴 생각하니, 많이 미안한 마음에 2시간 내 잼있게 놀 계획만 추스렸던 거 같다.
10시 30분즈음에 도착해 춘천역에 나와있는 창현일 만난다. 6개월하고도 20여일 만인가..
전역하기 전에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것도 기우..지난 주 유격훈련뛰며 오른쪽 손목을 삐어
붕대를 감고 있다. 쯧쯧.. 의무병 하면서 환자들 많이 봐왔지만, 가까운 녀석이 그러니 더 씁쓸하다.
포옹을 하고(--;; 힉..), 서로 못다한 얘기들을 구구절절 나누며 닭갈비집에 끌려들어간다. (--)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를 먹어야지. (불현듯, 춘천에 가서 통닭먹고 왔던 2002년 1월의 기억이..아훅 그게 벌써 또 예~엣날이구나..^^)
소주 한잔에 닭갈비..그리고 담소..캬~~ 더이상 무엇이 필요하리..난 이 순간을 즐기며 행복을 맛보고 있는 듯..
근처 수퍼에 들러 맥주 한캔을 숨겨 들고 노래방에 잠입한다. 둘이서 열라게 마지막으로 노래방 달린게
1월 11일. (입대 D-5 일이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함께 만나 노래부르고자 했던 게 실현되던 순간이다.)
함께 영화도 보고 거리를 거닐며, 이 얘기 저 얘기 약대 얘기 군대 얘기..군의학교..훈련소..
헤어지기 전엔 또 회다. 회 한사발은 사 먹이고 들여보내주고 싶었기에 그 안보이던 횟집을 결국 찾아내어
또 술한잔하며 우리의 군생활에 건강과 안녕이 가득하길 서로 기원하며 위로해준다.
T.T 아쉬운 작별의 순간..춘천에서 서울로 향하던 그 기차에 몸을 싣고 1월에 만나길 기원한다.
1월에 함께 만나 놀 그 시간이 빨리 다가오길 기원한다.
또 입석이다. 서울에 도착해서 분당에 있는 기거지에 들어가니 밤 10시.. 또 하루가 갔다.
7일째..
역시나 오전 11시까진 잠을 잔다. 으흐흐..
이 시간 대엔 부대에서 한창 일하고 있을 때인데..잠에 빠져드니 시간 가는 건 예사다.
오후 내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추스린다. 안에 들어가면 쉽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여기서라도 음악 뽀지게 들어야지.
오후 늦게서야 또다시 학교로 향한다. 도서관에 있는 원동이랑 병석일 불러내고, 02박영준일 또
불러들여 내일 놀 계획을 세워본다. 내일도 테니스를 못칠 것 같다는 말에 많이 아쉬웠지만, 낼 오전에라도
칠 수 있게 되길 바래야지.
간만에 찾아뵙는다고 생각하고 인사드리러 갔던 서영거 교수님은 '자주 나온다~'고 하신다. 떠억 -ㅇ-
교수님께 그런 말을 듣다니..어쨌든 반겨주시고 건강해보이셔서 좋았다.
저녁엔 구로공단에 있는 자취방 원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향한다. 언제나 얻어먹기만 해서 죄송스럽지만,
항상 반겨주시니 또 인사를 드리러가야지. 기홍,창현,병석,지인이라 함께했던 공단 자취생활이 또
술안주거리로 오르고 다시 모일 날만을 손꼽아본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더맛존' 치킨집 아주머닌
아직도 나와 우리들을 기억하고 있단다. 다음에 싹 모여서 치킨 먹으러 가야지^^
적당히 취할 정도로 술한잔 나눈 후 분당에 오니 친동생이 올라와 있다. 입대한 이후로 만나는 게
쉽지 않아 간만에 보니 또 여간 반가운 게 아니지만, 녀석은 여자친구때매 올라왔단다. 윽..
내 얘긴 하나도 안묻고, 여자친구 자랑하니라 바쁘다. 쳇..
8일째..
내가 갈 곳은 학교 뿐인가보다. 다들 시험때매 정신없는 듯 한 눈치지만 난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학교 이곳저곳을 떠돌다, 용산에 들러 고참에게 부탁받은 물품도 하나 사고..
이제 막바지에 다른 휴가 일정을 정리해보며 세상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안에 담아두려한다.
한숨이 나오기 시작하지만..마지막이라도 잼있게 놀아야하지 않겠나.
저녁엔 정말 뽀지게 놀았다. 럭셔리하게 놀자고 사전 예고하고 다녔지만, 양주한병깐거
빼곤 평소처럼 놀았던 것 같넹. ㅎㅎ
박영준, 동민, 재봉이랑 참치회 먹고..맥주 안주 코스 세트로..6000cc a마시고,
플레이보이(여긴 실수였다.)에선 병맥 네개에 안주 하난데, 2차때 먹은 거랑 가격 비스무리하게.. -ㅇ-
어쨌든 난 충분히 즐기고 있었고..너무나 잼있었다.
시험 마치고 내려온 병석,원동(이번 휴가때 정말 자주 봤네 그려..ㅎㅎ), 기윤, 준형..
떼제베에서 시바스리갈 한병 다 비우면서까지 징하게 한잔 하면 온갖 얘길 나누었다.
남자들끼리 무슨 즐거운 얘길 나누었었는지, 그다지 기억은 안나지만..어쨌든 마음 한구석이 쓰린
스스로는 함께 놀아주어서 너무나 고맙다는 생각만이 가득했었다.
김영준이랑 정양수 집중 공략한 기억만이..ㅋㅋ
특히 박영준..노래방까지 최선을 다해주어 너무나 고마웠다. 아유~ 귀여운 녀석.. --;;
병석이 방에서 3일째 얹혀 잔다. 9박 중에 1/3이 네 방이구나. ㅎㅎ
9일째..
이제 마지막이다.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하루가 간다. 입대하기 전에 내가 취미로 가장 즐겼던 게
그냥 싸돌아댕기기였었다. 자유롭게, 목적없이..돌아다니다 필요한 게 있음 사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책도 보고..사람들 쳐다보며..그걸 즐겼다.
앞으로 몇달간 갇혀지낼 생각하니..착찹하다.
귀소본능이랄까..정처없이 발길을 향하고자 했던 게 역시나 학교로 향하게 된다.
잡기장에 흔적이나 남겨볼까나..혹시나 못만났던 누군가 있을라나..
학교가 가장 편하다. 갓 수업을 마치던 기윤이랑 최후의 만찬을 하러 강남역으로 향한다.
구석방에서 조촐하게 부대찌게 먹으며 이얘기저얘기 나누며 마음을 정리해보았다.
기윤인 함께 밤새 술마시자는 말을 계속했지만, 오늘에까지야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기윤이
과외 간 사이 분당으로 향한다. 사실상 도망이다. ㅋㅋㅋ ^^
성덕형이랑 엠에쎈 하면서 우울한 군생활에 대한 새로운 에너지를 서로 북돋워주고..새벽 내 이너넷
서핑하며 마지막을 접고 있었다.
10일째..
오늘..보다시피 글쓰느라 지쳤다. 헥헥.. 왜 이짓을 시작했는지 의문이다.
간단히 감상만 적는다는 게 1일째..2일째 하다보니..지우기도 아깝다.
여기까지 읽어주었다면 정말 대단히 고마운 일이지만, 내 글도 갈수록 대충 대충이란 게
느껴질 듯.. --;;
휴가 나와서 못만난 사람들도 많다. 만나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에 이 짧은
시간만을 한없이 탓할 뿐이다.
어쨌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 모두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잘 지내고 학기 마무리 잘하고..
겨울이 오면..춥지만 따뜻한 웃음으로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오겠지. ^^
이만 나 들어간다~~ ㅎㅎ
카페 게시글
우리 이야기
9박 10일간의 기나긴 여정..
란테르트
추천 0
조회 88
03.10.23 15:1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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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쩝....... 16일날 안 오기만 혀......!!! ㅋㅋ
휴~ 알차게 빡세게 놀았네 그려...^^ 술 마신 횟수로는 너 입대후에 내가 마신 술보다 이번 휴가에 니가 마신 술이 더 많을듯..^^;; 같이 마니 놀아줘야하는건데 요즘은 체력이 딸려서..미안타...입대 1주년때 꼭 나와서 의가사제대하자..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