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선생님
<테러리스트 김구>
역사적 사료와 문서를
바탕으로 한 연구서를
읽고서 당황스러웠다.
일생 동안 존경해왔던 김구 선생님
내 삶에서 가장 큰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있는 건가?
참 마음이 어지럽다.
숭산스님의 말씀,
"오직 모를 뿐"
나도, 내 삶도 모르는데
누구를, 그 누구의 삶을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
그런데 나는 왜 함부로
판단하고 아는 체를 하는가?
오직 모를 뿐이니 침묵하자.
노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정말 필요한 건 연민이다.
마음이 어지러워 헤세를 읽는다.
십대에 방황하며 정신분열증으로
자살까지 감행했던 그의 삶,
그의 글은 내 삶에 큰 위안이 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증오하면,
그것은 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어떤것을 증오하는 것이야.
우리 내부에 있지 않은 것은
우리를 흥분시키지 않으니까."
"모든 사람의 진정한 소명은
단 한 가지, 자신을 찾는 것이다.
.......................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내부에서 굴하지 않고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다."
"신이 우리를 외롭게 만들면서
우리 자신으로 인도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깨달음은 아직 삶이 아니다.
그것은 삶에 이르는 길이고많은
사람이 영원히 그 길로가는
도중에 머물러 있다
..............................
나 역시 길을 예감했었고분명히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 길로 제대로 간 적이 없었다.
진보와 퇴보, 열정과 불만,
믿음과 실망만이 있었다."
- 헤르만 헤세의 글 모음집
'삶의 사계:헤르만 헤세 아포리즘'
(세창미디어, 김선영 엮음) - 중에서
가을이 한창 일때까지는 너무도
현란하고 황홀한 탓에 생각이
들뜨고 산만해지기 십상이다.
가을이 깊어 고요히 낙엽이
질 때부터 활동력이 줄어드는
겨울 한 철이 계절 상으로는
책을 읽고 생각에 잠겨들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는 생각을 한다.
계절마다 많은 기쁨과 환희로움을
선사한다. 사계절을 맞이하며
사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다.
스산함이 몰려오는 이 맘 때
우쭐거림과 오만한 기운이
한결 사그라드는 십일월의
고요함이, 스산함이
나는 참 좋다.
돌아오는 차표 없이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으로
인생 열차에 승차한 우리들.
종착역이 서로 다르고 어디인지,
언제 거기에 도착하는 지 조차
알 길 없는 인생이라는 여행길.
그래서 잘 있으라는 이별의
말도 못하고 떠나야 할지도
모르고 한만 남기고 떠나는
서러운 길.
그러기에 차창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너무도
아름답고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젊은 날 바쁘게 사느라 놓쳐버린
아름다운 순간들
소중한 날들
사랑하는 사람들 생각에
마구마구 가슴이 저려온다.
"어서 집에 가서 시원한 된장국에
밥을 말아먹고 싶구나."
점심에 배추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는데 느닷없이 작년 초가을에
병상에서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 그 애처로운 모습이 떠올라
목이 메이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깐 것 곧 싫컷 드실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셨다.
아,그 때는 그 때는 왜 몰랐을까?
소중한 것은 큰 게 아니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일상에서 다가오는 소소한
이 기쁨들, 작은 행복들을 나는
얼마나 많이 헛되이 흘려버렸는지!
세월은 빠르고 깨달음은
느리고 느리고
그리고 느리구나.
바로 지금, 이 자리가
머무르고 싶은 순간들
머무르고 싶은 곳임을
잊지 않으려
나는 가만히 눈을 감는다
한 때 본인의 우울증과 정신
분열증으로 생을 포기하려
했었고, 느닷없는 아들의 죽음
그리고 자살한 동생의
죽음을 겪은 헤세는 말했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그건 바로 '노래하기'라고.
노래가사가 바로 시다.
노래하는 것은 자신의 온 감각과
감정을 이입해서 시를 읇는 것이다.
노래는 단순히 흥겨울 때만 음주와
함께 춤추며 부르는 유흥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노래를 못 부른다고 판단하고
비평하는 것은 그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함일 것이다.
삶의 희로애락을 나와 함께
나누며 힘든 노년을 살아온
분들, 그 분들 중에 건강
문제가 삶에 어둔운 그림자를
드리워 신음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 어두운 그림자가 걷히고
다시 환한 웃음 서로 나누는
날 어서 오기를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