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멍우리 협곡

[달골짜기]

한탄강, 멍우리 협곡.

멀고 아득한 북쪽 인적 없는 산골에서 물은 길을 떠났으리라.

깊은 어둠 속 홀로 주상절리 한탄강 기슭에 있다.

여울을 굽이도는 물의 노래는 침묵의 하모니였다.

수직의 바위 위 울창한 수림 사이에서 소쩍새가 밤새 노래하였다.

어둠 속의 길잡이, 높은 하늘은 맑은 별빛이었고,

낮은 땅 위에는 느닷없이 날라 다니는 반딧불이었다.

보랏빛 칡꽃이 이따금 후두둑 떨어지기도 하였다.

어수선한 인간사는 무심히 잊어야 한다.

밤하늘의 별들은 천체물리학을 몰라도 그냥 아름다웠다.

해발이 높아 문공[蚊公]도 피를 구걸하러 다니지 않았다.

캠핑의 텐트 머리맡에는 밤새도록 귀뚜라미의 독주와 합주가 이어졌다.

밤하늘은 마치 축복을 내려주듯이 청정한 이슬방울을 하사하였다.

반딧불은 어둠 속을 유영하듯, 혹은 꿈속의 길을 안내하듯 흘러갔다.

낮에는 늦더위가 강렬하였지만 땅거미가 짙어지면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그 바람은 처서[處暑]의 절기를 공부하였기에, 서늘한 시늉을 내기도 하였다.

피서나 관광을 떠나는 무리와 달리, 캠핑은 야생적이다.

몇몇 벗님의 제안에 따라 낚시가 있는 캠핑을 떠났다.

경기도 포천의 어느 길목에서 방향은 높은 산으로 올라갔다.

과연 저 높은 산 위에 한탄강이 있을까? 심히 의심스러웠다.

세련된 도회지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험로를 한참이나 지나 드디어 멍우리 협곡이라 지칭하는 주소에 도착하였다.

옛 대구능금처럼 작은 사과가 달려있는 과수원을 지나기도 하였다.

이 심산유곡에 과연 캠핑장이 소득원이 될 수 있을까 염려되기도 하였다.

낚시에는 문외한이지만, 일행들이 끊임없이 민물고기를 잡아 올렸다.

북쪽에서 흘러온 물인지라 민물고기가 혹여 좌익성향이 있으면 어쩔까,

우려하는 마음으로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평범한 어족[魚族]이었을 따름이었다.

강변에 앉아 ‘한국 漢詩/민음사’를 펼쳐들고 아득한 옛 사람들의 감성을 읽는다.

‘네 팔은 네가 흔들고 내 팔은 내가 흔드는’ 취향대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한다.

날이 저물어 모닥불을 피워놓고, 느릿하게 술자리가 길어진다.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주량[맥주 한 캔]인지라,

깊어버린 어둠 속 산책을 나섰다. 후래쉬를 가져가라 하였지만 그냥 나섰다.

캄캄한 어둠 속 나들이를 평시에도 즐기기에, 사람들은 담력이 세다고 하였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세상의 인간이 오히려 위험하게 느껴질 때가 더 많았다.

캄캄한 침묵의 어둠 속에 귀신이나 도깨비가 무섭다고 하지만,

그 어둠은 평화와 안식이었고 하늘과도 가장 솔직하게 만날 수 있는 시공간이었다.

멍우리 협곡에 머무른 사흘 동안 밤마다 홀로 몇 시간의 산책을 즐기었다.

주상절리 협곡이 만들어내는 단애[斷厓]와 한가하게 흘러가는 한탄강의

굽이굽이 물줄기를 멀리까지 내려다보는 여유로움이 참 넉넉하였다.

적막강산의 가을은 어떤 문양으로 찾아올까?

참새들이 무리지어 낮은 들풀 사이를 날라 다닌다.

억센 풀들이 느릿느릿 말라가며 아련한 향기를 날린다.

봄은 가장 낮은 땅 위에 푸른 싹으로 시작된다고 하면,

가을은 햇볕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높은 나뭇가지의 잎에 단풍이 물든다.

잠자리 날개는 낡아지고, 매미의 노래는 더 처연해진다.

머루는 안으로 더 여물어지고, 다래는 가을볕에 말랑말랑 부드러워진다.

도토리가 익기를 기다리는 청솔모와 다람쥐는 마른 침을 삼킨다.

[법도리]

가을을 한 폭의 수채화
같이 잘 표현해 주셨어유.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달골짜기]

고맙습니다. 좋게 읽어주어서 고맙습니다.
사람이 구식이라, 컴에다 글을 써 놓고는 무심하게 책을 읽느라
일일이 댓글을 다는 일에 소홀해지고 말았습니다.
폰에다 무슨 설치를 하라는데, 그도 또 다른 문명의 이기로 느껴져
일일이 컴을 켜야만 글을 쓰고, 글을 읽을 수 있답니다.
늘 너그럽게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호 태]

고즈넉한 강가에서
세월을 낚고 왔군요 *~*

[호 태]

내가 들킬줄 알았어~ ㅎ

[유해준]

ㅁ성인들을 위한 동화 같아요.
이또한 추억의 곳간에 차곡차곡
챙겨 두겠습니다.

[유해준]

ㅁ목포장터 식당에서 번개 함쳐야하는데,
가을 낙지탕탕이 육회 얹어서 홍주하고
묵어야지,게살비빔밥,병어조림 와
침너어간다.

[부산정은]

한탄강 멍우리 계곡에도 주상절리가 있군요~~
ㅋ
한창 더위때 여름 휴가 피서 간다고 주선하던 친구들 따라 가볼걸~~!!!
귀뚜라미 우는 밤세우러 가을날 나들이도
좋을듯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