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흔히 횟감으로 먹는 생선 중 농어라는 물고기가 있다.
일본어로는 농어를 스즈끼 라고 한다.
스즈끼..하면 일본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매우 귀에 익은 단어가 아닌가.
일본의 대표적인 모터사이클 제조사의 이름이며 오토바이 이름으로 금새 이해된다.
깊은 바다 속 물고기 이름이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이름이라니?
이상한 언 바란스에 조금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농어란 놈은 바다 속에서 무척이나 힘이 세고 빠르게 질주하는 녀석이다.
해서 처음엔 스즈끼란 이름을 농어에게서 따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스즈키는 일본 사람들 성씨이기도 하고 , 일본인의 성씨 중에 제일 많은 것이
1.佐藤(さとう) 사토오 2.鈴木(すずき) 스즈끼 3.高橋(たかはし) 다카하시 이며
혼다 오토바이사의 창업자 이름 또한 혼다 쇼이치로 인것을 보면 아마도
스즈끼란 명칭도 아마도 그 회사 창업자의 성을 딴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그만 둔 일이지만 창업을 해보겠다면서 소박(?)한 꿈을 품고
경험을 쌓는 답시고 일식 쪽 요식업계에서 2년 정도 일한 적이 있었다.
내게 있어 그쪽 계통의 일은 아무리 체험 삶의 현장이라지만 전혀 새로운 경험과 함께
긍정과 부정의 줄다리기 같은 느낌들의 연속이었다.
6개월 정도 궃은 일을 도맡아 하는 초보시절을 지내며 욕심을 부려 자격증도
따고 하니 나도 모르게 어느 새 경력자가 되어 있었고, 점점 시간이 지나자
요리사를 선망하며 새로 일식을 시작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다.
일식계통의 주방에서는 생선이름부터 주방집기 내지는 조리법 등..
대체적으로 일본어들을 많이 쓰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히라가나 정도는 알고있어야 한다.
내 경우는 다행히도 일본어 회화는 잼병 이지만, 약간의 읽고 쓰기가 되는지라
아이들을 가르칠 때 능숙하지는 못해도 시쳇말로 가오다시를 잡으며 흠흠.. 댈 수가 있었다
지금은 나의 양아들 서열로 5번째인 아들이 되었지만 태식이를 처음 보았을 때 정말 황당했다.
그 아이는 친구따라 강남가는 식으로 그야말로 아무 생각없이우연히 요리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경우다.
24세 젊은 나이에 할 일 없이 빈둥거리기가 일쑤였고 어쩌다 잡은 직장으로
노래방 카운터 일을 하고 있었다 하는데 허구 헌날 술에 절어 지내며 폐인처럼
사는 것을 본 친구가 이놈,,사람 만들어 보겠다며 거의 강제적으로 끌고 오다시피 한 것이다.
생김은 꽃미남이요 하이얀 얼굴에 귀걸이 목걸이를 주렁주렁 달고 온 녀석은
도저히 궃은 일을 감당해야하는 노동의 현장에서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무엇 하나라도 배우려는 의지는 전혀 없어 보였고 매사에 건성 건성이며
틈만 나면 여자친구와 문자를 주고 받느라고 정신을 빼고 있기 일쑤였다.
자기 여자 친구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보라고 핸드폰 액정화면을 자랑스럽게
내밀곤 하지만 이제 겨우 22세 나이에 술집에 나가서 호스티스로 일한다는
아리따운 그 아가씨는 영 내 눈에 들지도 않았다.
끼리끼리 만난다더니 이 아이들이 그 짝일세 그려~ 하면서 난 중얼거리곤 했다.
아무튼 여러모로 난감했다. 이렇게 매사에 의욕이 없고 허접 그 자체인 태식이를
어떻게 수습기간 3개월 안에 쌩초짜를 면할 수 있게 도와준단 말인가.
물론 선배 요리사들에게 이런 저런 기술은 배우겠지만 일단은 태식이가
전혀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그것이 문제였다.
하루는 요리사중 하나가 태식이를 보며 큰소리로 급히 외쳤다.많이 바쁜가 보다.
“ 태식아 .히라메 스즈끼 대짜로 한 놈씩 찍고 이꾸라 초다이로 빨리 가져 와라”
태식은 말귀를 또 못 알아 듣고 멀뚱멀뚱 나만 쳐다본다.
“ 으이고.. 광어 농어 큰 놈으로 한 마리씩 잡고 연어알 초밥다이로 갖고 오란 소리자놋!”
아그야.. 아무래도 도저히 안 되긋다. 너 오늘부터 무조건 하루에 일식용어 다섯 단어 씩 외우그라“
“ 넵.. 알겠슴다.”
“짜슥.. 싱글거리며 웃는 얼굴 하고는.. 하여간 넌 문제아야 문제아”
바쁜 시간이 잠시 지나고 난후 난 태식이를 앞에 앉혀놓고 기본적인
단어부터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우선 니가 방금 잡은 납작한 광어가 ‘히라메’고 길쭉한 농어가
‘스즈끼’ 다 니 일본 오토바이 이름 알제? 씽씽 폼 나게 달리는 스즈끼 오토바이.
농어가 그만치 힘도 좋고 날렵하고 빨라서 일본 애들이 농어 이름을 쓴겨~ 알긋냐??"
물론 창업자의 성씨를 따서 그 회사 이름을 쓴 것이겠지만 그보다는 꼴통 태식이에겐
빨리 이해를 시키기 위해 내가 지어낸 이야기다.
“ 넵!! 스즈끼 오토바이는 농어다. 절대루 안 잊겠습니돠”
“ 그래.. 그람 빨간 도미 저거슨 뭐라 하는지 아냐??”
대답은 바라지도 않고 도미가 아까다이라는것을 가르쳐 줄라고 하는데
태식이는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 한다.
“넵!! 혼다!! 입니다!!”
빨간 도미가 빨간색 혼다 오토바이와 같을 거라는 매우 자신 있는 어투였다.
푸하하하하~ 나는 물론 곁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귀 기울이던 사람들 모두
뒤집어 지며 킬킬킬 웃느라고 난리가 났다.
이렇게 녀석의 사오정은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느 날 팀장이 내게 말하길.. 내일 서브 쉐프가 올거예요.
근데 겉으로 봐서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하는데 태식이가 생뚱맞게 우리 대화에 끼어든다.
“우리 냄비들 새로 교체 하나요? 우히히.. 헌 냄비들 광내기 귀찮았는데 졸라 신나네”
“아그야.. 너 갑자기 웬 냄비타령??”
“에이~ 쉐프 새로 온다면서요~ 주방용품 매직쉐프..저도 그 정도는 눈치껏 안다구요~”
“헉..매직쉐프?? 이 꼴통아...암튼 니 때매 웃을 일이 생긴다. 하하하하”
그 날 이후로 도미는 졸지에 우리들에게 혼다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태식이 또한 내게 도미머리 간장조림을 배울 때 마다 투덜 대면서...
‘혼다 대그빡 조림은 할 때 마다 맛이 틀리니..이를 어쩌지요?? “
“얌뫄... 혼다 대그빡조림이 뭐여~ 아라다끼라고 정식으로 못외우냐??
혼다 대그빡 보다 니 단단한 대그빡. 어이구..징한 놈아~~·“ 하면서 나도 같이 웃고 만다.
“애들아~ 좋은데 가자.. 엉아가 니들 정말 좋은 곳으로 보내줄게 착하지..”
그물에 건져 올려져 마구 난리치는 생선들에게 달짝지근한 콧소리를 내는 태식이.
태식이가 말하는 좋은 곳이라는 단어를 듣고 첨엔 피식 웃었지만 나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어차피 자연산이 아닌 양식 물고기라면 그들은 맛있는 횟감이 되어
제 임무를 충분히 다하고 사람들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 바로 그곳이 좋은 곳이지 않을까.
물론 이건 나의 엉뚱한 생각의 단편일 뿐이고, 태식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물고기에게
곧 다가올 죽음을 알려 주기 보다는 좋은데로 보내준다는 사기를 치는 것이고.. 하하하.
하지만 단칼에 명줄을 끊어내야 하는데 서툰 태식이로선 고수들의 하늘같은 솜씨를
흉내 낼수조차 있으랴 ?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일이고, 단칼은 커녕 멱이 따지다 말고
튀어 오르는 생선들은 주방바닥을 피바다 공연장으로 만들곤 했다.
“이 씨댕이들아!!! 좋은데 보내준다고 했자너!! ”
주방장에게 무지하게 욕먹을 일만 남은 태식이는 공연스레 애꿏은 생선들에게 화를 낸다.
이젠 태식이도 아는 것이다 .그렇게 바닥에 내 동댕이 쳐진 생선들은 이미 육질에
피멍이 들었을거고 상품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이렇게 실수연발의 태식이지만 사람들은 모두 그 녀석을 좋아했다.
평소 하는 말이나 행동에서 고운 심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에게서 배달 되어온 생일 케잌을 받고 생선 대가리 널브러진 피투성이 칼판에
고갤 처박고 펑펑 우는 모습에 사내새끼가 별 걸로 다 운다는 핀잔을 주며 놀렸더니
생일 카드를 보여주며 이래도 안 우냐고 닭똥같은 눈물을 그칠 줄 몰랐던 녀석이었다.
사랑해. 날 위해 태어나 줘서 고마워..그 쪽지 때문에 펑펑 울었다고 우리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지만 태식이가 얼마나 사람의 사랑에 굶주려 하고 있는지를
어렴풋이 알게 해준 작은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태식이를 눈물 제조기로 만들었던
그 여자 친구는 태식이 생일이 지나고 불과 한 달 있다가 다른 남자가 생겨서
태식이를 미련 없이 걷어찼다.
이렇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며 태식이의 하얗고 가늘 가늘 했던 손가락들은
칼질 배우느라 여기저기 베이고 아물고 또 베이고 살점도 떨어져 나가고
생선가시나 지느러미에 손등이고 팔뚝이고 여기저기 긁힌 상처와 함께
머리칼엔 커다란 점성어 비늘을 악세사리 처럼 달고 다니기 시작 했다.
그 비늘들을 귀찮다고 떼어 내지도 않았다. 대신 내가 시키는 일은 꼬박꼬박 했다.
매일 휴식 시간에 신문 읽기. 그리고 내가 가져다 주는 책은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읽기 등등이 그것이다.
아뭏든 자기한테서 생선냄새 난다고 퇴근 때엔 머리감고 향수 뿌리고 하던 놈이
어느 날부터인가 슬슬 바뀌기 시작 한 것이다.
술 먹고 허구헌날 지각하던 날들이 줄어들었고 그와 함께 말수도 줄어 들었다.
자신이 참으로 헛살았다고 문득 내뱉은 한마디씩의 말속엔 무언가의 계속되는
나름대로의 고뇌와 자괴감이 느껴졌다.
어느 새 그 아이도 알면 알수록 점점 빠져들게 되는 요리의 문턱에서
무언가에 골몰해 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건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저 오늘 술 한잔 사주실래요. 상의 드릴게 좀 있어요!”
그날 따라 하루종일 말이 없던 태식이가 문득 내게 술을 사달라는 것이다.
무슨 이야길 하려고 저러나..싶었는데 의외로 그 아이가 묻는 것은
적금을 들어서 돈을 모으고 싶은데 어찌 해야 하는지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그간 번 돈은 술에 여자에 나이트 클럽에 한푼도 남김없이 쓰다 못해 친구들에게 빌린돈도
있다고 하며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돈을 모아야겠다는 말을 어렵사리 꺼내는 것이다.
돈을 꼭 모야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고 하면서 그제야 자긴 고졸도 아니고
고등학교 문턱에도 못 가봤다고 한다.
“ 아니.. 그럼 너 군대는 어떻게 갔다 온거니?? ”
씨익 웃으며 대답을 안했다. 그간 이런저런 거짓말을 많이 해서 쑥스러운 모양이다.
술도 얼큰하게 들어 갔겠다. 태식이는 비밀 지켜 줄거죠.. 하면서 그간 신산했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실업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입학식을 앞두고 있을 때 였다고 한다.
“태식아.. 너 교복 살돈이 없다” 술 취한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바로
고등학교에 갈 생각을 포기했다고 한다. 중학교 때 이미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엄마는 나이 어린 새 아빠와 살고 있었고 엄마의 새 가정에 적응 못한 태식이와
여동생은 어린 나이에 이미 거리로 내몰렸다. 무책임한 부모들이 겨우
사춘기인 아이들을 책임지지도 못한 채 그렇게 방치 했다는 사실에 난 화가나고
분노를 느꼈지만, 정작 당사자인 태식은 무감각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할머니라도 어렵사리 자기 남매를 보살펴준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자신이 미련해서 그런지 슬픔이란걸 모르고 살았다며 누구탓을 하지도 않는다며 희미하게 웃는다.
그 누구 탓도 하지 않는다는 그 아이의 말을 들으며 웬지 가슴이 찡했다.
“그래.. 그런 험한 환경 속에서 시쳇말로 노는 친구들 하고 어울려 다니면서
경찰서 한번 안가고 자랐다는 것만으로 감사할 일이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이제 성인이니
네 말대로 앞으로 일을 생각하며 살아보겠다는 마음가짐 또한 참으로 바람직 하다.
더군다나.. 돈을 모아야 할 이유가 고등학교 검정고시 학원을 등록하기 위함이라니
니가 얼마나 이쁜지.. 암튼 열심한 그 마음이 이뻐 죽겠다“ 난 태식이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이런 자리가 있고 난 다음부터 안스러움에 난 태식이를 유난스런 편애로 대했고
태식이 또한 나를 제 엄마로 착각하기 시작 했다. 무심결에 엄마..라고 부르기도 하고
저의 모든 일들을 하나 하나 상의 했다.
짐작컨대 태식이가 가슴 속에 꼭꼭 숨겨 두었던.. 진심으로 원했던 엄마라는 모습을
나에게서나마 대리 만족으로 느끼길 원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태식이는 24세 젊음의 발걸음을 세상에 새로 내 딛기 시작 했고
일도 열심히 하고 마음의 활기를 서서히 되찾아 갔다.
“아니.. 태식이 놈이 이렇게 황당하게 뒷통수를 치다니.. 우리가 그렇게 이뻐 했는데..”
갑자기 잠적해 버린 태식이에게 무슨 사연이 있을거란 짐작은 하면서도
전화 한통 없이 핸드폰도 꺼버리고 사라져 버린 태식에게 대한 서운함은 사람들 모두에게
마음의 상채기를 주었다.
무단 결근이 열흘이나 지나고도 태식에겐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친건가..걱정도 되고.. 연락 할 길도 없고 앞날에 대한 결심이
대단한 놈이었는데 그래.. 피치못할 사정이 있을거야. 난 조바심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며칠 후에야 엉엉엉~ 울면서 전화를 한 태식이. 그때 알게 된 태식이의 상황은
생각보다 나빴다.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맞아서 퉁퉁 부었어요.코뼈가 다 내려 앉았고요”
새아빠의 폭행에 엄마가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여동생의 연락을 받고
태식이가 달려 갔을 때 새아빠는 이미 도망을 가고 없었다 했다.
급한대로 그 밤에 응급실로 갔고 그간 붓던 적금을 다음 날 해약해서 병원비로 쓸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도망간 그 새끼 찾아서 찔러 죽여 버릴거 예요 엉엉엉~ 난 왜 이래요?? 하는 일 마다 꼬이고
열심히 살라고 맘 잡았는데 이게 뭐냐고요~ 엉엉엉~“
울부짖는 태식의 전화 목소리는 광분과 자포자기가 심하게 배어있었다.
“태식아. 태식아..제발 진정해라. 어른들 일에 무조건 휘말리지 말고 제발 침착해라.”
태식이가 젊은 혈기에 새아빠를 찾아내 무모한 폭력을 쓰기라도 하면
행여라도 그런 일이 생겨 돌이킬 수 없는 전과자라도 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태식이가 그렸던 모든 꿈.. 검정고시를 보고 전문대 조리학과를 가고.. 훌륭한 요리사의 길을
꼭 가고 싶다는.. 그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아이를 안정 시키는게 최우선이었고
그저.. 널 믿는다.. 제발 후회 할일은 하지 말라고 나도 같이 울면서 누누이 설명을 했다.
언제 다시 쳐들어 올지 모를 또라이 새아빠에게서부터
온 몸에 멍이 들고 코뼈까지 내려앉은 엄마를 24시간 지켜줘야 하기 때문에 출근을
할 수 없다더라고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더라고 사람들에겐
태식이 상황설명을 하며 전해 주었다.뒷통수 쳤다고 서운해 하던 사람들 또한
태식이의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 했다.
태식이를 그렇게 보내고 난 다음,. 난 크나 큰 상실감을 느꼈다.
그 아이와 함께 한 지난 6개월간의 정들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 오르며
태식이는 나도 모르게 내 친아들과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을
난 태식이가 사라지고 난 다음에야 알게 된 것이다. 자주 태식이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 거렸고
정말이지 저 같이 쓰레기 같은 놈 사람하나 만드신거예요. 감사해요..라던 태식이의 목소리가
자꾸만 환청으로 들렸다.
새로 온 막내를 가르치면서도 무심결에 태식이 이름을 불러대기가 일쑤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태식에게선 엉엉엉 울던 그 전화 이후로 그 어떤 연락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모르는 전화번호 하나가 핸드폰 액정창에 떴다. 태식이였다
“ 이쪽 계통 일 그만 두셨다는 소식 들었어요! 제가 그간 연락 너무 안했죠??”
“야!!!! 이 놈아!! 너 왜 이제서야 전화하니 전화번호는 바뀐거니?? 이 꼴통아 ~
내가 너 얼마나 걱정했는줄 아니? “
“ 이런 저런 일 정리, 맘 정리 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연락 못해 정말 죄송해요!”
겸연쩍게 웃는 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전해진다.
그래 그래..엉엉 울던 그 목소리가 아니니 천만 다행이 아닌가 말이다.
새아빠와 엄마 일은 대화로 해결 했다고 한다. 어차피 결혼한 사이들도 아니고
동거한 사이니 둘을 헤어지게 하기에는 의외로 쉬웠다고 했다.
엄마는 여동생과 함께 자신이 살던 원룸에 같이 지내게 하고 자신이 독립했단다.
부서진 적금으로나마 검정고시 학원을 등록을 했고 독서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학원강의 끝나면 저녁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한단다.
그간 10여년을 놓아버린 책이기에 돌대가리에 입력이 정말 안된다면서 녀석이
작은 한숨도 쉰다. 한 번에 붙는다는 생각은 안하고 계속 도전을 할거니 자기 걱정은 하지 말란다.
그랬다. 태식이는 어느새 스즈끼가 되어 있었다.
농어가 넓은 바닷 속을 헤엄치듯 스스로 제 삶의 길을 가는 스즈끼가 되어 있었다.
공부하다가 지치고 생활하다가 지치면 전화 드릴테니 그땐 무조건 시원한 생맥주는
사주실거죠.. 라며 태식은 예전의 그 너스레를 다시 떤다.
암암.. 이 놈아..사주고 말고.. 원없이 사주고 말고..
혹여 네가 가는 길에 이런저런 팍팍한 일로 삶에 있어 갈증이 난다면
우리 함께 그 갈증을 풀어나가자꾸나.
첫댓글 태식이가 스즈키처럼 질주하여 졸업장도 따고 대학 요리전공도 하여 성공하길
네...꼭.. 그러기를 저도 바랍니다. 녀석은 잘 할거예요.^^
요즘 ..정에 굶주린 애들 많다...많이 살펴줘라....
^^
오래간만에 잘 읽었습니다.
그야말로 오래간만이죠? 초심님 반갑습니다 ^^
맛나게 읽었수다...역쉬, 도요다워~~~.....아울러, 태식이에게 홧팅을 보내며~~~~
승관아 까꿍~ 그나저나 ..술 한잔 언제하누??
글솜씨는 점점더 젊어가네 그려~!!!ㅎㅎㅎ 잘 보고 간다..
규두야~ 반가워~ 잘지내지??
네 글 읽으면서 마음이 짠하다....세상 살다보면 기쁜일 보다 슬프고 아픈일이 더 많은걸....태식이에게 밝은 희망이 있기를 바래본다...네 마음도 여전해서 좋았어....
복렬이 많이 보고 싶네...
겉으론 터프한 모습... 속마음은 비단결 같은... 너 이기에...고맙다 ^^ 엄마처럼 태식이의 등대가 되어 주려무나...... ^^*
에고~ 별 소릴 다 듣것네. 비단결은 절대 아녀.. ㅎ
까칠한 비단...ㅎ
도요글 오래만에 보네~~맴이 짠하다..
상연아.. 서울 올라오면 연락 주라 우리 못본지 한참 됐당!
넘 길었다..일하는 시간을 쪼개서 읽기엔..미루다 미루다..오늘 읽으니 늦게 읽은 걸 후회했습니다..도요새님^^ 언제나 맛깔스런 글솜씨를 잊지 않았고,또 실망시키지 않는 친구가 자랑스럽습니다..감동으로 마무리까지....태식씨~ 홧~팅!!!! ㅎㅎ..잘 읽었습니다..^^
희운님 제 수다가 너무 길긴하죠? 담엔 좀 짧게 쓸까요? ^^
꼭 나같은 놈이네... 글 읽으면서 나의 암울했던 과거에 오버랩 되더라... 하지만 그 당시 그렇게 암담 했지만 그리 불행 하단 생각은 하지 않았던거 같아..태식이 생각도 그랬을거 같아서... 오히려 부족함이 덜한 요즘 더 불행하단 생각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