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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비(劉備)의 전략(戰略), 육손(陸遜)의 기행(奇行) -
한편, 촉(蜀)의 상장군(上將軍) 장비(張飛)의 아들 장포(張苞)와 관우(關羽)의 아들 관흥(關興)의 협공(挾攻)으로 자귀성(秭歸城)에서 참패(慘敗)한 손환(孫桓)은 오만(五萬)에 이르는 병사를 대부분(大部分) 잃고, 패잔병(敗殘兵)을 수습(收拾)하여 후퇴(後退)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정신(精神)없이 한참을 달리던 중에 세 갈래 길이 눈앞에 나타났다.
"손장군(孫將軍) 여기서 동진(東進) 하면 건강(建康 : "난징"의 옛 이름)이고 북쪽으로 가면 이릉성(彝陵城)인데, 어디로 가야 하오?" 전군 부장(全軍 副將) 주연(周延)이 물었다.
그러자 초췌(憔悴) 하고 참담(慘澹) 한 기색(氣色)이 완연(完然)한 손환(孫桓),
"자귀성(秭歸城)을 잃었는데, 무슨 면목(面目)으로 건강(建康)으로 돌아가서 주공(主公)을 뵙겠소? 강동(江洞)의 손씨(孫氏)는 영웅(英雄) 가문(家門)이오. 나는 선왕(先王)의 후예(後裔)로써 죽어도 전장(戰場)에서 죽겠소! 살아서 돌아 간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으니 이릉성으로 들어가서 유비를 맞아 싸우겠소!"
"이릉성(彝陵城)은 자귀(秭歸)보다 허술한 곳이오. 그러니 과연 얼마나 버틸 수가 있을지 염려(念慮) 되오."
"주공(主公)께서 최대한(最大限) 버티라 하셨으니, 끝까지 버틸 것이오! 이릉성이 유비(劉備) 무덤이 되던가, 아니면 나 손환(孫桓) 무덤이 되겠지!..."
"손 장군(孫 將軍)의 의지(意志)가 그렇다면 무슨 말이 필요(必要)하겠소? 장군과 생사(生死)를 같이 하겠소!"
전군 부장(全軍 副將) 주연(朱然)은 어린 손환(孫桓)의 결심(決心)어린 소리를 듣자, 자신(自身)의 의지(意志)를 표시(表示)해 보였다.
그러자 주변(周邊)에 모여든 장수(將帥)들이 일제히,
"장군(將軍)과 생사(生死)를 같이 하겠습니다!" 하고, 일제(一齊)히 복명(復命)하는 것이었다. 이에 용기(勇氣)를 얻은 손환(孫桓)이 뒤따르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친다.
"좋아! 전군(全郡)은 들어라! 북쪽으로 전진(前進)하여 이릉성(彝陵城)으로 간다!"
"이랴~!" .....
한편, 자귀성(秭歸城)을 비교적(比較的) 손쉽게 점령(占領)한 유비(劉備)는 장수(將帥_들을 모아놓고 향후(向後)의 전략(戰略)을 논의(論議) 하였다.
그 자리에서 지난번 자귀(秭歸城)성 전투(戰鬪)에서 아군(我軍)의 분전(奮戰)을한 장수가 떠벌인다.
"손환(孫桓)은 손권(孫權)의 조카이며 그의 부장(副將) 주연(朱然)은 이름난 맹장(猛將)인데, 그렇게 간단히 끝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하! 이런 속도(速度)로 나간다면 스무 날 정도라면 건강성(建康城)에 진입(進入)할 수가 있겠습니다!" 관흥(關興)이 한껏 웃으며 대꾸 하였다.
그러자 자리에 함께 있던 장수(將帥)들이 일제히 파안대소(破顔大笑) 한다.
"하하하하!..."
"모르는 소리!" 유비(劉備)가 찻 잔을 내려 놓으며 입을 여는 바람에 장수(將帥)들은 일제히 웃음을 멈추고 유비에게 주목(注目)하였다.
"손권(孫權)에 대해 잘 모르고 들 있군! 손권은 아홉 살에 적진(敵陣)에 들어가 부친(父親)의 시신(屍身)을 돌려 받고, 열여덟에 군주(君主)가 되어서 치룬 첫 전투가 적벽(赤壁) 전투(戰鬪)다. 짐(朕)보다 서른 살이나 어려도 용병술(用兵術)에 능(能)하고 담력(膽力)도 있다. 강동(江東)에는 인재(人材)가 많기로 유명(有名)하고, 최고 수준(最高水準)의 수군(水軍)은 참전(參戰)도 안 했는데, 뭐가 그리 대단한가?"
"지당(至當)하신 말씀입니다! 소장(小將)이 오랜 전쟁(戰爭)에서 얻은 교훈(敎訓)이, 너무 쉽게 이룬 승리(勝利)는 속임수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오군(吳軍)이 몇 번 패(敗)했지만 강동(江東)의 정보(程普), 감녕(甘寧), 한당(韓當), 주태(周泰)같은 명장(名將)들은 아직 얼굴도 안비쳤습니다." 상장군(上將軍) 황충(黃忠)이 어린 장수들과 천자(天子) 유비(劉備)를 향해 자신(自身)의 의견(意見)을 말하였다.
그러자 유비(劉備)가 입을 열어 젊은 장수들의 정신(精神) 재무장(再武裝)을 강조(強調)하는 말을 한다.
"손권(孫權)이 연패(連敗)를 했으나 이는 계책(計策)이 틀림없다. 적(適)을 자만(自滿)에 빠뜨려 군심(群心)을 흐리는거지, 작은 승전(勝戰)에 자만 한다면 큰 화가 닥칠 것이다."
여기까지 말을 하였을 때 척후병(斥候兵)이 들어와 아뢴다.
"폐하(陛下)! 손권(孫權)이 조비(曹丕)에게 투항서(投降書)를 보내, 조비(曹丕)가 손권을 오왕(吳王)에 봉(封)하고 구석(九錫 : 천자가 제후(諸侯)에게 하사(下賜)하는 아홉 가지 물품)을 내렸다는 소식입니다!"
"들었는가?" 유비(劉備)가 전군(全軍) 장수(將帥)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손권(孫權)과 조비(曹丕)가 결맹(結盟)했다. 이번 강동(江東) 토벌(討伐)은 속전속결(速戰速決)로 처리(處理)하지 않으면 조비가 출병(出兵)을 할 것이다. "
"보고(報告)합니다!" 이때 또 다른 척후병(斥候兵)이 달려들며 소리쳤다.
"폐히(陛下)! 손환(孫桓)이 패잔병(敗殘兵)을 이끌고 이릉성(彝陵城)으로 입성(入城)해 수비(守備)를 공고(鞏固)히 하고 결사 항전(決死抗戰)을 선포(宣布)했습니다!"
"손권(孫權)의 조카놈이 그래도 호기(豪氣)는 있군. 남서(南西)로 가지 않고, 외진 성(城)을 고수(固守)하다니."
유비(劉備)가 이렇게 말하자 장포(張苞)가 앞으로 나서며 아뢴다.
"폐하(陛下)! 소장(小將)이 이릉성(彝陵城)으로 가서 손환(孫桓)을 치겠습니다!"
"좋아! 삼만(三萬)을 끌고 가라!"
유비(劉備)가 허락 (許諾)을 함과 동시(張苞)에 장포(張苞)의 눈이 커진다.
"폐하(陛下)? 손환(孫桓)의 이릉성(彝陵城) 병력(兵力)이 모두 사만(四萬)에 이르는데... 포위(包圍)를 하려면 세 배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소장에게 오만(五萬) 정병(正兵)을 주신다면 사흘 안에 취(取)하겠습니다!"
장포(張苞)는 이릉성(彝陵城)을 수성(守城)하는 적군(敵軍)보다 적은수의 병사를 주겠다는 유비의 말을 듣고 공격(攻擊)에 나설 병사가 부족(不足)함을 밝힘과 동시에 그보다는 조금 많은 정병을 주면 성을 취하겠다는 의지(意志)를 펴보였다.
그러나 유비(劉備)는,
"장포(張苞)? 싸우란 시늉만 하라는 것이지 싸우란 것이 아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예, 엣?" 장포(張苞)가 눈이 커지며 물었다.
곧바로 유비(劉備)의 말이 이어진다.
"여기서 남서까진 성(城)이 열 개가 족(足)히 넘는다. 계속해서 전진(前進)해 가도, 곳곳에 맹장(猛將)들이 결사 항전(決死抗戰)으로 자항(抵抗)할 것이다. 우리가 병력(兵力)이 많아도 원정(遠征)을 왔으니 군량(軍糧)과 전략물자(戰略物資) 조달(調達)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성(城)을 하나씩 쳐 나가다간 남서(南西)에 도달(到達)하게 되면 아군(我軍)은 병력(兵力)의 절반(折半)의 손실(損失)이 있지않겠나? 그럴때 조비(曹丕)의 공격(攻擊)을 받게 되면 우리의 상황(狀況)은 매우 어려워진다. 하여, 속전속결(速戰速決)로 전쟁(戰爭)을 끝내기 위해서는 결사(決死) 항전(抗戰)하고 있는 성(城)은 고립(孤立)을 시킨 뒤, 우리는 계속(繼續)해 강동(江東)의 건강(建康)으로 진군(進軍)해야 한다. "
황충(黃忠)이 묻는다.
"폐하(陛下)! 그러면 유인작전(誘引作戰)을 하시려는 겁니까?"
유비(劉備)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그렇소! 손환(孫桓)은 손권(孫權)의 조카이니, 그냥 두지는 않을 거요. 놈을 구하게 만들어 우리는 함정(陷穽)을 파놓고 동오(東吳)의 원군(援軍)을 기다려야지! 그래야 우리는 단시일(短時日) 내에 적(敵)을 섬멸(殲滅)할 수가 있소!"
....................
한편, 조자(趙咨)가 돌아온 건강(建康)에서는 조비(曹丕)의 조서(詔書)를 손에 든 손권(孫權)이 장소(張昭)와 정보(程普)를 불러놓고 말한다.
"흥! 조비(曹丕)가 허울좋은 감투 둘이나 줬군, 하나는 오왕(吳王), 하나는 구석(九錫) 하사(下賜)!... 원군(援軍)을 보내 줄 것이지... 한중(漢中) 부근(附近)에 조인(曹仁)의 이십만 대군을 움직여 주기만 하더라도 유비(劉備)가 촉(蜀)으로 후퇴(後退)를 해 버릴 것인데..."
손권(孫權)이 실망(失望)이 가득 한 말을 쏟아내자 장소(張昭)가 그 말을 받아,
"조비(曹丕)는 촉(蜀)과 오(吳), 둘 다 타격(打擊)을 입는 어부지리(漁夫之利)를 노릴 것입니다. "
"음! 조비(曹丕)가 우리를 돕는다는 명분(名分)으로 움직이면서 전략(戰略)을 바꿔 형주(荊州)를 손에 넣으려 한다면 전쟁(戰爭)의 양상(樣相)은 예상(豫想)치 못한 방향(方向)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차라리 지금처럼 그냥 있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노장(老將) 황개(黃蓋)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손권(孫權)은 조카 손환(孫桓)이 처한 위급(危急) 함이 우선(于先)이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유비(劉備)와는 연전연패(連戰連敗)를 당(當) 하고 있는데 이리되면 군사(軍士)들의 사기(士氣)에도 문제(問題)가 있고, 조비(曹丕)와 유비(劉備)가 형주(荊州)를 그냥 두진 않을 것이오. 이릉성(彝陵城)으로 원군 보내 손환을 구하면서 전세(戰勢)를 돌려 놓을 수 있는 방법(方法)을 찾아야 하오."
손권(孫權)이 이쯤 말했을 때에 제갈근(諸葛瑾)이 보고서(報告書) 한 장을 들고 황급(遑汲)히 들어왔다.
"주공(主公), 손환(孫桓)이 혈서(血書)를 보내왔는데, 첫 째, 자귀성(秭歸城)을 잃은 것에 죄(罪)를 청(請)해 왔고, 둘 째, 사만 대군(四萬 大軍)을 인솔(引率)해 이릉(彝陵)을 고수(固守)하며 끝까지 결사항전(決死抗戰) 하겠다는 맹세(盟誓)입니다. 주공, 신이 듣건데 유비(劉備)가 장포(張苞)를 앞세워 이릉성(彝陵城)을 겹겹히 포위(包圍)하고 수 만 대군이 맹공(猛攻)을 퍼붓는 지라, 버텨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봅시다!" 손권(孫權)이 손을 뻣어 손환(孫桓)이 보냈다는 혈서(血書)를 달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손수 혈서를 읽어 보고나서,
"그래! 끝까지 버티겠다고? 역시(亦是), 손씨(孫氏) 자손 답군!" 하고, 말하였다.
그 소리를 듣고 제갈근(諸葛瑾)이 아뢴다.
"주공(主公), 이릉성(彝陵城)이 위험(危險)에 처(處)했으니 속히 원군(援軍)을 보내주십시오!"
"명(命)이다! 한당(韓當)을 주장(主將), 주태(周泰)를 부장(副將)으로 반장(潘璋)을 선봉(先鋒)으로 감녕(甘寧), 능통(甘寧)은 후군(後軍)에서 십만(十萬)을 이끌고 이릉(秭歸)으로 가라! "
"주공(主公), 그건 안 됩니다!" 노장(老將) 정보(程普)가 즉각(卽刻) 반대(反對)를 하였다.
"안되다니?"
"자귀성(秭歸城)처럼 견고(堅固)한 곳도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함락(陷落)됐습니다. 이릉성(彝陵城)은 자귀성보다 취약(脆弱)한 곳인데, 촉군(蜀軍)이 사흘이 지나도록 함락을 못 했다면 뭔가 다른 의도(意圖)가 있을겁니다."
노장군(老將軍) 정보(程普)의 이 말은 오랜 실전(實戰) 경험(經驗)에서 나오는 것으로써 손권(孫權)도 장소(張昭)도 결코 무시해서 넘겨 들을 말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손권(孫權)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그렇다면 이릉(彝陵)을 포위(包圍)한 것이 유인책(誘引策)을 쓰는 것이란 말이오?"
"신(臣)이 확신(確信)할 순 없으나, 그간 전장(戰場)을 누비면서 얻은 경험(經驗)으론 지금처럼 특이(特異)한 전황(戰況)이라면 감지(感知)할 수 있습니다."
"음!..." 손권(孫權)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성인다. 그러면서 한 순간 정보(程普)를 향하여 입을 열었다.
"정 장군(程 將軍)의 기우(杞憂)요! 촉군(蜀軍)이 강동(江東) 땅에 온 것이지 아군(我軍)이 적지(敵地)에 간 것이 아니오. 이런 시기에 이릉(彝陵)을 잃을 수는 없소. 이러다간 남군까지 화가 미쳐, 결국(結局)엔 조비(曹丕)가 동오(東吳)의 세력(勢力)을 약(弱)하게 여기고 형주(荊州)를 칠 거요. 촉군(蜀軍)이 천리(千里) 길을 달려와서 두 달 넘게 싸웠으니 이젠 예봉(銳鋒) : 창, 칼 따위의 날카로운 끝)이 무뎌졌을 것이오. 나도 출전(出戰)하여 이릉성(彝陵城) 밑에서 결사 항전(決死抗戰)할 것이오!"
"주공(主公)! 숙고(熟考)하십시오!" 그래도 정보(程普)는 손권(孫權)을 말리고 나선다.
"결정(決定)했으니 명을 전하시오! 이번에 나도 출전(出戰)하다고!" 손권(孫權)이 제갈근(諸葛瑾)을 향하여 소리쳤다.
"예!" 제갈근(諸葛瑾)은 즉각(卽刻) 대답 하고 물러갔다.
...................
손권(孫權)의 명(命)은 즉각 하달(下達) 되어 십만(十萬)에 이르는 군사들이 출정 준비(出征 準備)에 착수(着手) 하였다. 군량(軍糧)과 무기(武器)를 배에 옮겨 싣고, 전쟁터로 나설 병사들이 속속 포구(浦口)로 모여들었다.
노장군 한당(老將軍 韓當)이 부장 주태(副將 周泰)를 비롯해 반장(潘璋), 능통(凌統), 등 이번 출정에 지명(指名) 된 장수들을 거느리고 출정 준비를 확인(確認)하기 위해 포구로 향했다.
포구(浦口)에 다다르기 전에 감녕(甘寧)이 달려와서 보고(報告)한다.
"장군! 전임(前任) 대도독(大都督) 육손(陸遜)이 산발(散髮)로 포구(浦口)에 나와 통곡(痛哭)을 하고 있습니다."
"뭐?"
"제 정신(精神)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자! 봐야겠다."
"예!"
한당(韓當)이 바쁜 걸음으로 포구로 나와 보니, 과연 감녕(甘寧)의 말대로 육손(陸遜)이 봉두난발(逢頭亂髮)을 한 채로, 포구(浦口)에 엎드려서 괴성(怪聲)을 질러대고 있는 것이었다.
"강동(江東)의 형제(兄弟)들이어 정말 처참(悽慘)하도다!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들다니, 이 무슨 정신(精神) 나간 짓 인가? 이제 군주(君主)를 보내면 다시는 못 볼 것이다! 아이고! 아이고!... 강동이 막바지에 이르렀구나!" 육손(陸遜)은 땅을 치며 한탄(恨歎)하였다.
이런 모습을 노여운 눈으로 지켜보던 한당(韓當)이 소리친다.
"백언(伯言 : 육손의 字)! 출정(出征)을 앞두고 이게 무슨 짓인가?"
"한 장군 오셨소?" 육손(陸遜)이 고개를 쳐들며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악을 쓴다.
"우리 강동의 아들들을 전별(餞別)하는 중이오! 오늘 군주(君主)와 그들을 보내면 다시는 볼 수가 없을 테니까!... 아~!... 비통(悲痛)하도다!"
"닥쳐라! 육손(陸遜)! 헛소리로 군심(群心)을 어지럽히다니, 죽고 싶어 환장(換腸)한 것이냐? 또 입을 열면 가만두지 않겠다!" 한당(韓當)이 노기(怒氣) 어린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육손(陸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한당(韓當)!.. 그래봐야, 너는 저승길을 앞 둔 놈이다! 칼 날이 눈앞에 들어 오는데 그것도 모르는 놈이.. 뭘 안다고 나서는 것이냐! 그래도 나는 한때 강동의 대도독(大都督)을 지냈었다. 네 놈보다는 보는 눈이 있어!" 하고, 괴성(怪聲)을 질러대는데, 삼대(三代)를 이어 충성(忠誠)하고 있는 노장군(老將軍) 한당(韓當)에 대한 예의(禮儀)라곤 눈을 씻고 찾아 보려도 찾을 수가 없었다. 노기(怒氣)가 극도(極度)로 치민 한당이 수하(手下)를 불러댄다.
"여봐라!"
"예!"
"이 정신(精神) 나간 자를 당장(當場) 주공(主公)께 끌고가라!"
"예!"
"주공(主公)~!... 강동(江東)의 노인(老人)들에게 자식(子息)들 몇은 남겨 주시오! 강동의 아녀(阿女)자들에게 서방(書房) 몇을 남겨 주시오! 이렇게 사내란 사내를 모두 끌고 나가버리면 장차(將次) 강동이 어찌 존재(存在) 하오리까? 주공~!..." 육손(陸遜)은 끌려가면서도 발악(發惡) 발악(發惡) 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이를 지켜 보던 출정(出征)을 앞둔 병사(兵士)들의 얼굴은 긴장(緊張되었다.
육손(陸遜)은 그 길로 손권(孫權) 앞으로 끌려갔다.
육손은 손권의 책상(冊床)이 보이자 그 앞에 털석 엎드렸다.
"육손(陸遜)이 주공(主公)을 뵈옵니다!" 육손은 고개를 처박고 소리를 질러댔다.
"탕!"
잠시 후(暫時 後) 대청(大廳)을 울리는 단장(短杖: 지팡이) 소리에 육손(陸遜)이 고개를 쳐들어 보니, 손권(孫權)은 보이지 아니하고 청려장(靑藜杖)을 짚은 장소(張昭)가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장 대인! 주공(主公)은 어디계시오?" 고개를 쳐든 육손(陸遜)이 어리둥절한 표정(表情)을 지으며 물었다.
"백언(伯言)! .. 제 정신 없이 헛소리를 지껄여 군심(群心)을 흐린 죄(罪)는 면키 어려울 터! 도대체 무슨 심사(心思)를 가지고 출정을 앞둔 병사들 앞에서 괴성(怪聲)을 질러댔는고?" 장소(張昭)는 엄(嚴)히 꾸짖었다.
그러나 육손(陸遜)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주장만 되풀이 하였다.
"장 대인! 속히 주공(主公)을 뵙게 해 주시오!"
"주공(主公)께서 너 같은 미친놈을 어찌 만나랴?" 장소(張昭)는 이렇게 일갈을 하고 난 뒤, 수하를 부른다.
"여봐라!"
"예 !"
"육손(陸遜)을 하옥(下獄)하라!"
"옛!" 병사(兵士)들이 달려들자 육손(陸遜)은 이들의 손을 뿌리치며 외친다.
"주상(主上)의 조카 손환(孫桓) 장군이 이릉성(夷陵城)에서 고초(苦楚)를 겪고 있으나 그를 구하는 것이 전군(全軍)을 동원(動員)해야 할 만큼 급(急)한 일은 아니오! 촉군(蜀軍)을 격파(擊破)하면 그는 절로 구출될 것이오. 그런데도 모든 것이 손환(孫桓) 장군(將軍) 구출(救出)에 앞서니.. 우리 강동(江東)의 강산(江山)을 어찌 보존(保存) 하겠소!...허!..
육손(陸遜)은 고개를 흔들며 이같이 소리 치고 난 뒤, 돌아서서 옥(獄)을 향하여 걸어 나가는 것이었다.
삼국지 - 321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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