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Forces Monthly 2023년 3월호 기사인데 프랑스공군이 4년간 새로 만든 라팔을 받지 못하다가 작년 12월부터 다시 받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2009년에 주문한 60대의 일부라고 합니다. 예산이 없어서 이렇게 되었다고 하지만 닷소의 라팔 생산 capacity를 늘리지 않고 외국 고객들에게 줄 라팔을 먼저 만들 기회를 마련한 셈입니다.
2023년 1월 11일 AW&ST 기사의 일부
Aircraft deliveries to France were suspended in 2018 for budgetary reasons. But that helped the manufacturer meet a burgeoning number of export orders from Egypt, India, Qatar, and Greece.
이것은 월 1대 정도로 만들어 생산 라인을 오래오래 유지하려고 capacity를 딱 맞췄고 프랑스공군이 바로 받으려고 하는데 중간에 외국 고객이 끼어들면 자국군은 물건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닷소는 작년에 라팔을 15대 만들어 14대를 외국 고객들에게 납품했다고 하네요. 2021년의 수출 주문은 49대, 2022년의 수출 주문은 92대로 현재 164대의 (수출용 125대, 프랑스공군용 39대) backlog가 있습니다.
생산 capacity는 일정한데 갑자기 큰 주문이 들어왔다고 해서 생산 capacity를 2배, 3배로 확 늘릴 수 없는 이유는 소니 공동 창업자 모리타 아키오의 자서전에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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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호텔 방으로 돌아와서 도쿄의 조그만 우리 공장에서 그런 어마어마한 주문을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곰곰이 따져 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아도 수요가 초과되는 바람에 공장을 신축하긴 했지만, 그건 고텐야마의 허름한 창고일 뿐이었다. 우리는 원래의 위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더 크고 튼튼한 건물을 구입해 이사를 했고, 바야흐로 더 큰 도약의 계기를 노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우리들의 생산 능력은 1년에 10만 대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생산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고, 라디오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들도 생산해야 했다. 따라서 한 달로 따지면 기껏해야 1만 대의 라디오를 생산할 수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10만대의 라디오를 수주하게 되면 새로운 고용자들을 고용하고 훈련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시설 또한 확충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 이것은 곧 기간 투자를 의미했고 주요한 사업 확장이었으며, 한편으로는 하나의 도박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별로 경험이 없는 순진한 풋나기에 불과했지만, 나름대로 재치를 발휘해 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결과들을 곰곰이 따져 보았으며, 자리에 앉아서 U자 비슷하게 생긴 곡선을 그어 보았다.
5천대까지는 정상적인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곡선이 시작된다. 거기서부터 1만대까지는 가격이 할인될 것이며, 1만대에서 최저 가격이 형성된다. 3만대부터는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해 서 5만대에 이르면 단가는 5천대일 때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10만대를 주문받게 되면 처음 5천대의 단가보다 훨씬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은 우리가 주문에 호응하기 위해 생산 설비를 두 배로 늘려야 할 경우, 그리고 그 다음해에 그만큼의 주문을 받지 못할 경우였던 것이다.
만일 그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파산에까지 이를 수 있는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증가시켜 놓은 인력과 설비를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는 상황이 닥칠 것이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무척 소심하고 보수적인 사고방식이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우리가 그런 거대한 주문을 소화해 내려면 그 주문으로부터 다른 활로가 개척될 때까지 새로운 설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이윤을 이끌어 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사업의 확장이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신규 자본금을 끌어들이기가 곤란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어쨌든 나는 당시의 우리 역량에 비춰 볼 때, 하나의 주문에 대해 그만큼 사업을 확장시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주문이 많아지거나 적어진다고 해서 무턱대고 사람들을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는 없다. 우리는 고용자들과 장기 계약을 맺은 셈이고 그들 역시 경영인들에 대해 마찬가지 입장이다.
물론 내가 라디오 10만대의 가격을 너무 낮게 제시하면 바이어는 10만대를 주문하기는 하되 처음에는 시험삼아 1만대의 라디오를 10만대의 단가로 쳐서 주문하겠다고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고 나서 더 이상 우리에게 주문을 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나는 그 다음날 견적을 뽑아 들고 다시 그 사람을 만나러 갔다. 바이어는 그 견적서를 들여다보더니 도저히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몇 번이고 눈을 껌벅거리는 것이었다.
그는 마침내 서류를 내려놓고 나를 바라보며 차분히 이야기를 꺼냈다. “모리타 씨, 나는 근 30년 동안이나 도매상으로 일해 오고 있는데,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보았습니다. 아니, 도대체 구매량이 늘어날수록 단가가 비싸지다니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말도 안됩니다!"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고, 그 사람도 내 말을 유심히 듣는 듯했다. 그러자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1만대의 라디오를 주문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단가는 1만대를 주문할 경우의 단가 그대로였다. 그 바이어나 우리나 쌍방이 모두 적절한 선의 계약이었던 것이다.
첫댓글 저 때 일본은 가뜩이나 종신고용 체제였으니 생산시설 확충에 따르는 부담이 더 컸었네요.
일 잘하게 되는데 2년의 훈련이 필요한 그런 산업이라면 감원했다가 나중에 생산 능력을 다시 키우기도 힘들죠.
먼나라 얘기가 아닌듯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68776
장.단기 생산계획을 세우는 경영자는 엄청 어려운 직책이네요.
우리나라의 파오공 시리즈는 주문량 증대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조만간 KF-21의 양산이 시작될테니 파오공 시리즈의 생산물량을 맘편히 늘릴수도 없겠는데요.
https://kookbang.dema.mil.kr/newsWeb/m/20230309/2/ATCE_CTGR_0010020000/view.do
" 폴란드에 수출하는 FA-50 항공기는 현재 KAI 생산라인에 있는 TA-50 블록2를 수출 사양에 맞춰 부분 변경한 FA-50GF 12대와 폴란드 요구사항에 맞춰 새롭게 제작하는 FA-50PL 36대 등 두 가지 버전으로 구성된다. "
GF 12대는 한국공군용이었습니다.
@백선호 말씀해주신 내용까지는 기사로 봤습니다.
제가 궁금한건 폴란드로 보낸 물량만큼의 TA-50이 추가 주문되었고, 그 뒤로는 FA-50PL, 말레이시아가 주문한 FA-50의 거의 70여기의 수주잔량이 남는데, 이 물량을 어떻게 생산하려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정명기 현재 경영진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을 것 같네요. 수출 주문이 없던 시절에는 분명히 slack이 있어서 널럴해 보였습니다.
@백선호 잘 팔려도 일 하시는 분들은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