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바람 일렁이는 대숲에
서걱서걱
별빛 듣는 소리,
대숲 밑 샘가에
들에서 늦게 돌아온 어머니
싹싹싹싹 쌀 씻는 소리,
고단한 하루를 마친 까마귀 떼도
까악까악
대숲에 깃드는 소리,
어두운 부엌
아궁이에서는
활활활활 잉걸불 타오르는 소리.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4.03.29. -
원음은 글자 본디의 음(音)이라는 뜻이지만, 시인의 자아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본래의 소리라는 의미로 읽힌다.
‘서걱서걱’은 댓잎이 잇따라 부딪히며 내는 소리이면서 별빛이 푸른 댓잎을 밟을 때 생겨나는 소리이다. ‘싹싹싹싹’은 밥을 지으려 쌀을 씻는 소리이면서 동시에 더러운 것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내보내는 샘물의 그 깨끗함과 맑음이 표현된 소리이다.
시선이 대숲에 머물다 샘가로 내려오고, 다시 대숲으로 올라갔다 아궁이로 향하는, 이 위아래로의 이동도 시의 묘미를 감각적으로 살려낸다. 내 내면 저 깊은 곳에 있는 소리의 본(本)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