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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은 F/W 신상품 구스다운을 비롯해 배낭, 장갑, 모자 등의 장비를 10~30% 정도 할인해 주거나 구스다운을 구입하면 폴리스 재킷이나 티셔츠 등을 무료 증정하는 등의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워낙 비싼 가격에 일부는 ‘연중 할인 없음’을 고수했던 ‘콧대 높은’ 아웃도어 업계의 변화가 심상치 않게 여겨진다.
이렇게 할인·판촉 행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업체들이 올겨울 다운재킷 물량을 예전보다 크게 늘려 재고 부담이 늘어난 것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아웃도어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다운재킷 패션 트렌드와 올겨울 강추위를 기대하며 지난 겨울시즌보다 50~100%가량 물량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매출 목표달성과 재고 부담이 커진 상태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올겨울 매출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했다”며 “치열한 다운재킷 할인 경쟁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캐나다구스’와 ‘몽클레르’ 등의 고가 의류들이 유행을 주도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캐몽’으로 불리는 이 브랜드들은 1~2년 전 국내 모 브랜드의 고가 다운재킷이 젊은 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두 브랜드는 백화점을 비롯해 해외구매 대행 사이트나 소셜커머스를 중심으로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으며 소위 ‘캐몽’ 스타일로 불리는 긴 기장과 4개의 주머니, 라쿤 퍼 후드를 모방한 유사품들이 겨울 다운재킷 시장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기능성 중심이었던 아웃도어 다운재킷의 유행이 패션을 강조한 프리미엄 다운재킷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브랜드도 비슷한 스타일의 구스다운을 내놓고 있지만 ‘캐몽’의 인기로 인해 매출 상위권 업체를 제외하곤 예전만큼의 ‘재미’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중위권 업체 간에는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이는 곧 ‘경쟁력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이제는 초고가 정책에서 한 발 물러나야 할 때”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후발 아웃도어 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면서 ‘거품을 빼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할인·판촉 행사는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는 이런 현상을 반기는 분위기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의 가격이 처음부터 워낙 비싸게 책정됐던 만큼 이제는 거품이 빠져야 할 때”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가격대가 낮아지면서 소비자로서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한 소비자는 “할인 기간이 끝나면 다시 똑같은 제품을 비싸게 사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할인된 가격이 정상가이고, 정상가는 거품 낀 가격’이 아닌가 싶어 앞으로 정상가로는 옷을 사 입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업체로서는 할인·판촉 행사를 하며 매출 감소 극복과 소비심리의 회복을 노리지만,한편으론 ‘아웃도어 시장의 거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란 직격탄도 함께 맞은 격이다. 앞으로 아웃도어 업체의 할인·판촉 행사가 ‘거품 걷어내기’로 이어질지 아니면‘한철 매출 목표 달성, 재고물량 처리’로 끝날 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