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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내가 가야되는건 아니잖아!!"
조용한 방 안.
그리고 그 조용한 공기를 가르며 높은 여자의 소리침이 들려온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우당탕탕- 물건이 쓰러지는 소리.
"내가 그거 안간다 했어, 안했어!!"
햇빛이 방안으로 드리워져 보이는 그녀의 짙은 그림자.
그 그림자는 굉장히 화나는 일이라도 당하는 듯, 온 몸으로 부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 … 야, 이 미친새끼야!!! 안가, 안가, 안간다고!!"
어렴풋이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
하지만 그녀는 그런건 상관없다는 듯, 저급한 단어를 입에 담으며
끝내는 전화를 꺼버렸다.
"하, 씨발새끼들."
이윽고- 그림자만 보였던 그녀의 모습이 햇살아래 비춰진다.
하얀티 한장을 입고 그 위로 새까만 머리를 흩뜨려놓은 그녀.
간편한 추리닝 핫팬츠를 입은 그녀는 옷 위로도 그녀의 늘씬한 몸매를 상상케 했다.
핸드폰을 침대위에 던지듯 내려놓고 새까맣고 길다란 머리를
위로올려 하나로 묶는다.
그리고는 그대로 컴퓨터 앞으로 가더니 마우스를 한번 톡- 친다.
그러자 까맣게만 보였던 바탕화면이 순식간에 인터넷창이 가득 열린
하얀 화면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그 잠깐의 변화에 살짝- 눈이 아픈듯 인상을 찡그리다
검색창을 열었다.
"k그룹…."
엔터를 탁- 하고 치니 바로 우수수수- 정보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정보들중 하나의 창을 열어 유심히 보던 그녀는 컴퓨터의 모니터를 끄고
바로 옷장을 열어 옷을 하나하나 입기 시작했다.
그녀의 각선미를 돋보이게 해주고, 그녀의 날씬한 몸매를 그대로
보여주는 딱 달라붙는 미니 원피스. 머리는 풀러서 여자들의 필수품,
고데기로 살짝씩 웨이브를 넣는다.
그리고 옅은 화장. 반짝이는 작은 클러치백과 높은 붉은 하이힐.
외출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다 끝낸 그녀는 거울을 한번 보더니
바로 집을 나섰다.
오피스텔을 벗어나자마자 집앞에 세워져있는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바로 출발했다.
택시를 타고 얼마나 갔을까…. 택시가 곧 멈춰서고 계산을 끝낸 여자가
택시안에서 내린 후, 그녀가 원했던 최종 장소인듯한 곳으로
들어갔다.
짤랑-
"어서오세요-."
싸구려종이 문 위에서 울리며 그녀가 들어섰다는것을 알려주자마자,
사방에서 웨이터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런것이 너무도 익숙한듯,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않고
도도한 발검음으로 그녀의 친구들이 모여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VVIP ROOM 1호실.
살짝 문을 열어 안을 확인해보니, 주접스럽게 놀고떠들고 마시고, 시끄러운
다른 방과는 다르게 너무도 조용했다.
꿀꺽꿀꺽- 술마시는 소리조차도 너무 적나라하게 들린다.
"…어, 왔어?"
제일 안쪽에서 그녀를 보고 반갑다는듯이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무참히 그 말을 속으로 씹어삼키고 자신에게 인사를 건넨
그의 곁으로 가서 앉았다.
앉자마자 보이는 반대쪽의 남자.
그를 보고 그녀의 얼굴은 살짝- 찌푸려졌다가 다시 펴진다.
그녀의 반응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 … 오랜만이네."
결국 그녀가 먼저 입을 떼어 반대쪽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자
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만 한번 끄덕인 후,
그녀의 옆에 앉아있는 남자를 쏘아본다.
"이런이런~ 왜들 그렇게 나만 쏘아보는거야? 나는 그저 초대만 했을뿐이라구~
여기까지 온건 그쪽들이잖아~?"
얼굴을 한대 쳐주고 싶은지, 그녀의 주먹은 꽈악- 쥐어져있었다.
그래도 그의, 흥을 돋으려는 말들은 나쁘지 않은지
그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어 앉을 뿐.
달칵-
"오빠, 나 왔어!"
이 공간은 침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 계속해서 어떤 사람이
들어오며 자그마한 소음을 낸다. 그리고 그 소음은 귀여운 여자의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그 셋은 표정이 살짝씩 굳어버린다.
"별이 왔어?"
하지만 곧 가장 상석에 있던 남자-박신-가 어두운 분위기를깨고 이제 막 들어온-이별-,
별이라는 여자를 반겨주었다. 별은 신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자신을
아직 맞이해 주지 않은 신의 옆쪽의 남자-하도훈-에게 달려가 그의 옆을 꿰차고 앉았다.
그 꼴이 아니꼬운건지, 도훈의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그녀-강세정-는
다리를 척- 풀고 신의 담배를 꺼내 입술에 물으며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런 세정의 모습을 이제 본 별은, 차마 하기싫다는 얼굴로 세정에게
일어나서 허리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한다.
"언니, 안녕하세요."
별의 인사를 받은 그녀는 손에 불이붙은 담배를 들고 그저
자신에게 인사를 한 별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정말 짜증난다는 얼굴로.
그러다가 별이 살짝 고개를 들려고 하자, 그제서야 자신의 입에 하얀 담배를 문채로
별에게 말한다.
"들라고 안했다."
세정의 차갑고도 도도한 목소리에 별은 들려던 고개를 더욱 숙이며
그녀가 들으라는 말을 뱉을때까지 계속 기다렸다.
"그만해."
하지만 도훈은 그런꼴을 차마 보지 못하겠는지, 세정에게 차갑게 그만 하라고말을
하며 자신의 여자친구인 별을 의자에 앉히려 한다.
"이.별-"
도훈에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채, 세정은 도훈의 이끌림에 자리에 앉으려하는
별을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별은 다시 자세를 잡으며-아직도 허리를 숙인채-
세정에게 네- 하고 나지막이 대답할 뿐이다.
"이세정. 그만해-."
"이별. 더 숙여."
도훈이 세정에게 별을 두둔하는듯한 말을 내뱉을때마다
세정은 연기를 짙게 뱉으며 별에게 더 숙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둘 사이에 몇번의 실랑이가 이어졌을까, 별은 이제 완전히 가슴과 허벅지가
닿을 정도까지 숙이고 있었다.
몇분동안 계속 그러고 서있었으니, 별의 얼굴로 피가 쏠려 얼굴이 시뻘개진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별의 얼굴을 보고있는 도훈의 찌푸려진 인상또한 당연히 뒤따라가는
옵션이다. 신은 묵묵히 과일안주만 주어먹고 있었고, 세정또한 담배를 하나 더 꺼내
다 태울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도훈이 더이상 참치못하고 주먹을 꽈악- 쥘때, 세정이 필터끝까지 다 핀,
하얀색 담배를 탁자에 비벼끄며 별에게 말했다.
"들어."
재빨리 고개를 든 별은 아직도 고개만은 숙인채 서있었다.
도훈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그런 꼴을 계속 하고만있자 더이상은 보기싫은지
고개를 돌린채 연거푸 술만 들이켰다.
"이별."
"네, 언니."
"내가 왜 널 몇분간 벌 세원는지 아니?"
"모르겠습니다. 알려주시면 귀담아 듣고 다음부턴 절대 행동을 고치겠습니다."
"피식- 나에게 잘못한것 세가지. 니가 번호 붙여봐."
별을 조롱하는듯 씨익- 웃으며 세정은 신이 마실 맥주에 딸기 하나와
오렌지 두개를 넣어주었다. 그 맥주를 본 신은 울상을 지으며 세정을 바라보았지만
세정이 마시라는듯 계속해서 웃어주자 어쩔 수 없이 입안으로 다 털어넣어야했다.
"…하나."
"들어오자마자, 너의 남친에게부터 네가 온것을 알린것. 알텐데, 어떡해야 하는지."
"그, 그건 언니가 안계신줄 알고…."
"다음."
별의 말은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며, 세정은 그저 신이 과일을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흘리는 입가에 흐르는 과일즙들을 휴지로 정성스레
닦아줄 뿐이였다.
"두…울…."
"날 발견하고나서 인사하기전까지의 너의 표정."
세정이 휴지를 신의 손에 휴지를 쥐어주고 별을 보며 의미모를
미소를 던져주었다.
"그, 그건…."
"…다음."
별의 변명따윈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얼굴을 싸악- 굳히며
도훈을 바라 본다.
그 모습에 별은 입술을 꼭- 깨물며 세엣…. 이라며 마지막 번호까지 붙여준다.
첫댓글 즐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