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결과는 북한 도발에 대한 사전 대비에서 사후 대응에 이르기까지 군(軍)의 총체적 실패를 적나라하게 확인시켜주고 있다. 각종 보고의 조작·왜곡·은폐·지연·부실 등은 과연 대한민국 국군의 지휘부가 국토를 제대로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낼 태세를 갖추고 있는지부터 의심스럽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서 천안함 사태의 군 책임자들을 군인사법에 의한 징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군형법에 따른 수사와 엄정 문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군 일각의 심각한 직무태만과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군형법 적용없이 군 기강 확립은 물론 국가 안보 태세 강화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첫째, 군은 북한의 잠수함 도발을 예상하고도 사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 2함대사령부가 지난해 대청해전 후인 11월에 전술 토의를 통해 북한이 서북 해역에서 한국 함정을 은밀히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내리고도 구체적 대비를 하지 않은 책임을 가벼이 넘길 수는 없다. 2함대사는 대(對)잠수함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천안함을 백령도 근해에 배치하고, 대잠 능력 강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군형법 제35조는 ‘지휘관 또는 이에 준하는 장교로서 그 임무를 수행하면서 적과의 교전이 예측되는 경우에 전투준비를 게을리한 사람’에 대해서는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둘째, 천안함 폭침(爆沈) 초기의 군 대응 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어 국민적 분노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 상황 보고 과정에서 지연·부실을 넘어 조작·왜곡·은폐까지 자행한 것은 군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든 범법 행위에 해당한다. 천안함이 9시22분 침몰한 뒤 천안함 포술장이 9시28분 2함대사에 구조를 요청했고, 2함대사는 9시31분에 해작사에 보고했다. 그러나 합참에는 9시45분에야 보고했다. 합참 작전참모부장이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보고한 시각은 폭침 49분이 지난 오후 10시11분이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10시14분에야 보고받았다.
더욱이 합참은 늑장 보고를 은폐하기 위해 폭침 시각을 9시45분으로 조작했다. “폭발음을 들었다”는 천안함 장병의 진술 역시 해작사로부터 보고받고도 국방장관에게 보고할 때 이를 은폐했다. 2함대사 역시 9시53분 천안함 함장으로부터 “어뢰피격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상급기관인 합참과 해작사 보고에는 누락시켰다. 천안함 인근에 있던 속초함은 격파사격을 한 표적물 실체에 대해 “북한 반잠수정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으나, 2함대사는 ‘새떼’로 왜곡하도록 지시했다. 이러한 허위보고와 부실대응은 정부와 군의 초기대응에 난맥을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유언비어의 토양이 됐다. 군형법 제38조는 군사(軍事)에 관하여 거짓 명령, 통보 또는 보고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처벌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셋째, 군 최고지휘부의 부적절한 대응은 상식마저 거스르고 있다. 늑장 보고로 인한 49분간의 지휘공백 문제와는 별개로 이 의장은 천안함 침몰 당일과 직후일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을 당시 지키고 있어야 할 지휘통제실을 벗어나 자신의 집무실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부하 장성이 내린 비상경계태세 발령도 자신이 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합참은 당일 오후 10시5분 위기조치반 가동, 국방부는 10시30분 위기관리반 가동 등을 보고했으나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상황을 종합하면, 군은 북한의 도발을 예상하고도 대비를 하지 않았으며, 천안함 침몰 뒤에는 책임을 피하기 위한 사실 은폐에 급급해했다. 6·25전쟁이 휴전 상태이고, 북한의 크고작은 도발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이나마 군이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 우리 심정이다. 군의 기강 해이는 외침 못잖게 경계하지 않으면 안될 적(敵)이다. 기강·의식·시스템의 전면적 혁신을 통한 군의 환골탈태는 물론 군 일반의 사기와 군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엄정 문책이 절실하다. 감사원의 징계요구 대상에서 제외된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역시 문책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음은 물론이다.